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11월3일) 6일전인 28일(현지시간)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집중유세를 펼치며 일부 경합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하거나 급속히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를 근거로 한 대부분의 전망은 "2016년처럼 트럼프의 대역전 가능성은 희박하다"이다. 유일한 변수는 대선 당일 현장 투표에서 '트럼프 지지표 결집'이 얼마나 거세냐다.
하지만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도 약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와 미국 주류 언론들의 분석이다. 만일 또 대역전이 벌어진다면, 여론조사나 미국의 주요언론들의 보도가 왜곡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신뢰도 상위권 여론조사기관들이 내놓은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바이든은 오차범위를 넘는 두자릿수 안팎의 차이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공동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54%의 전국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42%)을 1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내 최대 격차"라는 이런 여론조사대로라면 바이든의 승리가 확실하다.
하지만 미국 대선은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확보로 결정되는 독특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아직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50개 주 중 득표율대로 선거인단을 배분하는 두 곳을 빼고 나머지 주에서는 1표라도 더 얻는 사람이 그 주에 배정된 모든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은 전국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된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곳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은 승부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 오락가락하는 경합주(Swing States)들에 후보들의 유세가 집중되는 이유다. 경합주로 보통 10개가 거론되지만, 그중에서도 이번 대선 D-6 시점에서 승부를 가를 '6대 경합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 미시간(16명), 펜실베이니아(20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등 6개 주다.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가 승부처"
그런데 코로나19 확진 뒤 유세를 재개한 지난 12일만 해도 트럼프는 플로리다 지지율에서 평균 3.5% 포인트 뒤지고 있었지만, 선거전문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종합한 지난 28일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에서 트럼프가 48.2%로 바이든을 0.4%포인트 앞섰다. 플로리다에서 지지율 역전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플로리다는 미국 대선의 승부를 가르는 경합주 중에서도 다른 경합주까지 판세에 영향을 주는 '핵심 경합주'로 "플로리다 주의 승자가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곳이다. 실제로 1996년 이후 플로리다에서 이긴 사람이 계속 대통령이 됐다.
2016년에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총 득표수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에 300만표 가까이 앞섰지만, 플로리다 등 경합주 6곳에서 모두 패하면서 역전패했다. 플로리다에 이어 가장 중요한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만이라도 이겼으면 클린턴의 승리였지만, '플로리다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클린턴은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모두 선거일 전날까지 줄 곳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었지만, 1퍼센트 포인트도 안되는 표 차이로 뒤집어졌다.
이와 관련, 선거예측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6대 경합주 중 인종 등 유권자의 배경이 다양한 펜실베이니아를 승부처로 보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분석에 따르면, 4년전 클린턴은 미시간에서 4포인트, 위스콘신에서 5포인트 앞섰지만, 1 포인트도 안되는 차이로 진 반면, 바이든은 위스콘신에서 7포인트, 미시간에서 8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문제는 펜실베니이아다. 바이든은 5.1포인트 앞서고 있다. 4년전 펜실베이니아에서 3.7포인트 뒤지던 트럼프가 0.7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4.4포인트의 오차가 난 것이다. 그래서 펜실베이니아에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슬아슬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지지율 추세로 볼 때 바이든보다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반드시 이겨야 당선 가능성이 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질 경우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은 2%에 불과하다.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지더라도 당선될 확률은 30%에 달한다. 안심할 확률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4년전 예측된 당선 확률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들의 지지성향만 봐도 바이든이 크게 유리하다. 28일을 기준으로 사전투표자가 7000만 명을 넘었섰다. 2016년 사전투표자 47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고 1억 3000여만 명어었던 전체 투표자의 절반도 넘어섰다. CNN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의 64%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34%를 얻는데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우편투표 문제로 대선당일 당선이 결정되지 않을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연방 대법원이 우편투표의 송달 마감시한을 주마다 다르게 판결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어 펜실베이니아는 대선 3일 뒤인 6일까지 인정한 반면 위스콘신의 경우 대선 당일 투표 종료시점인 오후 8시까지 도착해야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민주당은 우편투표의 마감시한을 늘려달라며, 공화당은 선거 당일까지만 유효표로 반영해달라며 각각 소송전에 나섰다.
여론조사와 달리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28일(현지시간) 갤럽 선임 고문 크리스토스 마크리디스 미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와 오하이오주 우드 카운티의 공화당 의장인 조너던 야쿠보스키는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여론조사를 믿지 마라-트럼프가 승리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여론조사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여론조사가 대상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표본 설정 등의 문제가 있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제프리 건들락도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처럼 예상을 뒤엎고 승리할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말라고 주장했다. 건들락은 지난 2016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해 화제가 됐던 월가의 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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