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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2공항, 그리고 춘천 레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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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2공항, 그리고 춘천 레고랜드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28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제주 이주대열의 마지막 줄에 서다

우리 가족은 4년 전 제주도로 이주했다. 계속 올라가는 주거비, 3살짜리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도록 했던 미세먼지, 숨이 막히는 교통체증 등 팍팍한 수도권 생활에 지친 우리는 수도권을 벗어나 살기로 하고 어디에서 살아갈지 이곳저곳을 알아보았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이 제주시 외곽의 농가에서 공동체 생활을 할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우리는 2016년 5월 제주도민이 되었다.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SNS에 올렸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좋아요’가 달렸다. 사람들이 이정도로 제주에 관심이 많은지 몰랐다. 2016년은 제주 이주 열풍의 끝자락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 가족도 이 이주대열의 마지막 줄에 서게 되었다.

애월의 오래된 시골집에서 일상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인구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주민과 관광객이 이례적으로 제주를 찾아오면서 땅값이 급등했고 이곳저곳에서 난개발이 시작되었다. 교통체증이 심해졌고 쓰레기가 넘쳐났다. 이주민의 한 사람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난개발을 막고 제주를 지키는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필자가 제주로 이주하는 당일 비행기 안에서 떠나가는 김포공항 부근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이효성

거대한 모순, 제주 제2공항

제주 제2공항은 제주 난개발의 최정점에 있는 건설사업이다. 건설의 명분은 넘쳐나는 관광객을 안정적으로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큰 모순이 발생한다.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제주의 자연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그러하기에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제주의 자연을 잘 보전해야만 한다. 하지만 제주 제2공항은 제주의 자연을 엄청나게 파괴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다. 따라서 공사를 강행하면 제주는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와 원희룡도정은 관광객 유치를 한다면서 관광객이 제일 보고 싶어 하는 제주의 자연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3년간의 제주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춘천 레고랜드테마파크(이하 레고랜드) 문제다.

강원도의 제2공항, 레고랜드

강원도 춘천 중도라는 섬에 건설하려고 하는 레고랜드는 강원도정이 세계적인 선사유적지인 중도의 유물을 파괴하고 온갖 불법 비리를 저지르면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이다. 중도는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의 유물이 쏟아지는 세계 최대의 선사유적지로서 현재까지 9천여 점의 유물과 선사시대 집터 1천266기, 선사시대 무덤 149기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강원도정은 발견된 유적들을 막돌 굴리듯 한쪽 구석에 치워버려 복원할 수조차 없게 만들어버리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유물이 무궁무진한데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으려 한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강원도정은 레고랜드 부지를 100년간 영국기업인 멀린사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건설 감독 권한도 내어주는 등 온갖 특혜를 주었다. 그러나 멀린은 레고랜드 건설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강원도정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불명확한 사업 주체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다.

▲레고가 빗살무늬토기를 부수고 있는 포스터 ⓒ (출처_반크)

모두가 외면한 지역주민의 삶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좋은 명분을 가지고 지역경제와 동시에 지역주민의 삶을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면서 지역의 유산을 파괴하고, 지역주민을 위한다면서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제주도의회와 강원도의회는 이러한 난개발에 동조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국가의 문화와 자연유산을 보전해야 할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도, 의원들도 아무도 지역주민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국가는 국가의 문화와 환경유산을 잘 보전하고 국민의 삶에 관심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의 삶을 위해 나서야 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임을 천명하며 출범한 정부이다. 그렇다면 단기이익에 눈먼 개발세력들보다 보편적인 의미의 국민, 더 아래에 있는 국민, 더 나중에 올 국민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난개발에 찬성하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방관 내지 부추기고 있다. 참으로 씁쓸하다.

▲필자가 레고랜드 토론회에 나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춘천MBC 화면 갈무리

난개발반대 지역주민연대를 만들고 싶다

제주도에 살기 전까지는 제2공항 문제를 몰랐다. 강원도에 살기 전까지는 레고랜드 문제를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이 두 사안을 알고 이 모두에 반대한다. 그곳에 살면 그곳의 삶이 보인다. 전국 곳곳에서 난개발에 대항해 삶터를 지키는 지역주민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가칭 ‘난개발반대 지역주민연대’라도 만들어야 하나 싶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국민과 함께 살고자 한다면 지역주민을 괴롭히는 전국 곳곳의 난개발 문제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그것이 제주든, 춘천이든, 그 어떤 지역이든.

이효성 레고랜드중단촉구범시민대책위원회 활동가는 지역현안과 진보정치에 관심이 많은 청년입니다. 제주에서는 정의당과 제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서 활동했습니다. 지난해 강원도 춘천으로 이주했고, 레고랜드중단촉구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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