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지원 목적으로 2400억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채권을 발행했다. 산업은행은 기안기금의 집행자이자 감독자이며 아시아나항공의 주 채권자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지난 9월 기안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총 2조4000억 원의 기안기금 지원을 받게 된다.
산업은행이 채권을 발행한 날,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하청사인 아시아나케이오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 촉구 천막 농성'을 하고 있었다. 기안기금 지원이 하청 노동자 고용유지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셈이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이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22일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이 자신들의 복직과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 고용 유지를 위해 책임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해고자들의 농성은 이날로 161일이 됐다.
이들은 "기안기금이라는 국민 혈세의 투입은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 모두의 고용과 생계 유지로 이어져야 한다"며 "산업은행이 기안기금 1호 수혜자인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 고용 유지를 위한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 6명은 지난 5월, 회사의 무기한 무급휴직 조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당시 노동자들은 순환 무급휴직 혹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통한 유급휴직을 제안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지난 7월 서울과 인천 지노위는 '회사가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들 6명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흘렀지만 해고자들의 복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이 결정되고 첫 채권이 발행됐다.
수열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아시아나 항공이 정책금융 지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2019년 3월에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회생을 위해 1조6000억 원의 정책금융 지원을 했고,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원 받은 정책금융을 합치면 5조원에 가까운 국민 혈세가 금호와 아시아나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수열 국장은 "그간 금호와 아시아나에 총 5조원의 정책금융을 투입한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시기 하청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일자리 유지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의 핵심이라고 했던 대통령의 말이 진심인지, 산업은행이 기안기금을 위기 대응의 목적에 맞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해고자 중 한 명인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절박한 마음에 마지막 희망을 품고 산업은행을 찾아왔다"며 "산업은행이 코로나 재난 시기 아시아나항공 하청 노동자의 부당해고 사태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고 입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사용자도 정부도 하청 노동자의 부당해고를 외면하는 사이 길 위에서 겨울을 맞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재난 시기 하청 노동자의 고용 유지와 원직 복직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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