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우리 군의 첨단 무기체계를 홍보하고 군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연평도 인근에서 공무원이 북측에 의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한 직접적인 발언은 행사 메시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극적 대처와 늑장 발표 의혹이 제기되는 현 상황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방부 주최로 경기도 이천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국군의 날은 10월 1일이지만, 추석 연휴를 고려해 행사 일정이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념 행사는 성대하게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의전 차량 대신 역대 대통령 최초로 국내 개발 전투차량 탑승해 국방장관 의전을 받고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대통령께 대한 경례' 시에는 봉황곡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그 외에도 특전요원 고공강하, 공중전력 사열, 특전요원 공중침투·특공무술 등도 이어졌다.
국군의 날은 국군 탄생을 축하하는 날로, 매년 기념식에서 군의 우수한 국방 능력을 선보이기 위한 각종 시연이 진행된다. 다만, 올해의 경우, 실종된 비무장 민간인이 북한군에 피살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 군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과 분위기가 동떨어진 행사라는 눈총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지금까지 국방·정보 당국 보고를 종합하면, 군은 북측 해상에 떠 있는 실종자를 발견했지만 사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군 통신선, 판문점 유엔사 채널을 통해 북측에 송환 요청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군 당국이 사건을 발표한 시점이 사망 38시간 만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반인륜적 사살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이날 기념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는 "평시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어떤 임무든 목숨을 걸고서라도 완수해내고야 마는 특수전 장병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며 "국민들께서도 항상 든든하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 최고통수권자이자 선배 전우로서 깊은 신뢰와 애정을 보낸다"고 했다.
또 "행사장 하늘을 채운 해군과 공군 특수전 부대의 세계 최강 대형공격헬기 아파치, 블랙호크와 한국형 중형기동헬기 수리온의 위용에서 "평화를 만드는 미래 국군"의 모습을 충분히 확인하셨을 것"이라며 디지털 강군, 스마트 국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자신의 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다"면서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날 기념사에서 연평도 피격 사건과 관련한 입장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대목이다.
전날 나온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입장문과도 유사하다. 서주석 청와대 NSC 사무처장은 전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서해 5도를 비롯한 남북 접경지역에서의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국민들의 안전한 활동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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