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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유전병 있다고, 심장 수술 한 적 있다고 '해고'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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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유전병 있다고, 심장 수술 한 적 있다고 '해고'라니요

'병력'도 차별금지법 사유 포함해야

#A 씨는 대학교 항공 운항학과에 지원해 1차 시험을 통과했으나 최종 불합격됐다. A 씨의 어머니에게 유전 확률이 높은 조현병 병력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B 씨는 처음 출근한 당일 해고를 당했다. 어렸을 적 받은 심장 수술 때문이었다. 수술 후 완치됐으나 원장은 B 씨에게 "어린이집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고 심장병 재발 가능성이 있으니 다른 편한 일을 찾아보라"며 사직을 강요했다.

#C 씨는 회사 면접 합격 후 건강검진 과정에서 B형 간염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용이 취소됐다. B형 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전염되지 않음에도 회사는 "해당 업무가 육체노동이 많아 건강상 부담이 크고 다른 직원들이 거부감을 보일 것"이라며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해고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가운데, 일터에서의 병력 차별을 없애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병력은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입법 예고 후 '성적 지향' 등과 함께 삭제한 7가지 사유 중 하나다. 지난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 개정안에는 '병력 및 건강상태'가 23가지 차별금지 사유 중 하나로 명시됐다.

"병에 걸린 적 있으니 해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일 '이제는 말할 때 : 일터에서의 병력 차별을 중심으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고 코로나19 이전부터 만연한 병력 차별의 사례와 실태를 짚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병력 차별'을 "현재 정상적인 직업 생활이나 일상생활이 가능한데도 과거 병 이력 또는 현재 질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 등을 이유로 고용 등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 제도는 일터에서의 병력 차별에 제대로 된 대처방법을 제공하고 있지 않거나 제도적인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발제에 나선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HIV/AIDS, B형 간염 등 만성질환을 보유한 사람, 심장병·암 등의 수술을 받은 사람,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 등은 구체적인 개인의 건강 상태나 업무 적합도가 아닌 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이 거절되거나 업무에서 배제된다"며 "업무 능력이 떨어지리라는 막연한 편견에 기반해 차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차별이 질병 자체에 대한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면서 "만성간염이나 HIV 같은 감염병의 경우 일상에서 감염이 이뤄지지 않음에도 공동생활에 부적합하다고 보아 차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이런 차별이 때로는 당사자를 배려한다는 이유에서 정당화된다"라며 "해당 업무가 육체적으로 고되기에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거나 더 큰 장애를 입을 수 있다는 식"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이는 당사자가 원하는 방향도 아닐뿐더러, 실은 사측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시대, 병력 차별 극복해야"

병력에 의한 차별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대구발 확산이 이루어질 때 대구·경북 출신의 응시자에게 면접 기회를 박탈하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됐음에도 해고한다거나 △감염 사실 자체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사례 등이 보고됐다.

박 변호사는 특정 병력이나 감염병을 이유로 자격, 업종을 제한하거나 업무에서 제한·배제하는 법령이 있으나 "많은 경우 이러한 법령들은 구체적으로 해당 병력이 업무능력과 상관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 없이 일률적으로 제한·배제하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김정우 시민건강연구소 활동가는 "신종감염병 특성상 코로나19에 대해 알려진 게 한정적이고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 방역 수칙이 강조되면서 질병이 개인의 책임으로 강조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드러낸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인 차별과 낙인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직장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권력이 불균형할수록,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심할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차별과 낙인도 심해진다"고 짚었다.

김 활동가는 앞서 방역 당국이 방역을 위해 '불법체류자'가 아닌 '미등록이주민'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면서 추방 걱정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한 사례를 들었다.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서울시가 성 소수자 긴급 대책 본부와 협력한 사례도 있었다.

감염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음에도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면 감염 사실을 숨기게 될 것이고, 이는 오히려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게 당시 방역 당국의 우려였다.

김 활동가는 "차별과 혐오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야 한다"며 "병력 및 건강 상태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을 것을 명시하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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