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peak)인가
한국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보다 줄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는 '국가 온실가스 통계관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정했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 수립·점검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2019년 잠정 배출량을 추정하여 함께 공개했다.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확정)은 7억2760만 톤으로 2017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2019년 배출량(잠정)은 2018년 대비 3.4% 감소한 7억280만 톤으로 추정되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1997년~1998년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한국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대비 2490만 톤 감소한 것은 발전과 열 생산 부문의 1960만 톤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석탄 발전량 감소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등이 주된 요인으로 추정된다. 기타(상업·공공·가정 등) 부문에서도 210만 톤 감소했는데, 이는 따뜻한 기온으로 난방용 연료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효율성을 파악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과 인구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온실가스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지만, 주요 국가들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peak)을 찍은 후 줄곧 하락 추세다. 미국은 2007년, 일본은 2004년, 독일은 1991년, 프랑스는 1979년, 영국은 1971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다. 1인당 배출량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국가들은 1970년대에 정점을 지났으며, 일본은 2004년에 정점을 기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GDP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은 2000년대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와 영국, 독일, 일본, 미국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OECD 국가의 GDP는 1990년 대비 2.6배 상승했으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7년 이후 점차 감소해 2017년 배출량이 1990년과 유사한 수준이 되었다.
2020년 목표 달성 불가능, 2030년은?
한국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줄었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4300만 톤(배출전망치 7억7610만 톤 대비 30% 감축 목표)으로 감축하겠다고 2014년에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20년에는 2019년 7억280만 톤보다 1억5980만 톤을 줄여야 하며 이는 2019년 배출량 대비 22.7%를 감축해야 한다는 얘기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것을 기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5억3600만 톤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추세가 계속되어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260개 전체 사업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사업은 97개로 37%에 불과하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을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목표는 18.5%에 불과하다.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한국 정부가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인데, 이마저도 달성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우선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들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과감한 석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좌초자산 위험이 대두되고 있는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결정도 필요하다. 최소한 OECD 국가 평균 수준의 석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주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의 개편도 시행되어야 한다.
탈동조화 경로와 2050년 탄소중립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찍고 탈동조화 경로를 이행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 및 분석하고 국내 적용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강한 탈동조화 단계의 국가들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바꾸거나, 제조업 기반을 유지하되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유형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경우 탄소집약도가 높은 제조업 경제에서 탄소집약도가 낮은 서비스 기반 경제로 전환됐다. 제조업 비중이 1970년대에 20%였으나 2018년에는 10.1%로 낮아졌다.독일은 2014년 배출량이 1991년 대비 26% 감소했으나, 제조업 비중은 1991년 23.8%에서 2018년 23.2%로 탈공업화 없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다.
주요 OECD 국가들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교역 상대국의 환경규제가 상품뿐 아니라 제조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자동차 판매사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설정하고 초과 배출량에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고,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국제 무역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2050년 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하거나 RE100을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해외 석탄사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도 당장 금지해야 한다. 한국은 해외에서 석탄발전에 투자를 계속하면서 전 세계적인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현재 OECD 국가 중 해외 석탄사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국 대다수의 민간 및 공적금융은 공식적으로 석탄투자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최근 석탄화력발전 투자계획을 확정하는 등 한국은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올해 말 유엔(UN)에 제출 예정인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에는 '탄소중립' 선언과 정책 방안이 담겨야 한다.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세계의 공장' 중국마저 최근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가 선언을 피할 길은 이제 없어졌다. 국회는 지난 9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상반기 정부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93.2%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30년 단기 목표를 2050년 장기 목표에 맞게 강화해나가는 과정과 논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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