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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이미 용량 초과...진짜 이런 제주를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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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이미 용량 초과...진짜 이런 제주를 원하십니까?

[제주도가 환경부장관에게] 19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도대체 왜 바람코지에 공항을

제 고향은 성산포입니다. 부모님이 성산 사람이고, 친가와 외가가 또한 성산사람이니 저는 뼈 속 깊은 성산사람입니다. 하여 사람들은 저를 성산사람이라 칭하고 저도 성산사람이라 소개하는 걸 좋아합니다. 성산은 바람코지((바람을 몹시 받는 곳)입니다. 바람 부는 날이 대부분이라 늘 바람을 맞고 삽니다. 농담으로 내 몸의 8할이 바람이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타향살이 하는 벗에게 가장 그리운 게 뭐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바람이라고 대답해 놀라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성산사람에게 바람은 이미 삶의 일부라 여길 만큼 불가분의 관계라는 반증입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갓 입학하여 애국조회라는 것을 한다고 운동장에 모여 섰습니다. 지금은 체육관이라도 있지만 그때는 비 오는 날이 아니면 기어코 월요일 애국조회를 운동장에서 강행했던 기억입니다. 그날도 바람 속에서 애국조회를 하는데 가벼운 1학년 아이들이 비틀거리며 자꾸 바람에 쓸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6학년들이 한 사람씩 전담하여 1학년들을 붙잡고 서서 겨우 애국조회를 마쳤던 기억이 납니다.

2015년 11월, 난데없이 성산에 공항을 짓는다는 소식을 방송을 통해 접한 성산사람들은 “무신 두령청ᄒᆞᆫ(얼척 없는) 소리를 햄시냐?”고 했습니다. 애국조회 때 아이가 불리는 곳에 공항을 짓겠다고 하니 다들 “장난햄시냐?” 소리가 나올 밖에요. 태풍이 왔다하면 방파제가 부서지는 일은 당연하고, 보수해 놓으면 곧바로 오는 태풍이 다시 부수어버리는 성산 바람 속에 공항을 짓겠다니요? 지금도 제주도에 태풍이 들어서면 가장 피해를 입는 곳이 제주 동쪽입니다. 이번 마이삭, 하이선이 올 때도 파고가 20미터를 넘겼습니다. 바람뿐만 아니라 비도 많고 눈도 많은 곳입니다. 안개도 종종 낍니다. 굳이 통계 수치를 나열하지 않아도 제주도 내에서 가장 기상이 좋지 않은 곳으로 이미 통합니다. 국토부 김태병님께서는 안전을 위해서 제 2공항을 부득불 지어야 한다고 피력하시던데 일상이 바람인 제주도 동쪽 성산포에 공항을 짓는 게 안전한지요?

숨골을 막는 건 숨통을 끊는 거

저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주를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 때문입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제주의 물은 세계 최고입니다. 숨골을 통해 들어간 빗물이 25년(대략 추정하고 있음)을 화산석을 통해 걸러지고 다시 솟는 물이 제주 화산 암반수입니다. 맛도 좋지만 목욕을 하면서도 감촉이 다르다는 걸 타향살이를 하며,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게 됩니다. 수돗물만 틀면 화산 암반수가 철철 나오는 제주의 삶은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보물이고 메리트입니다. 그런 제주 화산 암반수는 ‘삼다수’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물이 되었고, 외국인들도 반하는 최고의 생명수입니다.

그런데 제주 물의 원천인 숨골을 막아 공항을 짓겠답니다. 대부분의 숨골이 동부에 위치해 있다는데, 조사하라 했더니 달랑 8개라 발표해 놓고, 시민들이 찾은 것만 해도 150여개가 넘는, 그 이상일 수밖에 없는 숨골을 콘크리트로 덮겠다니요? 물 없이 어떻게 삽니까? 섬의 생명수를 막아버리겠다는 건 우리의 숨통을 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숨골이 막히면 서서히 물이 부족해 갈 것이고 숨골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들이 홍수가 되어 넘칠 것인데 그런 중차대한 사안을 무시하고라도 지어야 하는 공항인지요? 제주도에 사는 제주도민과 제주도를 찾는 입도객들은 진정 그걸 원하는지요?

