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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사업에 녹-녹 갈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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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사업에 녹-녹 갈등은 없다

[초록發光] 사전예방의 원칙, 에너지전환에도 예외는 아니다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은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하며, 사전예방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얼마 전 '자연 보호과 에너지전환 역량강화센터'라고 하는 독일의 에너지전환갈등조정기구와 워크숍을 하면서 재확인한 독일 에너지전환정책 원칙이다.

기후위기와 대기오염, 핵발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설문을 통해서 확인되듯, 대부분의 국민은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들어서는 현장에서의 갈등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지역분산이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특성상 발전설비 입지를 둘러싼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더욱더 증가할 것이다. 물론 갈등을 문제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갈등은 일반적 현상이고, 회피가 불가능하다.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느냐가 열쇠다.

독일 에너지전환갈등조정기구와의 워크숍은 그 사회의 에너지전환정책과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둘러싼 쟁점과 갈등을 학습하는 기회가 되었다. 독일은 전력 비중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42%를 넘어섰다. 풍력이 거의 50%, 태양광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2022년이면 남은 6기의 핵발전소가 문을 닫아 탈핵이 완료되고, 늦어도 2038년에는 모든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5%로 늘리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80%라는 더 과감한 목표를 요구한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꾀하면서 수요를 낮추는 방안도 논의됨은 물론이다.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 과정이 그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풍력발전 사업허가를 받은 건수의 4분의 3이 제소되고, 그 중 3분의 2가 조류와 박쥐 피해와 관련된다. 재생에너지발전사업과 생태보전 간의 갈등이 빈번해지고 소송으로 가는 사업 건수가 늘어나자, 환경단체는 갈등 해결을 위한 별도의 전담기구 설립을 요구했다. 2013년 독일 기민당과 사민당 연립정부 구성 협약에 갈등조정기구 설립을 명시했고, 2016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운영에 필요한 기금은 연방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산하기관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질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환경규제 관련해서 기관 및 단체 간의 이견 및 갈등을 조율하기도 한다. 갈등 조정이나 컨설팅 요청을 받으면 이해관계자 및 쟁점을 분석한다. 에너지전환 관련 조정과정을 이수한 조정자들에 의해 이해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토론하고 합의하도록 촉진한다. 물론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갈등조정전담기구 외에 각각의 연방주는 갈등 조정을 위한 자체 조직을 두고 기후관리자들이 활동하기도 한다.

환경을 중요시한다고 알려진 독일. 급속도로 증가한 재생에너지발전설비. 그러나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환경침해가 우려되면 회피해야 한다'는 사전예방의 원칙 적용은 예외가 아니다. 풍력발전이 보호종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면 허가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풍력발전에 영향을 받는 조류와 취약한 종이 무엇인지, 조류 번식기에 주는 영향이 무엇인지, 멸종위기종 둥지와 적합한 이격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들이 적합한지를 사전에 면밀히 조사하고 카메라나 스피커, 펜스를 설치하는 등 조류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한다. 풍력발전 중에 보호종들의 피해가 우려되면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 수요관리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는 조치와 다르지 않다.

해상풍력의 경우 공사 중 소음으로부터 쇠돌고래 보호를 위해 보호구역으로부터 750미터 이격했을 때 소음 수치가 160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독일 정부는 규정하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주변 경관과 조화되어야 한다. 주로 평지에 설치되는 태양광 주변으로 차폐막을 치기도 하고, 생물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서식지를 조성하여 기후위기 대응 전략과 상충하지 않도록 한다. 서식지 보호구역 내 설치는 불허된다. 점차 태양광이 대규모화되면서 농지와의 토지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라 대규모 단지의 경우 수용성이 떨어지고, 이익 공유에 대한 설계가 중요시되고 있다.

환경규제는 생태적 민감도를 고려하여 훼손을 막고 보존하기로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그래서 규제 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발전설비 계획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에너지전환과 생태보전 간의 갈등, 녹-녹 갈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에너지전환이 기후위기 대응 프로그램의 일환이 되려면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을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재생에너지개발사업이 기후위기 대응과 곧바로 등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급박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태적 민감도가 높은 지역에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쯤은 감내하고 발전설비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삼았을 뿐, 환경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개발중심주의 논리와 차이가 없다. 재생에너지가 개발중심주의와 만날 때 그것은 기후위기의 대안도, 녹색도 아니다. 녹색과 녹색의 갈등이 아니라 녹색과 다른 색의 갈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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