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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상 시대 '사이비 과학'의 활개, 진짜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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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상 시대 '사이비 과학'의 활개, 진짜 원인은?

[안종주의 안전사회] 라돈 마스크 사태는 원안위의 직무유기이자 무능 표본

지난 2일 SBS가 단독기사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기능성 마스크 가운데 음이온 방출 기능이 있다고 선전한 제품에서 방사능 측정 결과 라돈의 한 종류인 토론만 1천700베크렐이 넘게 나왔다고 보도했다.

실내 라돈 권고치가 148베크렐 이하이므로 이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다. 이런 마스크를 좋다고 몇날 며칠 또는 몇 주 내지 수개월간 쓰고 다니면 방사성 발암물질이 우리 몸 깊숙이 들어와 폐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이다.

2년 전 라돈침대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우리 사회가 얼마나 홍역을 앓았던가. 수만 개에 달하는 라돈침대 수거와 방사능 물질인 라돈 함유 부위 해체를 둘러싸고 정부는 엄청난 곤욕을 치렀다. 또 천안과 당진 등 라돈 침대를 쌓아두었던 지역에서는 시위와 농성이 잇따랐다.

우리 사회는 그런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을 개정해 모든 생활 제품에 라돈과 토론 등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그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 원전 안전에만 신경을 썼지 생활 방사선 안전 문제는 강 건너 불로만 여긴 것이다.

방사능 마스크. 일회성 돌출 사건으로 넘기면 안 돼

항균·음이온 방사능 마스크 사태는 그냥 허투루 여기고 넘길 일회성 문제가 결코 아니다. 왜 우리 사회는 세균 때려잡기에 골몰하는가? 또 감염병 유행 등을 틈타 사이비과학 제품이 고개를 들고 활개를 쳐도 정부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는가? 기자가 그 실태를 파헤칠 정도인데 많은 인력과 예산을 지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왜 매번 뒷북을 치고 있는가?

라돈 침대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장기간 방사능 침대를 사용해 상당량의 방사성 발암물질을 들이마셔 건강 위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나 역학조사를 했어야 하는데 눈감고 말았다. 이 때문에 올 들어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라돈 침대 방사능 피폭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건강 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으니 지방정부가 나서 하고 있는 것이다. 뭔가 잘못됐다. 라돈 침대 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것은 물론 늑장 대응에다 사후 조처마저 너무나 부실했던 원안위는 이번 항균·음이온 마스크 사건으로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삼류 정부기관으로 전락했다. 적어도 생활방사선 안전과 관련한 한 음주 운전 내지 무면허 운전을 하고 있는 원안위를 뿌리부터 바꾸어야 한다.

라돈 마스크 사태는 원안위의 직무유기이자 무능 표본

방사능 마스크를 인터넷에서 아무 제제 없이 팔고 있는 사태가 불거지자 주무부처인 원안위는 지난해 법 개정 이후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 위반을 단속해 처벌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글자 몇 자만 두드리면 알 수 있는 것을 그동안 눈감았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요 무능이다.

2년 전 라돈침대 사건이 떠들썩했을 때 원자력의학원 고위 관계자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마련한 라돈 침대 현안 조사 간담회에서 라돈 침대 사용자에 대한 건강조사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하지만 그 뒤 어찌된 일인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혹 원자력안전위원회 또는 그 윗선에서 반대해 무산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코로나19를 틈타 가짜 기능성 마스크를 비롯해 사이비 과학 또는 별 의미 없는 기능을 가지고 소비자를 속이는 업자와 제품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와 단속, 그리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해야 한다.

방사능 마스크 시판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고 인터넷에서 항균 마스크란 열쇠말을 치니 구리 항균 마스크, 항균마스크 필터, 은나노 항균 마스크, 라돈 마스크, 음이온 마스크, 구리 섬유 마스크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살균 또는 항균 기능을 강조하는 각종 제품과 면역 증강 내지는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선전하는 식품과 건강기능식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정부 당국에서 이를 단속하거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조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손이 미치지 않는 상품들이 버젓이 인터넷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코로나19 틈타 엉터리 효능 식품과 제품들이 넘쳐나 단속 시급

그동안 비타민제제와 녹차, 홍삼 제품 등이 문제가 됐다. 또 살균 터널과 구리이온 함유 필름 등이 비판받기도 하고 효과 여부를 가리는 조사 대상이 되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 유행병이 돌면 이를 틈타 엉터리 효과를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사이비과학을 교묘하게 숨기고 과학적 근거를 가진 상품처럼 선전하는 사례가 많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져 우리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었다.

라돈침대와 가습기살균제 사건뿐만 아니라 이온수, 자화수, 육각수, 알칼리수 등 각종 기능성을 내세운 먹는샘물 등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힌 대중은 세균을 죽이거나 몸에 좋다고 선전하는 제품이 나오면 혹시나 하고 이를 구입해 사용하려는 욕구가 발동한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런 제품에 의존하다 외려 예방은커녕 치료 시기도 놓칠 수 있다. 돈을 허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제품과 상품들은 대개 특허와 미국 식품의약품청 허가 운운하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안전성과 실제 인체 효능을 보장받지 않았다. 정부는 방사능 마스크 제조·유통 사건을 계기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맞아 엉터리 효능을 선전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일제 조사와 단속을 벌이기를 바란다.

또 경기도가 라돈침대 사용자 가운데 잠재적 피해 가능 대상자들의 신고를 받아 조사하고 있듯이 원안위 등 정부 당국은 라돈 마스크 사용자에 대해서도 신고를 받아 일제 건강 피해 조사를 벌이고 명단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을 틈타 교묘한 상술을 부리고 있는 업자들은 보호할 가치가 전혀 없다. 이런 사이비과학 산업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 활성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단속 행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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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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