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마을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보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마을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보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고권일

환경부장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릴레이 기고하자는 제안을 받고 고민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환경부장관 보다는 이 기회에 전국에 계시는 평화시민들에게 전하는 말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차피 이 기고문이 국가기관에 계시는 분들보다는 일반 시민들께서 볼 가능성이 크기에 제 마음속의 말을 그대로 꺼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는 이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으며, 코로나 이전 시대와 코로나 이후 시대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기후위기로 코로나 19 팬데믹이 왔으니 지구의 기후를 산업혁명 이전 시대로 돌려야 한다는 말들은 합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인류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비대면 시대’와 ‘신재생 에너지 시대’를 유일한 대안처럼 말하며, 이 문제의 실제적 근원인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플랫폼 위에서 구현하려고 합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통용되며 이 바이러스가 매우 특별한 바이러스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만, 이제껏 인류가 경험했던 감기 바이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파력과 감염력이 타 바이러스와 차이가 있을 뿐이죠. 코로나 19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날 개연성이 대단히 높으며, 코로나 19가 다른 독감 바이러스와 함께 전파되다가 서로의 영향으로 새로운 변종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에 의해 전쟁에 의한 사망자인 2천만명보다 5배나 많은 1억 명에 가까운 인류가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일제 치하에 있었던 조선도 이 ‘서반아 독감’ 또는 ‘무오년 독감’으로 불리웠던 스페인 독감으로 인하여 14만 명 가까운 희생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독감 백신으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지만, 앞으로도 변형된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마다 백신이 개발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면 한 사람이 평생 얼마나 많은 백신을 투여하며 살아야 할까요?

페스트, 스페인 독감, 사스, 메르스, 에볼라, 신종 플루, 홍콩 독감, 이번 코로나 19까지, 세계적인 감염병 출현 주기가 7~9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만일, 앞으로 5년마다 한 번씩 출현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때마다 백신을 투입하여야 할 것이고 80세까지 살더라도 16차례나 백신을 처방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약물덩어리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감염병 창궐 현상의 원인으로 세계화, 도시화, 기후변화, 생태파괴, 고령화를 꼽습니다. 여기서 고령화를 제외한 나머지 원인은 전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 의한 영향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미래 대안조차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플랫폼을 바탕으로 수립된다면, 해결될 희망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제야말로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합니다. 뚜렷한 대책이 없다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선이라고 합니다. 개인간의 거리두기, 지역과 지역,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간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코로나 19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감염병 출현이 예고되는 이상, 이 거리두기 원칙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주요 특질인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이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벌써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에 건설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은 이러한 코로나 시대에 분명히 역행하는 사업입니다. 세계화, 도시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를 동반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교통수단 중,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기계장치가 제트비행기입니다. 기후 위기의 주범입니다. 세계 자연유산, 생물권 보전 구역, 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제주를, ‘자연과 공존하는 제주’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거꾸로 기후 위기와 생태파괴의 주범으로 만들려는 제2공항 건설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를 통해 감염병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이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내린 우리의 결정에 대하여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요?

거리두기의 핵심 중 핵심은 ‘자연과 사람의 거리두기’입니다.

야생동식물들은 그 자체 생태계가 ‘인간으로부터 격리’되어 ‘보존’되어야 가장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라는 대립적 분립적 언어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오만을 키웁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임을 확실하게 인정할 때 공존을 위한 노력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감염병을 전파 할 수 있는 박쥐류나 그 밖의 유해 야생동물들을 박멸하면 감염병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결국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공멸로 이끌 것입니다. 우리가 생태숲, 야생동물 보호구역, 생태보전구역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한 다양한 보전의 노력을 충분히 다한다고 해도 인간의 간섭으로 소멸되어 가는 현상을 늦출 뿐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는 오만 때문입니다.

자연이 인간을 그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이 자연적 생태 순환 질서에 편입되는 삶을 사는 방법 이외에 없습니다. 여기에 인간과 자연의 거리두기 원칙은 모든 생명체가 나름대로의 적절한 영역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존하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 인간도 명확히 인식하고 우리 삶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행위가 타 생명체 집단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미리 살펴 그 거리를 잘 유지해야 하며, 미처 몰랐던 악영향이 추후 발생할 경우, 경제적 이익과 무관하게 우리의 영역을 축소하여 자연의 타 생명체들에게 양보할 줄 아는 관용의 미덕을 몸에 베이게 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양보나 관용이란 말로 표현했지만, 엄연히 타 생명체들에게 우리가 수탈한 것임을 자각한다면 마땅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할 책무에 가깝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고권일 그림
ⓒ고권일 그림

