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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떼놈, 되놈,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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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떼놈, 되놈, 놈놈놈

“아무 데나 침 뱉고 오줌 갈기는 것을 보면 그놈이 떼놈인 것을 알 수 있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미국에서도 아무 데나 침 뱉는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을 멸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흔히 중국인을 일컬어 ‘떼놈’이라는 표현을 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 1·4후퇴 얘기를 참 많이 듣고 자랐다. “떼놈들이 어찌나 몰려오는지? 인해전술이라고 들어나 봤어?”하시는 어른들을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떼로 몰려다니니까 떼놈이라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한편 어떤 책을 보았더니 “‘되’는 는 만주지방에 살던 여진족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월인석보에 의하면 조선초기 이전부터 그렇게 불러왔다.”(장진한, <신문 속의 언어지식>)고 했다. 그래서 그는 ‘되 + 사람’으로 여진족만을 일컫는 말이 청나라 사람으로 바뀌고, 그것이 다시 중국사람으로 바뀐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책에서 미아리고개를 ‘되넘이고개’라고 하는데, “되놈(청나라놈)이 쳐들어온 고개”라는 뜻이라고 했다. 말은 맞는 말인데, 여기서는 ‘되’의 풀이가 지나치게 편협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말에서 북쪽을 가리키는 단어가 바로 ‘되’임을 알아야 한다. 순우리말로 동서남북을 말할 때 동쪽은 ‘새’라고 한다. ‘샛별’이 그 예다. 서쪽은 ‘갈’이다. ‘갈바람=서풍(=하늬바람)’을 보면 알 수 있다. 남쪽은 ‘마’라고 한다. ‘마파람=남풍(=앞바람 : 주로 따뜻한 남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 부는 바람을 칭하기도 한다)’이 그 예이며, 북쪽을 ‘되’라고 하였다. ‘된바람=북풍’에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북쪽에서 온 사람을 되놈이라고 한다. 이런 표현을 하던 당시만 해도 ‘놈’은 낮춤말이 아니었다. 훈민정음 <어제(御製)서문(序文)>에 나타난 ‘놈’의 용례를 보자.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않는구나.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자기의 뜻을 펼치고자 하여도 마침내 그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놈’이 많구나.

여기에서 ‘놈’은 사람(백성)이라는 일반적인 용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한자가 일반화되고, 한자를 쓰는 것이 조금 높아보이는 문화적 사대주의에 빠져 ‘놈’이라는 순우리말이 낮춤말로 변하게 되었다. 지금은 ‘놈’이라고 하면 욕처럼 느끼고 있다. 그러나 ‘되놈’이라는 말은 북쪽에서 온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용어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놈’이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상대방을 낮게 표현할 때는 주로 사용하는 것을 본다. 흔히 “쓸개 빠진 놈, 간덩이가 부은 놈”과 같이 사용한다. 그 용례를 통해 보더라도 현대 사회에서는 이 단어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몇 년 전에 장모님께서 몸이 아파 CT를 찍어 보았더니 쓸개와 총담관에 돌이 많이 들어 있어서 수술해 드린 적이 있다. 쓸개를 제거했더니 노인께서 농담으로 “이젠 쓸개 빠진 x이 됐네.”하면서 웃으셨다. 생각해 보니 쓸개는 한의학에서 용기와 관련이 있는 말이었다. 담(膽)이 크다고 할 때는 ‘용기가 있다’는 뜻이고, 쓸개가 빠졌다는 말은 ‘용기가 없어 줏대가 없고 비겁한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가끔 ‘간이 부은 놈’이라는 표현도 자주 듣는다. 간은 아마도 한의학에서 ‘배짱’과 관계가 있는 단어인 듯 하다. 그래서 간이 부었다는 말은 ‘추진력이나 결단력이 지나쳐서 무모하기까지 하다’는 의미로 풀 수 있다. 그러니까 ‘간이 크다’는 말은 그만큼 ‘추진력이 있다든가 결단력이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요즘은 “간이 (부어서) 배 밖으로 나왔다.”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간이 부으면 문제가 심각하겠지만 언어 표현상에서 간이 부은 것은 자제하면 될 일이다.

우리는 흔히 어려서부터 듣던 말이 모두 진실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떼놈이 아니고 되놈이며, 그것은 중국인을 말하는 일반적인 용어였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쓸개 빠진 놈, 간이 부은 놈’과 같은데 사용한 ‘놈’은 낮추어 표현하는 말이지만 원래는 일반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음을 기억하면 언어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다. ‘쓸개나 간’이 용기나 배짱‘과 관련이 있는 것은 문화문법으로 접근해서 해석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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