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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뉴스와 한글날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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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뉴스와 한글날 유감

오늘은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종대왕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2005년부터 국경일로 승격하였고, 2013년부터 공휴일로 지키고 있다. 1926년 11월 조선어학회에서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이라고 해서 기념일로 지킨 것에서 유래하였다. 1928년에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었고, 1945년부터 <훈민정음> 원본 말미에 적힌 날짜에 근거하여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해서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1949년부터 공휴일로 지정하여 지켜왔으나 1982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하여 기념일에 포함되었고, 1991년부터는 공휴일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2005년<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국경일로 승격되었다가, 다시 2012년에 공휴일로 되고 2013년부터 공휴일로 지켜지고 있다. 올해는 574돌이 되는 해이다. 1443년에 창제되고 1446년에 반포되었으니 근 600 년에 가까운 세월을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담은 글로 함께 해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한글날의 기원과 행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부터는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펼쳐보고자 한다. 조금은 오해가 있을 수도 있으나 글자 그대로 필자가 한국어전공 교수로서 요즘 매스컴에 나타난 우리말의 오·남용에 대해서 말해 보고자 한다. 사실은 오·남용이라고 할 수도 없고 국적 없는 단어들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과거 일제 강점기하에서는 일본식 한자어가 거침없이 들어와서 자리잡았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별 의심 없이 쓰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뗑깡’을 부린다든가, ‘노래 18번’이 무엇이냐고 하는 것도 흔히 하는 일본식 어휘들이다. 그런 것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들어온 것이라 그렇다 치고 요즘 만드는 말들은 가능하면 어법에 근거하여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며칠 전에 뉴스를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드는 단어를 발견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방송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로 유명한 방송사의 뉴스 가운데, “이번 추석 명절에 중요 범죄가 줄었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도 그 내용을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용인 즉 살인, 강도, 성범죄 등이 작년에 비해 줄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쩌다가 ‘중요범죄’가 되었을까? ‘중요’라는 단어는 한자로 ‘重要’라고 쓰고, 그 뜻은 “귀중하고 요긴함”이다. 다시 ‘중요하다’라는 동사를 찾아보면 “귀중하고 요긴하다.”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면 ‘중요범죄’라고 하면 뭐라고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글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귀중하고 요긴한 법규를 어기고 저지른 잘못”이라고 해야 한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것인가? 무슨 놈의 범죄가 ‘귀중하고 요긴하다’는 말인가? ‘중대 범죄’나 ‘잔인한 범죄’라면 몰라도 ‘중요범죄’가 ‘살인, 강도, 성폭력’이라는 것인데, 참으로 세종대왕께서 보신다면 기절하고도 남을 일이다.

실제로 2020년 10월 4일 저녁 뉴스를 잠깐 보자. “(앵커)코로나 사태 속에 맞은 올해 추석 연휴 기간 가정폭력을 비롯해 강·절도 등 증요범죄 일일 발생 건수가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통사고는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라고 하였다. 앵커만 이렇게 말한 것도 아니고 기자 또한 “<전략> 올해는 이동이 줄고 만남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추석 연휴 기간 중요범죄 발생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서 경찰청의 각종 자료를 비교 분석하면서 작년보다 10% 정도 줄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가 이야기 한 ‘중요범죄’란 살인, 강도, 가정폭력 등이다. 이런 범죄는 귀중하고 요긴한 범죄라는 말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표현법이다. 설사 형법에 그렇게 나타나 있다고 할지라도 바르게 고쳐서 표현해야 하는 것이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뉴스이 제목도 가관이다. “BTS ‘다이너마이트’로 지미팰런쇼 피날레”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한국어라고는 ‘~로’라는 조사 하나뿐이다. 오호 통재라. 내가 좋아하는 BTS의 이야기였는데, 한글은 한 글자밖에 없는 뉴스 제목이라니! 물론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는 문장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인가? 한글날에 한국어학과 교수로서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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