저는 국가와 국가의 거리두기에도 많은 고민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독점적 기술 기반을 무기로 무역 증대를 통한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야만적인 경제시스템은 무너져야 한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기술공유를 기반으로 국가 관계가 재정립되고, 자국생산 또는 지역생산 및 유통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지식과 기술은 인류의 공유재산으로써 공공재가 되도록 한다면, 인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과다 생산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를 막고 생태파괴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지역생산과 유통기반에 지역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인간성을 회복하고 소박하고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이 방법이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GDP(국내총생산) 순위로 국가간의 경쟁을 부추키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은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국가끼리 경쟁하고 있는 현재의 정글경제시스템은 당연하게도 차별과 배제, 억압과 착취로 이어져 소수의 부국을 위해 다수의 빈국들이 희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국방비 과다 지출로 인하여 새로운 시스템을 정비하고 국가구성원의 삶을 돌보는 정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적인 미래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중국과 북한,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이 군비경쟁을 강화하기에 우리 역시 국방비 지출을 매년 늘리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만, 여기에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해 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휘말려서는 안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즉, 미국이 동맹국의 군사력 강화를 명분으로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며 종속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 말입니다.

지금 동아시아의 각 국가가 군비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태평양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이 존재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빚어내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 시대 이전의 무한경쟁 경제시스템이 계속 존속하리라는 믿음이 군사력 강화로 이어져 나타나는 현상일 뿐, 결코 인류의 미래를 바르게 유도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군사력을 통한 외교로 부국이 빈국을 착취하는 종속경제를 강화하고 영구화하려는 야만적 시스템이 현재까지의 세계 질서였고, 이는 앞서 이야기한 세계화, 도시화, 기후변화, 생태파괴를 야기시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시대를 연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군사력은 미국을 제외한 지구상 다른 모든 나라의 군사력 총합보다 월등합니다. 즉,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도 이길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한 군사력을 위시하여 수립된 외교정책을 통해 신자유주의 무역을 주도하며 전 세계 경제의 40%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동아시아 동맹국가들의 군사력 증강을 요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자국의 군사무기의 수출로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는 목적과 이를 통한 지배력 강화 이외의 다른 목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강대한 미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이 두려워 동맹국들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세계 여론을 의식하여 모든 문제를 미국이 직접 해결하지 않고 동맹국들의 역사적 지정학적 상관관계를 이용하는 측면도 강합니다. 어찌 생각을 달리해서 이 문제를 접근한다고 해도,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분단국가의 특성과 주변국과의 긴장관계, 국내 정치적 특성 등의 이유로 군사력 강화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요인이 많다고 해도, 지금 대한민국의 국방예산 지출은 심하게 경도되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과도합니다.

더 나아가서, 중형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현무4 탄도탄과 스텔스기 도입 및 개발 등 공격적 성향의 무기 획득 및 전력화 사업들이 줄을 잇고 있어, 남북간 평화적 노력을 위한 모든 합의가 백지화될 위기입니다. 또한 개발한 무기들을 세계 시장에 내놓아 주력 수출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현실을 보면, 우리 경제가 야만적 착취 경제시스템인 자본주의적 자유시장경제 흐름에 완전히 동화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제주 제2공항은 여러 가지 정황상, 공군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제주해군기지가 차후 한국형 중형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의 베이스 기지가 되고, 제주 제2공항은 한국형 중형항공모함의 탑재기 평시수용과 정비기지로, 한국이 개발할 KFX 스텔스기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되어, 제주도 자체가 군사기지로써 동북아 군비경쟁 소용돌이 한가운데 위치하는 섬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의 전략자산들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대중국 군사적 긴장관계 조성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전 국민적 평화에 대한 염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파워게임에 제동을 걸 책임이 있는 정치권까지 함께 놀아난다면, 그 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의 꿈은 물거품으로 허망하게 사라지고, 신냉전의 희생양 또는 강대국들의 대리전을 치르는 비극으로 끔찍한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기후 위기나 감염병 위기가 자원고갈과 편중 현상을 만들어내 전쟁 위기가 고조된다며 더욱 군비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쟁론자들은 언제나 이러한 공포마케팅을 활용해 왔습니다.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는 군사력을 통한 외교를 앞장세워 더욱더 불평등한 무역을 강화해 왔으며, 소수의 부국이 다수의 빈국을 착취하였고, 세계화, 도시화, 기후변화, 생태파괴를 확대재생산하여 지금의 감염병 위기의 주범이 되었다는 것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군사기지 건설에 따르는 민주주의 파괴에 의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문제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탐라국이었던 제주는 고려말 복속되며, 변방으로써 홀대를 받아왔고, 고려조정과 삼별초에 의한 수탈과 몽골제국인 원나라의 수탈, 그리고 국토회복단계에서의 탄압까지 견뎌야 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서서는 출륙금지령을 통한 탄압과 유배지로서의 차별까지 감수해야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건넌 해방기에는 4.3이라는 혹독한 시대적 아픔도 겪었습니다. 국가에 의한 폭력 사태인 4.3은 제주 민중들에게 뿌리 깊은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주입 시켰습니다. 그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처음엔 제주도 화순이었습니다. 2002년 입지선정지역으로 화순이 발표되면서 제주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오키나와의 미해병대가 이전된다는 의심도 나돌았습니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3년만에 해군기지 입지선정지역이 2005년 위미로 바뀝니다. 위미에서도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자, 해군은 위미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주도 내에서 더이상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일어납니다. 제주에서 해군기지 문제는 해결된 듯 보였던 시기에, 해군은 군사작전처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6개월 전부터 강정마을회의 주요 인사들과 유지들을 집요한 공작으로 포섭하고, 조직하여, 그들만으로 마을총회를 열어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지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총회에서 상당수의 주민이 문제를 제기하자, 찬성하는 사람은 손뼉을 치라고 했고, 동원된 사람들이 손뼉을 치자, 만장일치라며 서둘러 회의를 종결했고, 다음날인 2007년 4월 27일 해군기지 유치찬성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단 한 차례의 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이 단 한 번의 총회로 제주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된 것입니다. 마을 안에 리조트 하나 들어오는 것도 3차례의 설명회와 공청회, 8차례의 총회가 필요했던 강정마을에서 말입니다.

