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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 대신 침방울, 드라이브스루 대신 승차진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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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 대신 침방울, 드라이브스루 대신 승차진료 어때요?

[안종주의 안전 사회] 한글날, 코로나 용어를 톺아보다 3

새말모임이 애써 다듬은 말들을 우리 언론은 보도 때 모범적으로 반영하고 있는가. 매우 궁금하고 중요한 대목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열쇠말(키워드)을 넣어 직접 조사를 해보았다. 먼저 의사환자를 대체한 의심환자는 대다수 언론이 잘 쓰고 있었다. 하지만 진단키트는 진단도구 모음이 아니라 여전히 진단키트로 쓰고 있었다. △‘코로나 진단키트도 싹쓸이한 美’(2020.08.28.|한국경제) △한국 정부, 방글라에 코로나19 진단 키트 등 9억원 상당 지원(2020.08.28.|연합뉴스) △'우후죽순' K-진단키트, 수출 기상도 '흐림'(2020.08.15.|노컷뉴스)

비말 또한 대다수 언론사가 새말모임이 다듬은 침방울로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비말’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비말 차단 효과 없다?"..망사마스크 믿고 산 소비자들 '불안'(2020.08.28.|MBN) 일명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전문가들 "비말 최대 8m 이상 확산"(2020.08.29.|세계일보) △"거리두기 2m? 코로나 비말 8m까지 날아간다"(2020.08.28.|조선일보) △비말 차단 마스크 700~800원대..KF 생산량 감소(2020.08.04 | 뉴시스) △유한킴벌리 '비말차단용 마스크' 내놓는다(2020.07.02 | 파이낸셜뉴스). 비말보다는 사용 빈도가 낮기는 하지만 일부 언론은 침방울이란 다듬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침방울 차단 마스크 수급 부족..정부 공적 판매 '고심'(2020.07.07 | YTN) △‘침방울 차단' 마스크..오늘부터 편의점 판매(2020.07.01 | MBC)

코호트 격리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언론은 제목이나 헤드라인에서 ‘코호트 격리’란 원어를 쓰고 있었다. 극히 일부 언론은 기사 본문에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식으로 병기하고 있다. △하남시 햇살 병원 확진.. 코호트 격리 조치 및 전수검사(2020.08.29 | 오마이뉴스) △'수원행복한요양병원' 간호사 확진..3층 병동 코호트 격리(.2020.08.28 | MBC) △'수원행복한요양병원' 간호사 확진..3층 병동 코호트 격리(2020.08.28 | 연합뉴스) △수원서 요양병원 간호사 확진…3층 병동 코호트 격리(2020.08.28.| 중부일보). ‘새말모임이 코호트 격리를 대체할 다듬은 말로 동일집단 격리를 제시한 때가 2020년 3월 2일인데 9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언론보도에서는 코호트 격리가 동일집단 격리를 누르고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도 비슷한 처지이다. 언론 가운데 ‘드라이브 스루’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여전히 상당하다. ‘승차진료’라고 표기하거나 말하는 언론사도 제법 많은 편이고 ‘드라이브 스루’와 병기하는 경우도 눈에 많이 띈다. 그 정확한 사용 빈도를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찾은 시민들(2020.08.28 | 뉴시스) △강풍에 운영 중단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2020.08.27 | 연합뉴스)와 같이 여전히 ‘드라이브 스루’가 다수 언론사와 언론인의 응원을 받으며 ‘승차진료’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우열을 다투고 있다.

6월 9일 취합 선별 검사란 용어로 대체토록 권고가 이루어진 풀링 검사는 이 용어 자체가 언론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지 않아 그 뒤 눈에 많이 띄지는 않는다. 다듬은 말 ‘선별 취합 검사’는 새말모임에서 용어를 바꾸어주도록 요청했다는 보도 때 잠시 등장했을 뿐이다. 언론은 여전히 △강북구 데이케어센터 '풀링 검사' 양성, 개별검사에선 모두 음성(2020.07.09 | 연합뉴스) △'쿠팡 집단감염의 교훈'..고위험 사업장 9천 명, '풀링검사' 실시(2020.06.19 | KBS) △서울시 '풀링' 선제 검사로 '무증상 확진' 확인 홍보했다가..(2020.07.09 | 뉴스1) 등 ‘풀링 검사’를 기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의 다듬은 말 ‘코로나 우울’도 정부의 '정책브리핑'에서는 모범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언론은 이 두 용어를 두루 쓰고 있다. 일부 언론은 ‘코로나 우울’을, 또 다른 언론은 ‘코로나 블루’를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 우울 물렀거라~~(2020.08.24 | 중부뉴스통신) 인△천시, 마음건강 상담 받고 "코로나 우울" 극복해요(2020.08.18 | 뉴시스) 등에선은 ‘코로나 우울’을 사용한 반면, △PC방·헬스장이 집에 들어왔다, 코로나 블루 이기는 사람들(2020.08.28. | 중앙일보) △"SNS로 정보 보지마세요"..'코로나 블루'서 탈출하는 방법(2020.08.29 | 한국경제) 등에서는 ‘코로나 블루’란 말을 쓰고 있다.

