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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옷이’와 ‘옷안’의 발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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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옷이’와 ‘옷안’의 발음 이야기

계속 발음에 관한 글을 SNS로 보냈더니 의외로 질문이 많이 들어 왔다. 무심코 사용했던 우리말이 발음이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탄식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우리말의 발음이 생각보다 어려웠던 모양이다. ‘디귿이’의 발음이 왜 [디그시]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고, ‘히읗이’의 발음이 왜 [히으시]가 되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참고로 외국인들은 [디그지]라고 읽는다.

과거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옷이’를 읽으라고 하면 누구나 [오시]라고 잘 읽는다. 하지만 ‘옷안’을 써 놓고 읽으라고 하면 100%가 [오산]이라고 읽는다. 왜냐하면 받침이 ‘ㅅ’으로 끝났으니까 그것을 그대로 뒷모음에 연결하여 발음하면 [오산]이 되기 때문이다. [오단]이라고 발음하는 여성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것은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처음 입국한 사람들에게 자·모음을 가르쳐 주고 ‘옷안’을 읽으라고 하면 이들도 동일하게 [오산]이라고 발음한다.

문제는 다문화가정의 남편들이었다. 자기는 [오단]이라고 읽으니까 아내에게도 [오단]이라고 읽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왜 그렇게 발음해야 하는지, 이 이유를 물으면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다들 그렇게 발음하니까 그렇게 해.”라고 하는 것은 바른 설명법이 아니다. 무슨 이유로 그렇게 발음하는지 제대로 알려 주어야 한다.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4장 제8항에 보면 “받침소리로는 ‘ㄱ , ㄴ, ㄷ, ㄹ, ㅁ, ㅂ, ㅇ’의 7개 자음만 발음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ㅅ’의 대표음인 ‘ㄷ’으로 발음하는 것이 순리다. ‘옷’이라고 쓰지만 발음은 ‘옫’이라고 한다. 이렇게 발음된 것이 뒤에 있는 모음과 연결되므로 [옫안>오단]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겹받침도 많이 있지만 그것들도 받침으로 발음할 때는 위의 7가지 이상으로 소리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닦다[닥따], 키읔과[키윽과], 뱉다[밷 : 다], 빚다[빋따]’와 같다. 우리말에서 ‘빗, 빚, 빛’과 같은 단어들도 발음은 [빋]으로 하나밖에 없다. 다만 뒤에 허사가 연결되면 원래의 발음이 그대로 연결되어 발음한다. 그러므로 ‘빗이[비시], 빚이[비지], 빛이[비치]’와 같이 발음한다. 그래서 ‘옷이’도 발음이 [오시]로 되는 것이다. 즉 ‘옷’이라는 명사 뒤에 허사(조사, ‘ㅣ’)가 연결되었기 때문에 ‘앞말의 받침이 그대로 뒤에 연결되어 발음’되어 그렇게 되었다.

받침의 발음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 보기로 하자. 우리말에는 겹자음이 참으로 많다. 과거 아나운서로 있는 제자와 긴 시간 논쟁을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필자는 “7종성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우리말의 받침은 반드시 그 중 하나로 발음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아나운서인 제자는 “그렇게 하면 발음이 맛깔스럽지 않으니 겹받침을 조금 살려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그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말에서 7종성법은 세종대왕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법칙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였다. 예를 들면 ‘삶’이라는 단어를 읽을 때 필자는 [삼]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제자는 [사~ㄹㅁ]이라고 읽으면 발음이 더 맛있다(?)는 것이었다.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맞을 수도 있으나 교과서적인 발음은 아니다. 그래서 “자네는 그렇게 발음하게. 난 [삼]’이라 하겠네.” 하고 마무리했던 적이 있다. 예전에 대학에 다니던 시절 교수님과 논쟁하던 필자의 모습이 영상으로 떠올랐다. “자네는 [헌뻡]하게, 난 [헌법]하겠네.”하시던 스승님의 얼굴과 필자의 얼굴이 겹쳐 있었다. 그분의 말씀대로 효과[효과], 조건[조건] 등은 그대로 적용되었고, 헌법은 [헌뻡]으로 되었다. 어느 것이 가장 확실한 답이라는 것은 없다. 다만 언중(言衆)들이 가장 많이 발음하는 것이 표준발음으로 되는 것이 현실이다. ‘맛있다[마시따, 마디따]’가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마디따] (※참고로 맛없다[마덥따]와 비교하면 좋다.)가 옳은 발음이지만 서울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마시따]로 발음하니까 그것도 표준발음으로 인정하였다.

지나치게 학문적인 것도 어렵지만 지나치게 실용적인 것만 찾아도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정답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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