해군의 군사작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해군기지 반대대책위가 꾸려지고 주민투표가 실행되자, 해군은 서귀포시와 경찰을 동원하고 찬성 측을 부추겨 투표함을 탈취하는 반민주적인 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강정 해안 전체에 지정되었던 절대보전지역을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구럼비 바위 일대는 해제하기 위해 제주도의회가 사상 최초로 날치기 의결을 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법률을 위반하고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채 사업고시를 발표했습니다. 공사가 강행되는 과정에서는 저항하는 주민들과 시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했습니다. 700여 건의 연행과 690여 건의 사법처리, 36건의 구속, 3억여 원의 벌금 등, 단일 국책사업으로는 사상 최대의 인권침해사건이 된 것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입니다.

제주해군기지는 마치 관광명소인 것처럼 포장되어 제주경제를 떠받치는 사업이 된다며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즉, 크루즈항이 될 것이라는 선전으로 제주도민을 호도한 사업입니다. 그리고 완성된 지금은 엄연히 군사기지로만 이용되고 있으며, 오히려 도민들에게 이미 완성된 기지이니 국가안보에 협조하라는 입장입니다. 제2공항도 순수 민간공항임을 강조하지만, 공군은 여전히 공군기지로 쓰려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매번 거짓으로 국책사업을, 그것도 군사기지 건설사업을 연이어 추진한다면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가안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제주도에서 일어난 삼별초의 패배가 역사적 교훈입니다. 삼별초가 약해서 려몽연합군에게 패배했다기 보다는, 너무나 자심했던 삼별초의 수탈로 인해 도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에 패배한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불신을 낳는 정책은 안보에 최악의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여러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세계적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 정치 위기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자본주의적 경제시스템이 야기한 기후 위기와 감염병 위기가 만드는 현상입니다. 그중에 가장 큰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극복하려는 공포 마케팅이 전체주의적 성향의 우경화 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구적 위기는 한 국가만 살아남으려는 이기적 국가관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으며, 더 큰 파국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럴 땔수록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사회를 형성해야 합니다. 집단지성이 올바로 작동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님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전 지구적 상황이 아니어도, 지금 제주도의 위기는 환경의 위기입니다. 섬이라는 독립적 환경을 가진 제주도에 양적인 관광정책은 결코 맞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도민들은 관광에 대해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수질 악화와 지하수 고갈, 쓰레기 문제, 해양 백화 현상, 토지가와 집값 상승, 교통 체증, 젠트리피케이션, 각종 범죄율 증가, 저임금에 물가 고공행진, 양극화 및 청년 고용 단절 등의 문제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 하나의 원인에서 출발합니다. 양적 관광정책 때문입니다.

제2공항 건설 문제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제주도의 문제를 극대화할 핵폭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역주민들에게는 고향을 잃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날 미래를 잃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제2공항 추진 과정에서 실종되었다고 할 만큼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단 한 번의 설명회도 동의 절차도 없이 입지선정이 발표되었습니다. 국토부는 각종 보고서를 은폐하면서까지 제주공항을 위험한 공항이라 말하며 제2공항만이 대안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위험한 공항이었다면 공항운영평가에서 해마다 1위를 받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그동안 위험한 제주공항을 이용한 국민들에게는 왜 사과 한 마디 없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부실을 넘어서 조작에 가깝습니다. 8개밖에 없다던 숨골을 160여 곳 이상 시민들이 찾아냈고, 수많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이 은폐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제출에 부동의 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제주도민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미래를 결정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2020년 9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공동대표 고권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