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여부가 결정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신임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문 대통령은 '징계 청구자'로 징계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이 차관이 징계위원장을 맡지 못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진 이 차관이 위원장 자격으로 징계위를 지휘할 경우 절차적 정당성 및 공정성을 둘러싼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강조해 전하며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주기를 당부한다"고 언론에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 차관 임명 시 밝혔던 내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까닭은, 문 대통령이 이 차관을 서둘러 임명함으로써 추 장관 주도의 '윤석열 중징계'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를 이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을 청와대가 재차 강조한 대목이 징계위 일정을 8일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윤 총장 측의 요청과 맞물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당초 2일 진행하려던 징계위 일정을 4일로 연기했으나, 윤 총장 측은 기일 변경 통보를 2일에 받아 닷새 이상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69조 1항에 위배된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하지만 기일 변경 요청이 수용되지 않으면 윤 총장 측이 징계위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문 대통령도 절차적 정당성을 거듭 당부하면서, 법무부는 이날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이고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하여 12월 10일(목)로 심의 기일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크게 물러났다. 그러면서 "향후 징계위에서 충실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법무부는 덧붙였다.
이날 임기를 시작한 이용구 차관도 문 대통령의 강조 사항에 부응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모든 개혁에는 큰 고통이 따르지만, 이번에는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모든 국가 작용이 적법 절차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은 헌법의 대원칙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기본"이라고 했다.
이 차관은 "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살펴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중립적으로 국민의 상식에 맞도록 업무를 처리하겠다"며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해 구성되는 징계위가 윤 총장에게 해임 등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는 '징계위의 중징계 결정→추 장관의 제청→문 대통령의 집행'으로 윤석열 축출 시나리오가 완결될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진다.
6명으로 구성되는 징계위 명단도 여전히 비공개 상태여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당연직 위원인 이 차관 외에 검사 2명, 변호사, 법학 교수, 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등 3명은 추 장관의 지명과 위촉으로 참여한다.
윤 총장 측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 추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징계위원으로 참여하면 기피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성과 연관된 문제이지만, 징계위 출석 인원의 과반 찬성으로 기피 여부가 의결되기 때문에 징계위가 수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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