▲수산리 수산초등학교 뒤편 진안할망당 신목 ⓒ엄문희

성산은 새들의 천국

제 1올레 코스인 하도 종달을 거쳐 해안도로를 타보신 분들은 보셨을 겁니다, 해변마다 철 따라 색색이 멋진 새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는 것을. 돌담이 이어진 풍경과 더불어 그 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데요. 새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다에서 풍부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고, 습지가 많아 물을 먹을 수 있고 목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름 꼭대기를 좋아하는 송골매(천연기념물) 같은 맹금류들은 순식간에 오름 사이를 이동하며 먹이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요새나 지빠귀 같은 9, 10월에 오는 나그네새들은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 지치면 인적이 드문 오름 꼭대기에서 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곶자왈 우거진 곳은 낯을 몹시 가리는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서식지로 안성맞춤입니다. 환경부에서 귀한 보호종이라는 이름표는 붙여 놓았는데, 제2공항을 지으면 대체서식지 운운 하고 있는데요. 그게 가능한 일인지요? 새들에게 여기 위험하니 딴 데 가서 놀라고 소리칠 겁니까? 강제로 잡아다가 가두어 둘 것입니까? 아니면 지금처럼 공항 주변에 새들을 쏘는 장치를 마련하고 막무가내로 쏘아 없앨 것입니까?

진정 그 귀한 생명들을 쫓아내고 기어코 지어야 하는 공항인지 묻고 싶습니다. 보호종을 정하고 마땅히 지켜야 하는 환경부의 의견을 꼭 듣고 싶네요. 터전은 모든 생명들의 터전이며 생명들은 서로 공존하고 의지해야 삶을 영위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이라 해서 생명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되고, 그런 몹쓸 행태들이 지속된다면 결국 인간을 멸족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환경부는 새들을 조사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번식기인 여름을 피해서 조사해서는 안 되고, 철마다 다르게 오는 철새들을 한 일 년 제주에 상주하며 꼼꼼히 조사해야 합니다. 국토부의 보완 서류들을 환경부는 꼼꼼히, 철저히 살펴야 합니다. 이 사안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는 잘 아실 것이고 환경부는 마땅히 직무를 유기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산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곳

성산일출봉이 세계7대자연경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인 것은 다들 아는 일이지만 특별히 지정 받지 못해도 성산 일대는 훌륭한 자연유산이며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섭지코지부터 온평을 거쳐 신산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걷노라면 늘 보는 성산사람인 저도 숨이 멎곤 합니다. 자연 풍광만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온평리 해안길 속에는 아직도 현지 사람들이 정성들이는 본향당, 할망당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좌정해 계십니다. 역사가 깃든 할망당의 신비한 내력담들은 그 빼어난 풍광들과 함께 반드시 지켜져야 할 문화유산입니다.

고양부 삼신이 짝을 맞은 혼인지, 드러나지 않은 전설이 숨 쉬는 어촌의 삶들, 원형 그대로의 올레가 이어지는 난산 마을, 가족처럼 끈끈한 공동체인 수산 마을, 오름 오름 마다 전해지는 제주적인 삶의 형태들.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전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낼 독특한 문화유산입니다.

그 소중한 것들을 갈아엎고 공항을 만들겠다니요? 제주도가 누구의 것입니까? 관광객의 것입니까? 국토부의 것입니까? 제주도의 주인은 제주도민입니다. 성산의 주인은 성산사람들입니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주인의 허락도 없이 170만평의 생명들과 숨골과 동굴과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그리고 터 잡아 사는 사람들을 몰살하려는 것입니까? 주인의 의사조차 묻지 않고 사전 통고도 없이 방송을 통한 발표라니요? 그 보다 더한 폭력이 어디 있습니까? 언제까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을 탄압하는 국가로 남을 것입니까?

