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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의원의 '헛발질', 코로나 음모론 부채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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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희숙 의원의 '헛발질', 코로나 음모론 부채질하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활개친 음모론

음모론이 통하는 사회는 망조다. 음모론이 통하는 세상에서는 배가 산으로 간다. 역으로 음모론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건전하고 지속가능하다. 음모론은 미국 우주인의 달 착륙이나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존재와 같은 과학적 사실 내지는 유사과학과 관련하거나 히틀러 생존설 등 역사적 인물과 관련한 것 등 매우 다양하다. 치명적 대유행 감염병과 관련한 음모론도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에이즈, 사스 등 많은 감염병이 특정 인종을 죽이기 위해 특정 집단이나 국가 기관이 개발해 퍼트린 것이라거나 심한 경우는 감염병이 아닌데도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인 것처럼 속여 백신이나 치료제를 팔아먹기 위한 제약업체들의 음모라는 주장도 있다. 에이즈와 코로나19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음모론 활개 쳐

이런 음모론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모두 허무맹랑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이런 음모론에 빠져드는 이들이 많다. 사회가 비정상적 상태이거나 불안과 공포가 몰아치는 사회에서 이런 음모론이 전파력이 강한 병원체처럼 급속하게 퍼진다. 정치적 불만이나 정치적 목적, 즉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이런 음모론을 조작해 퍼트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가 상륙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일각에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역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그렇게 함으로써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일부러 검사 대상자를 축소했다는 주장을 일부 의사와 언론이 제기했다. 이것도 일종의 음모론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음모론들은 총선 이후 모두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지난 광복절 집회와 사랑제일교회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마침내 음모론의 소용돌이 속에 국회의원까지 가세했다. 국민의힘에서 최근 일약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떠오른 윤희숙 의원이 코로나 검사와 관련해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는 주장을 펼쳤다. 그가 음모론을 직접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확진자 수가 검사 수에 따라 달라지는 데도 분모에 대한 언급 없이 확진자 수만 발표하고 있는 것은 그간 꾸준히 비판돼 왔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주말에는 검사 인력이 줄어 검사 수가 감소하는데 마치 방역의 성과가 나타나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이 황당하거나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칫 정부가 코로나 검사 대상자 수 조절을 통해 실제보다 더 적은 확진자 수가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유명 정치인의 발언이 다시 왜곡·과장돼 음모론의 전사들에게 이식될 경우 이들은 더욱 더 힘을 얻어 곳곳에서 음모론을 퍼트릴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정부, 주말이 아니라 1~2주일 추세 보고 방역 전략 결정

코로나19 검사 대상자 수를 늘리면 확진자 수가 늘어날 개연성은 높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지역 사회에 감염 자체가 없거나 매우 희귀하면 아무리 검사 대상자 수를 늘린다 해도 확진자 수는 늘지 않는다. 반대로 지역사회에 감염이 만연하면 검사 수를 늘리는 것에 비례해 확진자 수가 나오게 된다. 검사 대상자 수를 줄이면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검사 대상자 수를 줄이려면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주말에는 검사 인력이 줄어 검사 수가 감소하는데 마치 방역의 성과가 나타나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윤 의원의 지적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코로나가 국내에 상륙한 뒤 지금까지 이루어져온 검사를 보면 주중보다는 휴일인 주말에 검사를 받는 사람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요일이나 월요일 발표되는 확진자 수가 평일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방송 등에 패널로 출연해 수없이 이야기해온 내용이며 코로나에 귀를 기울여온 사람들은 대개가 아는 이야기다. 방역 당국도 주말에는 검사수가 줄어 이 때 검사 결과를 가지고 과도하게 안심하거나 그 이전과 바로 맞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주말 검사 결과를 가지고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강조하거나 거꾸로 주말에 줄어들었다가 주중에 다시 확진자 수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해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 모두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니다. 일주일간 내지 2주일간 꾸준한 추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방역 당국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거나 낮출 때 주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일정 기간의 추세를 보고 종합적 판단을 해서 내리는 것이다. 윤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확진자 수를 발표할 때 검사 대상자 수를 언급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어서 앞으로 공식발표 때마다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검사와 관련해 음모론을 말하는 사람들은 윤 의원의 지적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한다. 정부가 방역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특정 시기에는 검사 수를 대폭 줄이거나 특정 집단을 매도하기 위해 검사 수를 일부러 늘린다는 것이다.

음모론은 소설이지만 국가는 인내하는 시지프스 돼야

이것은 완벽한 소설이다. 음모론자들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먼저 검사를 받으러 가는 사람부터 통제를 해야 한다. 감염 의심자나 감염자 접촉자 등이 검사를 받으러 못 가게 정부가 홍보하거나 물리적으로 방해를 해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하고 한 번도 이를 문제 삼은 적도 없다.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검사는 자발적으로 받으러 왔는데 모든 검사소에서 평소에는 하루 2백 명을 검사하다가 특정 시기에 갑자기 이를 줄여 1백 명만 검사를 하고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 상당 기간 그렇게 한다면 음모론을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은 없었다. 있었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여러 언론사들과 언론인들이 이를 그냥 넘길 리 없다.

앞에서 말한 그런 것도 아니라면 바이러스 양성 여부를 가리는 검체 분석 기관이 분석 대상 검체를 멋대로 조절해 오늘 발표할 내용을 내일로 미루는 등 최종 발표 대상 수를 고무줄처럼 늘이거나 줄이는 것을 마음대로 할 경우 특정 기간에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가 실제와는 다르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농간을 부릴 경우 언젠가 들통 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되어 방역 당국과 정부는 추락의 길을 걷게 된다. 누가 이런 길을 선택할까?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의 말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더라도 음모론은 ‘웃픈’ 이야기가 되고 만다. “검사량과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면 모든 선별진료소와 검사기관의 인력이 조작에 협조해야 가능하다. 이는 현실적으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체의 채취는 전국의 621개소의 선별진료소에서 실시되며 이 가운데 보건소 260개소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민간의료기관으로서 정부가 검사 건수를 임의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 있을 수 없을뿐더러 불가능한 일이다.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환생하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하고 과학적인 사고를 하도록 당부해도 많은 사람들이 사는 사회, 그리고 비이성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을 모두 그 수렁에서 건져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 등 삶에 관심을 가지는 국가라면 그 길이 멀고 험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 지옥 같은 음모론의 세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인내하며 소통하는 시지프스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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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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