코로나 쉬운 용어 사용 최악의 부처는 외교부

새말모임이 코로나19 관련 용어 가운데 원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새로 다듬은 말을 쓰도록 요청한 것을 거의 모든 언론들이 그 사실을 보도를 통해 다루었음에도 자신들은 무시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듬은 말이 외려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면 된다. 하지만 그런 비판을 한 언론은 지금까지 없었다.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듬은 말을 충실하게 사용하거나 적어도 과도기에는 병행해서 쓰다가 적절한 시점에 가서 다듬은 말을 사용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상식은 우리 언론에서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팬데믹은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으로 바꿔 사용해야 하지만 글자 수를 매우 축소할 수밖에 없는 제목이나 헤드라인에서는 ‘팬데믹’으로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조차 팬데믹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는 얼마나 코로나19 관련 용어를 다듬은 말로 사용하고 있을까. 국어연구원을 직접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잘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백신·치료제 개발 등에 깊숙이 관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어떨까?

<동아사이언스>는 8월 19일 ‘과학용어는 먼나라 말 (1)정부 발표 따로 국민 이해 따로...어렵고 난해한 코로나19 용어’란 제목의 기사에서 △팬데믹 진정 이후에도 기술개발 지원’ (7월 9일자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처 공동 보도자료) △‘진단키트·치료제·백신 등 R&D 협력체계 가동’ (6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등을 소개하며 정부 스스로 정부가 권장하는 용어가 아닌 ‘팬데믹’ ‘진단키트’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나쁜 정부부처는 외교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팬데믹을 '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쓰기를 권고한 3월 10일 이후에도 정부 부처가 팬데믹이란 용어를 쓴 경우가 71건이었으며 특히 외교부는 팬데믹이란 말을 18번이나 쓰면서 단 한 번도 다른 다듬은 말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부처에 등극했다.

<동아사이언스>는 설문조사업체인 '오픈서베이'에 맡겨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부터 7월 28일까지 발표한 정부 보도자료와 브리핑에서 자주 활용되는 관련 용어 10개를 추렸다. 진단키트가 285건, 언택트 189건, 워킹·드라이브 스루 122건, 팬데믹 76건, 지표환자 73건, 비말 46건, 코호트 32건, 풀링검사와 글로브월이 각각 11건, 에어로졸 1건 순으로 자주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환자(첫 확진자), 풀링검사, 글로브월은 인지도 낮아

이들 용어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지도와 이해도를 20대부터 50대까지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 방식으로 지난 7월 29일부터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관련 사용량이 많은 10개 용어 중 5개는 일반인들이 평소 들어본 적이 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표환자(첫 확진자)나 풀링검사, 글로브월 3개 용어의 경우 인지도가 15%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도는 들어본 적이 있다는 뜻이고 이해도와는 별개다. 사실 인지도보다는 이해도가 감염병 소통에서는 더 중요하다. 인지도가 높았던 진단키트와 비말, 워킹·드라이브 스루의 경우 이해도가 각각 90.8%과 81.6%, 75.3%였다. 용어의 이해도가 70% 이하인 나머지 7개 용어 가운데 2개 용어가 50~60%대, 다른 2개 용어가 30%, 나머지 3개 용어는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자주 쓰는 코로나 용어 가운데 절반 넘게 이해하는 용어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응답자들 가운데 정부가 자주 쓰는 코로나 용어가 ′매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18.3%, ′조금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60.7%로 나타나.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19 관련 용어를 어렵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졌고 연령대가 30~50대여서 만약에 젊은 연령층에 견줘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은 60대 이상을 인구구성에 맞게 포함했더라면 용어 인지도와 이해도가 훨씬 더 낮아졌을 것이다.

