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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과 부동산 괴물이 우리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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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과 부동산 괴물이 우리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18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공동체라는 깊은 말

조명래 장관님

저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 제 외가의 오랜 시간이 잠들어 있는 제주에 이주해 3년째 살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저희 같은 이방인들도 너그럽게 받아주는 분들입니다. 수확철이면 한해의 열매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는 하시지요. 그분들은 천년을 넘는 시간을 함께 살아오면서 행복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지혜를 잘 알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렇게 서로 나누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며 살아온 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또 화해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며 오래 축적된 기억과 시공간의 운명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도 4.3이라는 비극의 시간이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그때 좌우로 나뉘어 서로 싸우고 죽이던 쓰라린 기억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야 했기에 용서하고 용서가 되지 않는 기억은 가슴에 묻으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 한 많은 시간을 공동체는 감당해 왔고 그럼으로써 마을의 수심(水深)은 더욱 깊어져 왔을 것입니다. 저희 마을뿐 아니라 성산의 작고 큰 마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또 제주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지켜온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을이라든지 공동체라는 말은 얼마나 아득하고 깊은 말입니까.

이처럼 공동체는 단순히 시공간을 함께 해온 집단만이 아니라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만들어온 기억의 총체입니다. 그 안에서 많은 아이들은 태어났습니다. 마을이 함께 그들을 키워왔고 그렇게 자라면서 아이들은 이웃의 아픔을 이해하는 법과 함께 살기 위한 양보나 절제들을 배워왔을 것입니다. 제가 이곳에 이주한 것도 아이가 그런 가치를 자연스레 배워가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함께 살자”라는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학교나 학원이나 부모가 어찌 다 가르치겠습니까. 성산에는 14개의 마을이 있습니다. 각 마을이 작은 공동체라면 성산은 좀 더 큰 공동체고 제주도는 더 큰 공동체겠죠.

▲수산리 풍경 ⓒ김일영

더불어 함께

공동체는 대통령께서도 자주 언급하셨듯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한 “정의”와 같은 가치에 기반하는 게 아니던가요. 타자의 고통을 상상하는 능력, 자기의 잘못이나 욕망을 돌이켜 생각해 볼 줄 아는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능력으로 만들어가는 가치 말입니다.

반면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치명적인 힘은 “이익 우선주의”일 것입니다. 지금 제주 성산에는 제2공항 개발이 몰고 온 이익이라는 미끼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부동산투기에 따른 이익에 눈이 먼 업자들이지만 개중에는 피해마을 사람들과 함께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성산 아니 제주라는 공동체는 이익이라는 괴물에 의해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과 안식을 주던 자연환경마저 하루가 다르게 돈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익의 수단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황금알을 낳던 닭의 배를 가르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천년도 넘는 마을인 신산리 신풍리 신양리 수산리 온평리 5개의 마을들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파괴적인 사업입니다. 제2공항 개발사업은 오래된 공동체들을 파괴하고 제주 전체를 도시화할 것이 자명합니다. "더불어 함께 살자" 라는 마음씨들은 사라지고 이익과 손해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이해관계의 황폐함이 넓고 깊어져 가겠지요.

▲수산리 마을포제 ⓒ김일영

공동체를 파괴하는 힘

이처럼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이익”이기에 정치인들은 사업가들처럼 이익을 쫓는 사람들로 채워지면 안 되는 것이죠. 정치인들이 이익을 쫓으면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하게 되고 공무원들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국민들마저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의 가족 혹은 개인의 욕망만을 좇으며 살게 될 겁니다. 그렇게 타인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되어 가겠죠. 결국 국가는 약육강식적 논리가 지배하는 야만적인 사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누가 공동체를 위해 헌신을 하려 하겠습니까.

가장 나쁜 정치는 국민들을 속이고 현혹해 분열을 야기하고, 국민들이 서로 싸우게 만드는 정치입니다. 결국 공동체를 파괴하는 정치, 그것을 우리는 사회악 중에서도 최고의 사회악이라 불러야 마땅합니다. 원희룡 같은 정치인이 그런 정치를 하는 사람에 속합니다. 원희룡 도지사는 도민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지켜주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도민들이 이익을 놓고 싸우게 만들고 있습니다.

건설업자들이나 부동산업자들이나 관광으로 수익을 얻는 부자들에게는 이익이 돌아가겠지만 과연 파괴당한 공동체, 평범한 도민들은 안녕할까요?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마을공동체를 파괴해서 더 많은 관광객을 받겠다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대부분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그에 따른 부스러기로 도민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평등해질까요? 정의로워질까요? 함께 서로 배려하는 삶을 지키며 살게 될까요? 뺏고 빼앗기며 분노하고 절망하며 살지 않게 될까요?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미 대한민국의 여러 도시들이 충분히 보여줘 왔던 결과가 아니던가요.

▲수산리 풍경 ⓒ김일영

이익을 쫓는 정치와 제2공항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의 미래를 위해 제2공항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추진하는 방식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기만적 환경평가, 많은 공청회를 가졌다는 거짓말, 설명하고 합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개발 사업들, 여러 도로확장. 그런 사례들을 보면 도지사는 도민들을 위한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행정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파트너와 덕분에 이익을 볼 사업가들과 개발이라는 맹목을 아직도 믿는 지지자들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도시사가 이런데 이익과 개발과 돈을 좇는 도민들과 부동산업자들은 어떻겠습니까. 제2공항 사업으로 입게 될 이웃들의 고통은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쯤으로 생각하겠죠. 이익을 좇느라 바쁜데 공동체가 파괴되든 말든 무슨 관심이 있을 것이고 무슨 가책이 들겠습니까. 인간의 얼굴을 버려도 부끄럽지 않게 되겠지요. 결국 그들 뜻대로 제2공항이 들어서고 도지사 같은 정치인들이나 업자들은 그렇게 각자 이익을 안고 떠나면 그만이겠죠. 하지만 찬성하는 주민들이건 반대하는 사람들이건 제주에서 살아가야 할 제주 사람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도시가 추구하는 이익과 경쟁과 효율성의 가치에 쓰임이 없는 노인들은 요양원이나 도시의 변두리로 떠밀려 외롭고 쓸쓸하게 나머지 시간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농부들은 누대를 이어오던 농지를 잃고 도시의 주변부 인생으로 전락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도민들은 자신들의 고향에 살더라도 이방인처럼 타인들처럼 살게 될 것입니다. 뿐이겠습니까. 성산 일대에는 여러 습지들이 있고 철새도래지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 귀한 생명들은 또 어떻게 될까요.

환경부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최후의 보루같은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도민들의 삶이 지켜지는 결정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장관님께서도 아시겠지만 김민기의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를 함께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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