▲긴꼬리딱새, 휘파람 등이 서식하는 말미오름 습지 ⓒ김섬

이미 시작된 갈등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고요? 있습디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해서 저는 기절할 뻔 했습니다. 작년, 아버지 제사 때 오신 친척 중 한 분이 “너네들 50만 원짜리 땅이 200만원이 됐는데 왜 방해 하냐?”면서 언성을 높입디다. 그 분은 수산에 2000평의 땅을 가진 친척이었습니다. 땅을 팔고 싶으시냐고 물었더니 그럴 생각은 없답니다. 그런데도 땅값이 올라 좋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공항이 생겨도 땅값이 오를까요? 공항 주변이 발전하지 못하고, 땅 시세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재 제주공항 주변을 보십시오. 땅값이 오르고 발전했습니까? 바로 붙은 사수동은 하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소음에 시달리며 사는 공항 주변의 주민들은 매물을 내놓아도 잘 나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견디며 산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공항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외도에서도 여름에 문을 못 열어 놓는다고, 비행기 소리에 자는 아기가 경기하며 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오도롱에 터를 살피러 갔던 어떤 분은 5분에 한 번씩 비행기가 배 보이며 머리 위로 날아가 고개 휘두르며 도로 나왔다고 합니다. 공항 옆에 땅값 오를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공항 주변에서 소음에 시달리며 사는 도민들께는 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제2공항이 생긴다고 그 분들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이 아니니 더욱 안타까운 일입니다. 현재 공항의 여러 시스템들을 보완하여 소음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그분들께 더욱 세심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만일에 제2공항이 군사 공항이 되면 주변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민간여객기의 20배가 넘는 군전투 비행기의 소음을 세계의 시차 차이로 밤낮 없이 들어야 할 테니까요. 강정의 바다가 이미 중금속 오염이 심해지고 있는 것처럼 오염은 심해져갈 것이고, 누구에게 하소연해볼 데도 없고 하소연이 먹히지도 않을 것입니다. 공항 부지는 땅값이라도 챙기겠지만 주변 땅들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버리면 농막조차 군의 허가 없이는 못 짓는 땅이 되어버립니다. 기존 시설을 변경하는 것조차 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거 다들 아실 겁니다.

땅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분들은 부디 그 아름다운, 세계적인 유산을 오고셍이(고스란히) 보존하십시오. 공항 짓겠다고 땅 내놓으라 하면 못내 놓겠다고 하십시오. 여러분의 재산은 여러분이 잘 지키십시오.

제주는 이미 용량 초과

관광객을 더 받아야 해서 공항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요? 현재 제주관광객 1500만. 이미 제주는 쓰레기 섬에 하수가 넘치는 바다가 되어버렸습니다. 구젱기(뿔소라)가 빼닥빼닥 말라서 먹을 나위가 없다는 말을 해녀 삼촌들에게 여러 해 전에 들었습니다. 물건이 안 나오니 해녀 수도 반타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뿔소라 무지 좋아합니다. 전복도 성게도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귀한 먹거리들이 사라지는 제주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제주가 좋습니까? 제주의 청정 먹거리들이 사라지더라도 공항이 지어져야 하나요?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건 청정해서입니다. 청정 제주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입니다. 관광객 많이 받을 생각 말고 제주의 환경 총량을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공항 늘릴 생각 말고 청정 제주를 먼저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관광객 보다 제주도민의 삶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제주도민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이 더욱 큰 관광 자원입니다. 청정 제주 안에서 평화롭게 사는 제주도민의 삶을 우선 챙기고, 관광 총량을 제시하여 입도객의 수를 줄여 고부가가치의 관광 산업을 창출해야 합니다.

펜데믹 시대에는

이미 제주 관광객은 많이 줄었습니다. 전년에 비해 33,3%가 감소했다는 군요. 경영 위기를 맞는 소형 항공사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파산을 우려하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 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펜데믹 시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캄캄한 미래 앞에서 기후 위기의 주범인 항공 산업을 확장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군사 기지를 늘리는 일이라도 그렇습니다. 전 세계의 위기 앞에서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잡고 위기를 타계해 나갈 생각을 해야지 서로 총부리를 겨눌 생각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쓰레기 문제, 기후위기와 펜데믹 질병 등 세계가 한데 협력하지 않고서는 헤쳐 나갈 수 없는 난국의 시절입니다. 부디 총부리를 거두고 어떻게든 협력의 장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강대국의 레이다망이 되고, 강대국의 힘을 과시하는 전진기지가 되는 일이라면 더욱 비참해집니다. 제주 사람과 제주를 지키라고 뽑은 도지사가 막아내지 못할 일이라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힘에 밀려 하는 일이라면 국민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국민의 선택을 묻고, 국민의 선택을 믿고, 국민과 함께 힘 있게 나아가야 할 일입니다. 강대국의 요구를 위해 국민을 탄압하는 정부는 힘 있는 정부가 아닙니다. 이미 무너진 정무이고, 희망이 없는 정부입니다. 모든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이 뽑은 지도자가, 국민의 세금을 녹으로 받는 공무원이 국민을 지켜내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환경부는 이미 ‘국토파괴부’라 회자되고 있는 국토부의 하수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토부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제대로 된 환경 부동의를 발효한 적이 없다는 환경부가 미덥지 않습니다. 제주의 제2공항은 제주의 위기이고 대한민국의 위기입니다. 제대로 된 정치와 행정은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따르는 일, 부디 환경부가 우리 모두를 위해 정의롭기를 소망합니다.

제주에서 성산사람 김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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