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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사건 항소심 증인 '민국파' "마녀사냥 상황서 못 본척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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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사건 항소심 증인 '민국파' "마녀사냥 상황서 못 본척 할 수 없어"

정봉주 전 의원, 항소심에 증인 출석..."호텔 일정, 원래 일정 아니라 기억"

정봉주 전 의원 항소심에서 정대일(닉네임 민국파)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씨는 정 전 의원이 피해자 A씨를 만났던 날, 정 전 의원과 일정을 함께 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했다가 무고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의원 항소심이 16일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 심리로 열린 세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씨는 2012년 12월 23일 당시 정 전 의원을 렉싱턴 호텔에 데려다 준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 A씨는 그날 정 전 의원을 렉싱턴 호텔에서 만났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정 전 의원은 처음 의혹이 제기될 당시 렉싱턴 호텔 자체를 간 적이 없다며 피해자 A씨의 모든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A씨가 호텔에 머물었던 기록을 제시하자 뒤늦게 호텔에서 결재한 영수증을 발견했다며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를 취소한다고 밝혔었다.

"호텔가는 일정은 원래 일정이 아니라 기억한다"

정 씨는 당시 호텔을 방문한 이유를 두고 "정 전 의원 어머니가 입원한 을지병원에서 나온 뒤, 나꼼수 멤버와 변호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합정동으로 가야 했는데, 정 전 의원이 갑자기 렉싱턴 호텔에 들렀다 가야 한다고 했다"며 당시 자신이 호텔에 갈 때 동승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그래서 호텔에 내려다 주고 밖에서 30~40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정 전 의원을 태우고 합정동으로 복귀했다"며 당시 호텔을 데려다 준 일을 기억하는 이유를 두고 "원래 일정이 아니라서 기억한다"고 밝혔다.

정 씨는 당시 상황을 두고 "정 전 의원이 2012년 12월 22일,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최종 확정받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며 "입감(교도소에 가둠) 날짜를 검찰과 조율하던 중이었기에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중에, 시간을 쪼개서 호텔에 사람을 만나러 간 것이기에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자신이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한 배경을 두고 "정 전 의원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2018년 3월 7일, 프레시안에서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뒤, 이틀 뒤인 9일 렉싱턴 호텔 자체를 간 적이 없다고 기자회견을 했다"며 "사실 나는 7일 보도를 접한 뒤 '내가 호텔에 데려다 줬는데, 거기서 그런 일이 있었나'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아예 호텔조차도 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는 (나서서 사실을 말해야 할지) 인간적인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자신이 인터뷰에서 렉싱턴 호텔을 간 시간대를 오후 1~2시로 언급한 것을 두고는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의 성추행 최초 보도 이후,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23일의 거의 모든 일정의 시간은 밝히지 않았으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의 방문시간은 점심시간대였다고 밝혔다"며 "내 기억으로는 당시 동선이 '을지병원-렉싱턴 호텔-합정동'이었기에 병원에서 호텔까지의 이동시간을 계산해서 오후 1시~2시 사이에 호텔을 방문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SBS는 2011년 12월 23일 홍대 인근 식당 앞에서 촬영된 사진이라며 이 사진을 공개했다. 왼쪽은 정봉주 전 의원, 오른쪽은 '민국파'(본명 정대일) 씨. ⓒSBS 방송화면 갈무리

"호텔 갔는지 안 갔는지 헷갈렸다면 내게 확인했을 것"

정 씨는 정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 보도 직후, 자신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을 두고 "렉싱턴 호텔에 간 사실을 (정 전 의원이) 기억했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며 "호텔에 갔는지, 안 갔는지 헷갈렸다면 내게 분명히 확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정 전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아 허위로 렉싱턴 호텔에 갔다는 인터뷰를 했다는 주장을 두고도 "정 전 의원과 사이가 틀어졌던 건 맞지만, 정 전 의원이 사면복권 된 이후, 관계가 회복됐다"며 "정 전 의원이 세미나에도 초대하고, '미권스' 카페에서 활동해줄 것과 (당시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도 활동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정 전 의원이 자신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이유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도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캠프에서 활동해줄 것을 부탁하느냐"고 반문했다.

"피해자가 마녀사냥 당하는 상황에서 양심상 못 본척 할 수 없었다"

정 씨는 그런데도 자신이 정 전 의원에게 불리한 인터뷰를 한 이유를 두고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며 "그리고 호텔을 간 사실을 아는 이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한쪽이 계속 거짓말을 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면 (정 전 의원이 당시) 호텔에 갔다는 사실조차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양심상 못 본 척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씨는 렉싱턴 호텔에 갈 당시, 자신 말고도 동승한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동승자는 수사기관에 출석하지 않고 우편 진술서만 보냈을 뿐만 아니라,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했다. 정 씨는 이를 두고 "정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수행비서를 했던 사람으로 정 전 의원 사람이기에 (정 전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법정까지 와서 거짓말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23일 당시 미권스 카페에 올린 공지글을 렉싱턴 호텔에서 대기할 때 올렸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정 전 의원이 을지병원에 간 시간을 거짓으로 밝히면서 렉싱턴 호텔에 간 시간을 잘못 말했다"며 "그렇게 기억이 한 번 흔들리고 나니, 공지글을 렉싱턴에서 기다리면서 올렸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 다음 재판은 11월 4일에 열린다. 이날 재판에는 정 전 의원에 대한 피고인 심문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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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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