지표환자와 풀링검사와 같은 어려운 한자말이나 영어 등이 아니라 첫 확진자(환자)나 취합선별검사와 같이 새말모임이 다듬은 말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10개 용어를 다듬은 말로 바꿔 이들에게 제시한 결과 이해가 훨씬 쉬워졌다는 응답이 66.9%, 약간 쉬워졌다는 응답이 21.4%로 나타나 10명 중 9명이 이해하기 더 쉬워졌다는 의견을 보였다. 당연한 결과다. 새말모임이 애써 만든 말을 가지고 언론이 소통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문가집단이 어려운 용어와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한자말이나 영어 따위를 쓰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표적인 부문이 과학기술·의학과 법률 등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 감염병은 전문가 처지에서 용어를 만들고 전달할 일은 결코 아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일반시민들에게 효과적이고 올바르며 신속한 소통으로 감염예방 지식을 무장하게 만든 뒤 감염병 전파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알기 쉬운 용어는 핵심 구실을 한다. 전문가와 전문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정부와 언론 등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고집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더블링(doubling)은 배가(倍加) 또는 배증(倍增)으로

코로나19바이러스는 끈질기게 자손을 퍼트리고 있다. 감염병 유행을 끝내기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언론은 계속해서 이 감염병에 대한 보도를 이어갈 것이다. 또 새로운 용어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2020년 8월 중순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심각하게 재확산이 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3단계로 높이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면서 ‘더블링’이란 새로운 용어가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다음은 8월20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사회자와 출연 전문가가 나눈 대화이다.

정관용 :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기 위한 조건이 어떻게 되죠?

이재갑 : 일단 2주간의 평균 발생자가 100~200명 정도 돼야 되고요. 그 조건이 아니어도 일주일 동안 2번 해서 더블링이라고 그러죠. 2배로 확진자가 증가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일단은 이제 중수본, 중대본 그 다음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신중하게 결정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도 ‘더블링’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대규모 유행 땐 발생 어려운 '더블링'..거리두기 격상 고려 조건(2020.08.27 | 뉴시스) △전문가들 "3단계 상향해야..더블링 기다리는 건 말 안 돼"(2020.08.23 | 동아일보) 등 많은 언론이 8월 중순 이후 이 용어를 보도에 사용했다. △週 2회 더블링 올 뻔 .. 아슬아슬한 거리두기 3단계(2020.08.20 | 문화일보)

사전에서는 더블링(doubling)이 배가(倍加) 또는 배증(倍增) 등을 뜻한다고 돼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더블’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다. 과거 택시 합승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밤늦게 귀가해야 하는 손님은 택시 잡기가 쉽지 않으면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며 ‘따블’ ‘따따블’이라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더블 또는 더블링은 ‘더블 플레이’ ‘더블 스코어’와 같은 야구 등 스포츠 용어로도 많이 쓰이고 있으며 거래, 녹음 등에서도 쓰이고 있다.

감염병 관리에 용어도 매우 중요

하지만 코로나 감염병에서 쓰이는 ‘더블링’은 생소한 것이어서 일반인들이 이 말을 듣고 단박에 이해하기 어렵다. 이 말 앞에 설명해주는 수식어가 있거나 글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를 친절하게 곁들여주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정을 할 때 하루만에 신규 확진자가 2배 이상 증가하는 일이 1주일에 두 차례 이상 있을 때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도록 하고 있다. 2배로 늘어나는 것을 ‘더블링’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배증 또는 2배 증가가 곧 더블링이다.

코로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감염병 관련 용어도 계속 나오고 있어 언론이 유의해야 할 일은 많다. 다듬은 말은 그 용어가 담고 있는 내용이 최대한 잘 녹아 있어야 한다. 쉬우면서도 동시에 정확성을 담보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글자 수도 되도록 원어보다 짧거나 비슷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만든 것을 정부가 솔선수범해 쓰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쓰기를 권고하는 것은 마치 도둑이 도둑질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언론은 이해하기 쉽고 소통에 편리한 우리말을 지키고 퍼트리고 감시하는 종합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감염병 관리에서 용어 또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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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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