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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하는 수도권 코로나 환자, 중환자실 확보 문제 없나

근본 문제는 병상 부족 아니라 중환자 간호 인력 부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중환자 병상 여유분에 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은 중환자 병상 상황이 의학계의 경고 수준보다는 여유 있다고 밝혔으나, 이와 별개로 근본적인 중환자 관리 능력 확충은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간호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 공공성 약화를 우려한 의료단체의 지적이 결국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현재 수도권의 경우 47개 (중환자) 병상을 즉시 동원 가능하다"며 중수본의 집계 현황은 의학계의 집계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국립중앙의료원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중환자의학회 집계를 근거로 "현재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25개 중 남은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25개며, (코로나19) 발생 추이를 보면 앞으로 일주일 정도 후 소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루 4~5명의 중환자만 추가돼도 일주일 후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 같은 근거는 지난 8월 2차 유행(수도권 1차 유행) 당시 수도권의 연령별 중환자 발생률을 현재에 적용할 경우 앞으로 2주간 46명의 중환자가 더 발생하리라는 예측치에 따른 결과다. 적어도 46병상 이상을 추가 확보해야 수도권 감염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데, 남은 중환자 병상은 그 절반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환자 병상 추가 없이 의학계가 예측한 시나리오에 도달하면 의료 붕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중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의료 붕괴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재앙의 형태로 나타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사례에서 보듯 중수본이 집계하는 중환자 병상 수가 국립중앙의료원과 중환자의학회가 밝히는 중환자 병상 수보다 항상 많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상당 기간 '정부와 의학계의 상황 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존했다. 방역당국을 향한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손 전략기획반장은 "중환자의학회가 발표한 중환자병상은 중환자의학회에 소속된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현재 수도권에서 즉시 가용 가능한 중환자실을 파악한 개수"인 반면 "정부가 파악하는 병상은 중환자의학회 회원이 계신 병원뿐만 아니라, 중환자의학회 회원이 아닌 호흡기내과 전문의나 일반 내과 전문의가 관리하는 중환자실까지 포함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집계 내역 차이에 관해 손 반장은 "어제도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기구를 만들어 서로가 파악하는 중환자실 개소 수를 일치시키는 논의에 착수한 상태"라고 전했다. 관련 논의가 마무리되면 더 정확한 중환자 병상 집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질적인 중환자병상'에 관한 의문은 잔존할 수밖에 없다. 손 반장은 "중환자의학회가 파악한 병상이 보다 전문적인 (중환자 전문의) 선생님들이 계시는 병상인 만큼, 현재 중증환자는 우선적으로 그 부분들(중환자의학회원이 보유한 병상)에 배정되고, 그 외 호흡기내과나 다른 교수님들이 관리하는 중환자실은 즉시 가동 가능한 형태로 확보해 차순위로 배정한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을 종합하면, 위중증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가장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중환자 병상은 중환자의학회가 집계한 25개가 수도권에 남아 있고, 내과 전문의의 치료가 제공되는 중환자 병상은 47개라는 뜻이 된다.

중환자 병상을 중수본이 집계한 47개로 적용하더라도 수도권의 의료 능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건 사실이다. 이 경우에도 병상 추가가 없다면 약 2주가량 후에는 병상이 포화에 이르게 된다.

손 반장은 이 같은 문제에 관해 "중환자실 추가 확보 노력을 (기존보다) 빠르게 배가하는 한편, 중환자의 상태가 호전됐을 때 (기존보다) 더 빠르게 일반병실로 전원해 재실 기간을 단축하는 문제, 아직 중환자실에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 입원한 환자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적정성 문제 등을 판단하는 위원회 설치"를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히 중환자 병상을 늘린다고 해서 중환자 치료 능력이 확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환자 관리를 위해 고도로 훈련된 간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손 반장은 중환자 병상 간호 인력에 관해 "지자체가 중수본으로 (필요 인력 지원을) 요청하면 이에 따라 (중수본이) 지원"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치료 병원 요청과 달리 중환자실 요청은 좀 특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환자실의 경우 중환자 간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로 훈련된 간호인력이 필요한데, 그런 인력을 단기간에 쉽사리 양성하기 어렵다"고 손 반장은 덧붙였다.

아울러 "민간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훈련된 (간호) 인력이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간에 해결될 사항이 아니라서 이에 따른 (중환자 전담 간호 인력 부족) 애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환자 전담 간호 인력이 부족하며, 이를 위해 그간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 한국 정부가 의료 공공성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나왔다. 간호인력의 열악한 노동 상황을 개선해야 숙련된 간호인력이 계속 의료 현장에 머무를 수 있는데, 공공병원이 부족하고 관련 재정도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이 같은 점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손정인 연구원은 지난달 16일 열린 대한예방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향후 2차 대유행(현 3차 유행) 대응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으로 "중환자 치료시설에 숙련된 경력 간호사가 부족한 점"을 꼽았다. 관련 간호 인력의 처우가 부족하고 절대 숫자도 부족해 장기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손 연구원은 관련 대응을 위해 치료체계 컨트롤 타워를 새로 설치하는 것과 더불어 감염병 치료를 위한 공공인프라 개선을 특히 강조했다. 필수의료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료공공성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의료 공공성 강화 의지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앞서 제기된 바 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로 확인된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공공의료 관련 예산이 오히려 전년 대비 삭감된 데다, 공공병원 신축, 증축 예산은 '0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포함한 170여 개 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공공병원 확충을 포함한 공공의료 예산 증액을 정부에 요구하도록 요청하고, 기존 민간병원을 매입해 공공병원 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본은 중환자 병상 문제와 별개로 병실 수요 자체에 여유를 두기 위해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가치료와 재택치료 방침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병실이 태부족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경증 환자에게 자가치료를 우선 적용한다.

손 반장은 "현재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재택치료 또는 자가치료 형태의 치료를 어떻게 관리할 지에 관해 구체적인 지침과 관리체계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다만 "유럽의 경증환자의 경우 재택치료가 일순위로 가장 보편화한 치료방식으로, 이를 따르면 의료자원 소요나 행정력 투입이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환자가 적정하게 관리되고 격리되는 지를 체크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자가치료 방침은 한국의 경우 최악의 확산 상황에서나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손 반장은 "지금 한국 정부의 목표는 최대한 (경증 환자 치료 시설로 조기에 마련한) 생활치료센터를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생활치료센터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전국적 대규모 확산 때 재택치료나 자가치료를 구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상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된 경기 성남 분당구청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방역요원들이 구청 근무자를 대상으로 검체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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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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