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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성희롱 진정넣자 '쌍방해고'한 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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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성희롱 진정넣자 '쌍방해고'한 파주시

파주시립예술단 뮤지컬단, 상습 성희롱 진정 넣자 '품위유지위반' 해고

파주시립예술단 뮤지컬단 소속의 한 남성 배우는 청소 중인 여성 배우가 "걸레 빨아 오겠다"고 하자 "빨아? 뭘 빨아?"라며 성적 농담을 했다. 함께 있던 남성 배우들은 웃고 즐거워했으나 여성 배우는 불쾌했다.

뮤지컬단의 남성 배우들은 성적인 농담을 일상적으로 했다. 또 다른 남성 배우는 "가슴 큰 여자가 좋다"며 가슴의 특정 부위 색깔까지 묘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 "임신하려면 자극적인 성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다른 배우를 향해 "차에서 하라고 저번에 그랬잖아"라고 말했다.

성적인 농담은 연습 때나 단톡방에서나 가리지 않고 계속 됐다. 여성 배우들은 성희롱으로 파주시에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파주시는 되레 '품위유지위반'을 이유로 여성 배우들을 징계 해고했다.

성희롱 진정 넣자 가해자들 '보복 진정' 넣어

파주시립예술단 뮤지컬단 소속 배우들이 성희롱 피해를 입고도 징계 해고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15일 민주노총과 피해자들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피해자들을 해고한 파주시에 엄중한 조사와 해고 철회 및 재발방지를 위해 인권위가 권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 피해를 겪다가 파주시에 진정을 넣었으나 가해자들의 보복성 진정으로 되레 성희롱 가해자로 몰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파주시는 성폭력 판단 기준이나 기본적인 원칙도 없이 가해자들의 진정을 받아들여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모두 해고했다"며 "가해자들의 일상적인 갑질과 성희롱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가해자들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며 제시한 근거는 무엇인지 확인도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뮤지컬단의 비정상적인 위계구조가 성폭력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연출자와 안무자의 위임을 받은 가해자 남성 A 는 연습 중인 다른 배우에게 "학교에서 뭐 배우고 왔냐", "혼날래", "똑바로 해" 등의 공격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키가 작은 남성 배우를 향해서는 "X만아"라고 부르는 등 폭언도 심했다.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은 여성 배우들에게 성희롱으로 이어졌다. A 는 여성 배우들에게 "너와 벗고 누워있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애기 낳고 오니 골반이 잘 벌어진다", "남친이랑 뜨거운 밤 보냈냐", "나이들면 살 안 빠진다. 몸매 관리해라", "남자 일이면 지각해도 봐준다"는 등 성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또 다른 남성 배우 B도 가세했다. B는 여성 배우에게 "애기야"라고 부르는가 하면, 남녀가 짝을 이뤄 합을 맞추는 안무를 연습할 때 여성 배우에게 "남성 배우가 너한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성희롱 관련해서 파주시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가해자들 자신들도 성희롱을 당했다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진정을 넣었다. 피해자들은 성희롱 가해자이자 피해자 신분으로 성 고충 조사를 받았다.

▲파주시립예술단 뮤지컬단 소속 여성 배우들이 남성 단원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파주시에 진정을 넣었으나 가해 남성 단원들로부터 허위의 보복 진정을 당해 예술단으로부터 부당해고 당했다며 15일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파주시, "합의할 생각은 없냐"

피해자들은 파주시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파주시 성 고충 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은 피해자들에게 "생각보다 일이 좀 커졌죠?", "성희롱이 해촉 사유인 건 아느냐", "합의할 생각은 없냐"는 등 사건과 관계없는 질문을 던졌다. 피해자들은 "압박을 느꼈다"며 "사건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심의위 이후 '성희롱 인정'이라는 황당한 결과를 통지받았다. 통지서에는 어떠한 사유로 성희롱이 인정됐는지조차 기재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담당자에게 어떤 사유로 성희롱이 인정됐느냐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심의위 이후 열린 징계위에서 '왜 성희롱이 인정됐는지 직접 설명해 달라'는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 2명은 성희롱 혐의가 사실로 판단돼 해고 처분됐으나 피해자 3명도 '품위유지위반'을 이유로 징계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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