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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열차 다음 도착할 역은 탄소중립역, 탄소중립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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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열차 다음 도착할 역은 탄소중립역, 탄소중립역 입니다?

탄소 중립으로 달려가는 길은 열려 있는가? ①

정부는 지난 7월, 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며 한국판 뉴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을 포함해 160조 원이 들어가는 거대 기획이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디지털 뉴딜 사업과 그린 뉴딜 사업의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한국의 강점인 디지털 역량을 기초로 신산업을 육성하고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생태계 구축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 계획만 보면 한국판 뉴딜이 완결되면 첨단 산업을 바탕으로 녹색 한국으로 거듭나며 일자리도 대폭 늘어 살기 좋은 나라로 변모할 듯하다. 그런데 한국판 뉴딜이 한국을 행복한 미래로 인도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구체적 경로는 보이지 않고 안내판도 막연하기 때문이다.

전 산업으로 5G와 AI를 융합시키고 확산하는 것은 물론 정부 역시 5G·AI 기반 지능형으로 탈바꿈하고 사이버 방역체제를 구축하여 감염병도 막아낸다. 모든 교육기관에 온라인 교육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원격근무도 확산하게 된다.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비즈니스 지원을 받게 된다. 한국판 뉴딜 끝에 도달하는 것은 첨단 사이버 미래 인 듯 하다. 이 같은 기획들은 노동의 축소나 배제를 가속시켜 왔는데 어디서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디지털 뉴딜이든 그린 뉴딜이든 지속적인 산업 확대와 경제 성장을 전제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나 지속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지구 온난화는 무한 성장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뉴 노멀로 자리 잡게 될 규칙들은 이 같은 성장우선주의에 대한 회의와 반성을 통해 자리 잡고 있다. 날뛰는 자본주의에 고삐를 채우지 않으면 지구는 더 빠른 속도로 파멸의 길로 달려갈 것이다.

정부 그린 뉴딜 사업은 문장마다 "녹색"이란 선언들로 가득 찼지만,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해 한국 사회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줄여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이제까지의 거대 기획들이 그랬듯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 사업은 누구라도 먼저 뛰어들어서 예산을 따 먹으면 되는 사업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친환경 사업이란 명목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녹색 혁명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꼼꼼하고 정밀한 환경적 접근이다. 눈먼 예산을 선점하는 것이 아닌 세밀한 기획으로 기존의 방식과 담론을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통부문에서는 친환경 수단인 철도의 역할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은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것만이 아니다. 기존 철도망을 친환경적으로 재구성하고 신설되는 철도 인프라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철학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한국철도는 근 20년 동안 전철화 진척도가 높아졌다. 그만큼 운행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철도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석탄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철도가 운행되면 진정한 친환경 운송 수단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네덜란드는 2017년 1월부터 모든 전기기관차가 사용하는 전력을 100% 풍력발전을 통해 공급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수도인 암스테르담 전 가구만큼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했다.

▲암스텔담 중앙역으로 진입하는 네덜란드 국철 열차. 열차 운용에 사용되는 전기는 100% 풍력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암스텔담 중앙역으로 진입하는 네덜란드 국철 열차. 열차 운용에 사용되는 전기는 100% 풍력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아시아에서 가장 큰 역 중의 하나는 2010년 6월 문을 연 상해 훙차오 역이다. 훙차오 국제공항 2 터미널 역과 나란히 있는 훙차오 역은 건물 외벽에 쓰인 철도역 표시가 없다면 또 하나의 공항 터미널로 혼동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이다. 하루 이용객 60만명으로 서울역의 10배나 된다.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철강의 두 배 분량이 훙차오 역 건설에 사용됐다. 훙차오 역은 베이징을 잇는 고속철도 노선은 물론 남서부 윈난성 쿤밍까지 2266킬로미터를 잇는 고속선의 출발역이다. 특별행정구인 홍콩행 열차도 있다. 1번부터 30번까지 나란히 놓여 있는 승강장을 보면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훙차오 역은 규모뿐만 아니라 시설에서도 눈여겨 볼 점이 있다. 바로 태양광 패널이다. 2만 개의 태양광 패널이 6만1000제곱미터 넓이의 역 지붕과 차양 위에 설치되어 있다. 세계 최대의 독립형 태양광 프로젝트로 연간 630만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세계최대의 독립 태양광 프로젝트로 건설된 상해 훙차오 역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상해 훙차오역, 이용객 편의시설, 상가 등에서 소요되는 전력은 모두 태양열 재생 에너지로 공급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한국철도는 친환경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뒤처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이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길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다. 한국은 계속해서 새로운 철도 노선을 건설하고 있다. 이렇게 건설되는 선로를 점으로 잇는 것이 역이다. 그런데 선로와 역 건설에서 고전적인 철도의 역할과 기능을 극대화하는 전망은커녕 미래 지향적 친환경 인프라의 구현이라는 정신이 반영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의 주도로 건설되는 철도 인프라가 단순한 건설비 절감과 토목공학적 편의성만이 관철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생활공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역의 위치, 기존 노선과의 상호 연계성을 떨어뜨리는 문제, 수요와 무관한 과다 또는 축소 설계 등 만의 문제가 아니다. 훙차오 역의 태양광 패널 적용처럼 재생에너지를 통한 탄소배출 감축을 실현 시킬 수 있는 환경적 접근의 부재는 심각한 문제다. 철도 역과 선로망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기존 국토를 훼손하지 않고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철도역은 그 규모와 특성상 태양열을 받아들이기에 딱 알맞은 구조다. 기존 철도 인프라의 친환경적 재편과 신설 인프라의 재생에너지 기반 건설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그린 뉴딜이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환경전문가와 기술 인력이 참여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온 힘을 기울여 지구 온난화를 막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탄소 중립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기후 위기 시대의 모빌리티 환승 수단은 철도이다. 이 철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친환경 인프라로 거듭날 때 탄소 중립 역에 도착하는 길은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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