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을 제안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박 원장은 전날 스가 총리와 회담에서 새로운 한일 공동 선언을 한일 양국 정상이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박 원장은 이 선언이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성공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의중도 내비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박 원장이 언급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당시 오부치 총리는 일제 식민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준 것을 사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을 모색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 선언으로 역사 인식에서 비롯돼 깊어진 양국 갈등이 봉합됐다. 당시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으로 선언을 지켜본 박 원장은 현 시점에도 한일 정상들이 공동선언이 악화된 한일 관계 흐름을 되돌리는 데에 유효하다는 견해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스가 총리와의 회담 뒤 박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안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며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오지는 않았다"면서도 이 같이 말해, 실타래처럼 꼬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실무적으로 해소하되, 양국 정상들의 정치적 화해로 한일 관계에 전환점을 만들자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원장의 제안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선언에 따라 한일 간 현안이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현실적이지 않다"며 "실현될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스가 총리도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의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이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관계를 되돌리려면 쟁점인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한국 정부가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박 원장이 제안한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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