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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판도라의 상자’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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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판도라의 상자’ 열다

충북에 ‘특례시’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지자체 간 갈등이 점화되는 양상이다.

▲홍성열 증평군수(가운데)와 김재종 옥천군수(왼쪽), 이상천 제천시장이 6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청주시의 특례시 지정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프레시안(박근주)

충북에 ‘특례시’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지자체 간 갈등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충북도내 9개 시·군 단체장들은 6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행정안전부가 인구 50만 이상 16개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 청주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성명서에 서명한 충북 지자체장은 홍성열 증평군수(충북시장군수협의회장), 김재종 옥천군수(부회장), 이상천 제천시장(사무총장), 조길형 충주시장, 박세복 영동군수, 송기섭 진천군수, 이창영 괴산군수, 조병옥 음성군수, 류한우 단양군수 등이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입장을 유보했다.

특례시란 50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지 시로, 광역자치단체인 도의 지시나 감독에서 벗어나 중앙정부의 직접 지시를 받고, 재정·인사권에서 독자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으며, 주택건설, 도시계획, 도시재개발, 지적 등에서 개발 행위의 결정권을 갖는다. 지방채도 발행할 수 있어 재정 자율성도 높아진다. 청주시가 충북도와 사실상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도라의 상자에 든 것은

이날 9명의 시장·군수들이 낸 반대 성명은 청주시가 추진하는 특례시 지정을 저지하는 데 있다.

청주시 등 전국의 인구 50만 이상 16개 기초지자체가 광역시 지위에 버금가는 특례시 지정을 받기 위해 그동안 100만 이상에서 50만 명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청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조직 확대와 자율권 확대가 수반된다. 도내 9개 지자체는 여기에 재정 특례 권한을 위임받게 돼 지방소득세와 취·등록세 등 지방세 수입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자립도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반면 청주시는 아직 이와 관련한 정부의 방침이나 규정이 정해진 것이 없고, 재정 특례에 대한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 특례란

충북 9개 지자체가 우려하는 재정 특례는 지방소득세, 취득세와 등록세 징수 후 조정교부금 감소다.

모두 도세로 징수돼 지방재정자립도에 따라 충북도내 각 지자체에 일정 비율로 교부된다. 지방재정 자립도가 낮은 곳은 많게, 높은 지자체는 더 적은 비율로 배분된다.

지난해의 경우 도내 11개 시군 지방세 징수 총액 가운데 청주시가 52.3%, 기타 시군이 47.7%를 차지했다. 도내 전체 징수액의 절반을 청주시가 거둬들인 것이다.

반면 전체 징수액의 배분 비율은 청주시 38.5%, 나머지 시군 61.5%였다. 청주시 입장에서는 많이 거둬 적게 받은 셈이다. 나머지 지자체는 반대 상황이어서 청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돼 재정의 독자성을 갖게 되면 곧 지방 교부세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충북도의회로 갈등 확산

충북도의회도 갈라지게 됐다. 청주는 충북도의원 가운데 12명의 지역구가 있다.

여야 비례대표 2명까지 포함하면 14명이다. 사퇴한 보은지역구 의원을 빼면 다른 지역구 의원은 19명이다.

청주시의 특례시 지정이나 반대를 요구하는 도의회의 성명을 채택할 수 없다. 충북의 미래를 둔 가장 중요한 결정에 충북도의회가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특례시의 위상이 커지면서 충북도의회에서의 청주시 출신 도의원의 역할은 줄어들게 된다. 사실상 청주시의 위임사무가 대폭 늘어나면서 충북도로부터 자립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충북도의원이라고는 하나 청주지역 도의원들은 다른 지역구의 사업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격이 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 지위는 얻지 못한 채 지역구와 멀어지게 되고, 결국 청주와 나머지 지역구 의원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북도의 위상 변화

청주시의 특례시 지정은 충북도의 위상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다.

162만 명의 충북도민 가운데 청주시의 85만 인구가 빠져나가면 반쪽짜리 광역단체가 된다.

충북의 중심에 위치한 청주시의 위상 강화는 충북을 지리적으로 둘로 갈라놓을 수 있다. 청주시의 협조가 없으면 광역 발전 계획을 짤 수 없다. 청주시가 독자적 발전 계획을 고집한다면 불가능해서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 논리로 내세웠던 청주·청원 광역 발전 계획 ‘가능’이 이제는 충북 광역 발전 계획을 ‘불가능’으로 만들어 있다.

◇다음 지방선거의 쟁점될 수도

이러한 갈등이 불거져 지속된다면 청주시의 특례시 지정은 다음 지방선거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청주시가 구 청원군과 통합하면서 특례시로 향하는 길을 터놓았고, 그 폐단을 이유로 갈등을 제공하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모두가 더불어민주당 출신 단체장이었다.

◇청주시 입장

청주시는 취득세 등 도세의 시세 이관·조정교부금 조정 등 재정 특례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에서 어떠한 방침이나 규정을 마련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청주시도 재정특례에 대한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 아무 결정된 것도 없는데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충북도와 청주시뿐만 아니라 다른 광역단체와 50만 이상 인구를 가진 시들도 국회에 해당 지역의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자체 간 갈등의 뇌관을 건드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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