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을 두고 피해자가 구속수사를 촉구하며 엄벌에 처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17일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피해자 A 씨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오거돈 전 시장 강체추행 사건의 피해자입니다"라고 작성한 탄원서를 공개했다.
그는 "언젠가 쓴 입장문에서 '이렇듯 제 소개를 하는 것이 익숙해질까 두렵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제 정말로 익숙해진 제 스스로가 처량하게 느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제 시간은 4월에 멈춰있는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낯설게 느껴진다"며 "그때 그 일이 없었다면 창밖 모습이 지금과는 다르게 보였을까 의미 없는 가정을 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소가 올해를 넘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요즘 들어 더욱 불안해져 집에서 멀쩡한 척을 하는 것이 버겁다"며 "거짓말을 가장 싫어했던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고 속이는 것이 많아졌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신경정신과 진료가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울면 지는 것이라며 초등학교 수련회에서도 꾹꾹 참았던 제가 요즘에는 3초 만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며 "유난스럽게 건강해 감기약 먹는 일도 드물었던 제가 이름도 모르는 약을 입 안 가득 털어 넣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가 하면 약 없이는 한 시간도 잠들기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A 씨는 "4월 7일 그날 시장 집무실에서의 역겨울 일 때문에 저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제가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사퇴 당일까지도 '5분간의 짧은 면담', '경중을 떠나',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책임을 인정하는 대신 동정에 호소하며 끝까지 저를 기만하고 농락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6월 구속수사가 이뤄졌다면 기소가 앞당겨 졌을테고 어쩌면 지금쯤 재판이 한창이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언제적 사건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냐는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들리고 재판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저만 예민하고 피곤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A 씨는 "제 주변의 적잖은 사람들이 이제 그만 잊으라고 직장에서도 빨리 네 자리로 돌아와 일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너무 무섭다"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부탁드리며 이 일이 제발 빨리 끝날 수 있도록 부디 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저 후안무치한 오거돈을 구속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도 오거돈 전 시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며 이날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도 성명서를 통해 "권력형 성폭력의 실상이 얼마나 처참한지 알고 법원이 이제는 가해자 구속으로 응답할 차례다"며 "오거돈을 구속하고 엄벌에 처해 법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오거돈 성추행사건 피해자의 탄원서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언젠가 쓴 입장문에서 ‘이렇듯 제 소개를 하는 것이 익숙해질까 두렵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로 익숙해진 제 스스로가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지금 한 호텔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부모님께는 출장이라 둘러대고 잠깐 집을 나왔습니다. 기소가 올해를 넘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요즘 들어 더욱 불안해져 집에서 멀쩡한 척을 하는 것이 버거웠던 탓입니다.
이곳에 있으니 추워진 날씨가 새삼 어색합니다. 제 시간은 4월에 멈춰있는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때 그 일이 없었다면 창밖 모습이 지금과는 다르게 보였을까, 의미 없는 가정을 해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4월 이후 제 모습이 많이 변했습니다. 거짓말을 가장 싫어했던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고 속이는 것이 많아졌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신경정신과 진료가 익숙해졌습니다. 울면 지는 것이라며 초등학교 수련회에서도 꾹꾹 참았던 제가 요즘에는 3초 만에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살이 찔까봐 저녁도 거르던 제가 한밤중에 일어나 기억에도 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집 떠나가라 코를 골면서 잤던 제가 약 없이는 한 시간도 잠들기 힘들어졌습니다. 유난스럽게 건강해 감기약 먹는 일도 드물었던 제가 이름도 모르는 약을 입 안 가득 털어 넣으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모두 오거돈 때문입니다. 4월7일 그날 시장 집무실에서의 역겨운 일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제가 이렇게 고통 받아야 하는지 지금도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지난번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오거돈 측은 ‘이중적인 자아 형태에서 비롯된 인지부조화’라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저 주장이 사실이라면 치매 수준의 인간이 광역시장 일은 어떻게 했으며, 저를 특정해 집무실로 불러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저 인간의 인생에서는 강제추행이 얼마나 일상적인 일이었기에 기억도 못 한다는 것입니까.
사퇴 당일까지도 ‘5분간의 짧은 면담’, ‘경중을 떠나’,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책임을 인정하는 대신에 동정에 호소하며 끝까지 저를 기만하고 농락한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파렴치한입니다.
그런 인간이 강제추행의 증거 그 자체인 피해자인 저를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을지 너무나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오거돈에게 사주 받은 사람이 저를 찔러죽이지는 않을까 매일 저녁 집에 오는 걸음마다 덜덜 떨며 뒤를 돌아봅니다. 사건 직후 ‘저는 절대 자살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갑자기 죽으면 반드시 부검해주세요’라는 글을 쓰고 지장을 찍어 집 어딘가에 숨겨놓은 것도 이런 불안함 때문입니다.
제 주변의 적잖은 사람들이 이제 그만 잊으라고 합니다. 직장에서도 빨리 네 자리로 돌아와 일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제가 가장 원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너무 무섭습니다. 오거돈은 부산에서 신나게 돌아다니고, 오거돈의 측근들은 시청에서 여전히 고위직으로 근무 중입니다.
지난 6월 구속수사가 이뤄졌다면, 기소가 앞당겨 졌을 테고 어쩌면 지금쯤 재판이 한창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거돈 측근들과 마주치는 것에 대한 걱정 없이 복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적 사건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냐’는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들립니다. 재판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저만 예민하고 피곤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이 일이 제발 끝나면 좋겠습니다. 부디 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저 후안무치한 오거돈을 구속해주십시오.
존경하는 재판장님,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음식물 쓰레기에 빗대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에 미안할 정도인 오거돈을 부디 구속해주십시오.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만이라도, 올해 연말까지 만이라도 제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가해자는 신나게 거리를 활보하고, 피해자는 가족들로부터도 숨어 구속을 탄원하는 글을 쓰는 이 상황을 부디 안타깝게 여겨주십시오. 긴 글 시간들여 읽어주심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02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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