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인제대학교가 교직원을 상대로 총장 명의의 인사말과 함께 인제사랑기금 기부 약정서를 이메일로 발송해 교수평의회와 노조가 잇따라 논평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교수노조도 이 대열에 가세했다.
23일 교수노조는 ‘구성원 부채감 조성으로 책임회피 하지 말고 참여예산제를 실시하라’ 고 논평을 통해 촉구했다.
노조는 “교수가 학교를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학교 경영이 비교적 좋았던 시기에도 교수들은 학과(부)기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자발적인 형태로 학교 발전을 위해 유무형의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이번 사태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의 문제가 인제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며 인제대의 위기가 재정이 문제인지 아니면 비전과 민주주의 부재가 문제 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교수평의회와 교직원노조도 논평을 통해 사실상 총장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퇴진론까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교수노조는 “인제대가 가진 위기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 등록금 수입에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며, 병원 적자를 이유로 대학 전입금을 삭감한 법인이 지난 7년간 매년 수백억의 흑자를 냈음을 생각할 때 재단의 위기 또한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기금모금 약정 요구는 “교수들의 자발성을 모독한 것이고 사실상 월급을 자진 삭감하라는 것이다. 인제대 교수는 오래전부터 잘못된 급여 산정의 결과로 엄청난 기금을 냈고, 현재는 사라진 논문 게재료와 논문 인센티브로도 발전기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모금이 의미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학이 처한 문제는 재정 위기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총장의 경영 능력 부족에서 발생한 문제를 교직원의 몫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보직을 신설했고, 곳곳에서 삭감한 연구비를 퍼스트 이니셔티브란 특정 연구분야에 몰아준 것도 모자라 납득 못할 거액의 컨설팅비를 지출했다”고 나열했다.
노조는 총장은 일방적으로 예산 지출을 중단시키며 위기라면서 개인의 희생에서 출구를 찾으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일선 교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끌어내는 것이지 이벤트성 기금 모금 홍보가 아니라고 했다.
재단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전입금 중단 등으로 대학운영에 혼란을 주고서는 총장의 배후에 숨어 기금 모금을 종용하며 총장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우선 자기의 책무를 다하라는 말 외에 더 필요한 말은 없을 듯 하다” 고 충고했다.
교수노조는 “인제대학 교직원은 총장이 마음대로 빼내는 아랫돌이 아니다. 대학 경영과 관련해 구성원의 협조를 구하고 싶으면 모든 구성원에게 예산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청취하며, 구성원들과 기관들이 스스로 필요 예산을 편성하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참여 예산제를 실시하자” 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번을 기회로 2021학년도 예산부터 시작해 일선 교직원의 의견을 듣는다면 강제적인 기부금 모금 없이도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며 인제대 구성원들은 충분히 그만한 역량이 있다. 반복하거니와 민주적 방식이 더딜지라도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길이다. 기부금 모금을 진행할 곳은 대학 내부가 아니라 대학 바깥” 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선출직 총장에 대한 후유증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대학 측은 지난 19일 본관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인제사랑 기금 모금 캠페인 선언식'을 했다.
대학 측은 이날 선언식에서만 기부금 1억 4700만 원을 모으는 성과를 얻었다. 전민현 총장 3000만 원을 시작으로 이범종 교학부총장, 이병두 의약부총장, 조형호 대외부총장, 이대희 대학원장이 각각 1000만 원씩 기부를 약정했다. 간호대학 김혜령 학장과 박남희 교수를 비롯한 교수들도 5600만 원을 기부해 감사패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학교 측은 “기금 모금과 관련, 교수들과는 개별 면담을 직원들은 행정부서장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일방적인 모금 강요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심지어 학교노조는 논평에서 조합원들에게 “총장에게 줄을 서고자 하는 사람과 인사와 승진에 불이익을 당할까 무서운 내부구성원은 앞 다투어 발전기금을 약정할 수도 있을 것” 이라며 학교 측에는 마녀사냥을 멈출 것을, 교직원에게는 “현혹되지 말자”는 내용까지 담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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