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전 세계지도에 대한민국 울릉도 까지... '보물 제1008호' 예천박물관에 기탁

보물 제1008호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46점을 비롯한 180점 기탁

분실과 회수 수많은 고난 겪은 유물

1623년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에 울릉도 뚜렷

6대에 걸쳐 117년 동안 쓰여진 일기 ‘저상일월'

보물 소유자 "안전하게 보존·관리·연구되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길"

경북 예천군은 18일 보물 제1008호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46점을 비롯한 180점의 유물이 예천박물관으로 기탁된다고 밝혔다.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은 지난 1989년 8월 1일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이후 1993년 경 소유자 병환으로 예천이 아닌 서울시 동대문구, 경기도 용인시, 성남시 등으로 보관 장소의 변경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만국전도’의 분실과 회수 등 수많은 고난을 겪은 유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89년 8월 1일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만국전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

예천박물관으로 기탁되는 보물은 6대에 걸쳐 117년 동안 쓰여진 일기 ‘저상일월(渚上日月)’을 비롯해 매일 집에서 소요되는 수입과 지출을 적은 가계부 성격의 ‘저상일용(渚上日用)’, 나암(羅巖) 박주대(朴周大, 1836~1912)가 구한말 격변하는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나암수록(羅巖隨錄)’, 당나라 시인들의 한시를 조선 전기 목간본으로 간행한 ‘당시고취(唐詩鼓吹)’, 조선 전기 당나라 조정의 책문 75문을 편찬한 ‘당조책림(唐朝策林)’, 중국의 편년체 역사서를 조선 전기 목활자로 간행한 ‘통감(通鑑)’, 1661년(현종 2) 여필(汝弼) 박정설(朴廷薛, 1612~1693)이 확대 필사한 세계지도인 ‘만국전도’등이다.

특히, ‘저상일월’과 ‘저상일용’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37호인 미산고택에서 쓰여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작성된 일기로, 오래전부터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여러 권의 연구서가 발행되었다. ‘만국전도’는 1993년 9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도난당한 것을 2019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 의해 회수되었다. 이 유물은 선교사 알레니(Aleni, 1582~1649)가 1623년 편찬한 한문판 휴대용 세계지리서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민간에서 확대, 필사한 세계지도이다. 현재까지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올해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예천박물관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문화재청

한편, 함양박씨 정랑공파는 예천 금당실 입향조인 박종린(朴從鱗, 1496~1553)을 잇는 가계로, 그의 형제 모두가 문과에 급제해 ‘향오린(鄕五麟)’으로 불리었다. 박종린은 1532년(중종 27)에 문과에 합격하고, 한림(翰林)과 홍문관(弘文館) 박사(博士)를 거쳐 이조정랑(吏曹正郎)을 역임한 인물이다.

소유자인 박재문씨는 “이번 기탁유물은 집안의 보물이자, 국가의 보물로서 예천박물관에서 안전하게 보존·관리·연구되어 지역의 풍성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학동 예천군수는 “예천박물관을 통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소중한 유물의 도난과 훼손, 멸실 등을 방지하고 우수한 유물의 학술연구와 상설 및 특별전시, 교육 등을 진행해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외지인에게 우수한 지역 문화자산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