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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국토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 하세요!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저는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동에 사는 서신심입니다. 살고 있는 집에서 바닷가 쪽으로 15분쯤 걸어 나가면 정방폭포에 닿습니다. 집에서 남서쪽으로 30분쯤 걸어가면 천지연폭포에 닿습니다. 명승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한민국 자연문화재가 지척에 있어 그 수려한 경관을 누리며 살아왔습니다.

▲천지연폭포 Ⓒ김수오

그런데 정방폭포로 흘러내리는 동홍천의 수원지 즈음에 2013년부터 제주헬스케어타운이 조성됐습니다. 그 후 정방폭포의 폭이 2013년 이전보다 확연히 줄었음을 눈으로 봅니다. 그만큼 명승으로서의 면모에 손상이 간 상태입니다. 이대로 관광객이 많이 오고 중산간이 개발돼 늘어난 인구가 폭포상류 수원지에서 물을 퍼 쓰면, 머잖아 정방폭포가 아예 말라버릴까 걱정입니다.

난개발, 과잉관광의 결과는?

수량 감소만 문제가 아닙니다. 헬스케어타운 개발과 동홍동 거주인구의 증가로 오폐수 방출량이 늘어 그 처리시설인 서귀포 보목 하수처리장의 처리 용량을 초과했습니다. 이에 제주도는 3년 전쯤 처리장의 용량 늘리기 공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 제주 MBC TV가 수중 촬영한 영상으로 고발했듯이, 오폐수의 양이 중과부적이라 공사의 보람도 없이 오폐수가 그대로 보목 앞바다로 흘러듭니다. 서귀포 앞바다는 이미 청정해역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은 제가 사는 서귀포 구도심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주 인구가 60만으로 늘고 관광객이 1천만을 넘긴 2013년 이후 제주 곳곳에서 겪는 문제입니다. 2016년 관광객이 1580만으로 정점을 찍었을 때, 단지 공항만 혼잡하고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제주시 도심지의 교통체증과 미세먼지 수치는 대한민국 여느 대도시처럼 심각했습니다.

수십만 마리 흑돼지를 기르는 축산지 분뇨, 수십 곳 골프장 농약살포로 지하수가 오염되었습니다. 늘어난 인구와 관광객이 쓰는 물을 다 감당 못해 그 수위도 낮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오폐수와 쓰레기 처리용량 초과로 제주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많은 관광객을 받겠다고요?

제2공항은 더 많은 관광객, 더 많은 항공수요를 전제로 합니다. 이 작은 섬의 환경수용력을 생각지 않고 그저 관광객과 인구를 늘려 관광자본의 배를 불릴 생각만 하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관광객 수를 조절하지 않으면 제주는 계속 망가질 것입니다.

제주가 감당할 수 있는 관광객 수는 연간 1천만 이하일 것입니다. 관광객을 줄이는 방법이야 간단합니다. ‘입도세’나 ‘환경부담금’ 명목으로 관광객 1인당 2만원씩 받으면 되리라 봅니다. 그렇게 조성된 기금으로 제주의 생태적 가치를 복원하는 데 쓰면 좋겠습니다.

면적이 제주의 15배가 넘는 하와이의 연간 관광객 수는 지난 해 겨우 9백만을 넘겼으나 수익은 제주의 몇 배 많습니다. 하지만 제주엔 저가항공으로 단체관광 와서 쓰레기만 잔뜩 버리고 가는 관광객이 대부분입니다. 제주의 환경을 파괴할 뿐, 관광업이 제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지 못합니다. 제주 산업의 1순위 부가가치는 당연히 농업에서 나옵니다.

관광객 줄이기와 거주인구 늘리지 않기가 제주의 살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주의 관광정책 당국도 양적 팽창 아닌 질적 관광으로 전환해야 함을 이미 공식화했습니다. 관광객을 1천만 이하로 제한하면, 제2공항은커녕 현 제주공항의 확충조차 불필요합니다.

▲제2공항 만들면 잘릴 대수산봉에서 Ⓒ김수오
▲한살림서귀포 바느질모임 작품 Ⓒ서신심

기후위기, 코로나팬데믹 시대에 비행기운행을 늘리려 하다니!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가고, 호주의 산불이 6개월씩 계속됐습니다. 기후변화 탓에 올 여름 한국은 긴 장마 끝에 물난리를 겪고 잦은 태풍을 맞았습니다. 2030년이 되기 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2050년쯤 지구는 온열지옥을 겪게 될 것이고, 인류는 멸종 1순위에 들어간다지요.

기후위기는 왜 닥쳤나요? 산업혁명 후 화석에너지 사용과 공장식 축산으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해서입니다. 비행기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 막강합니다. 공항이 새로 건설되면 그만큼 비행기 운항이 늘어날 테고, 공항 하나가 유발하는 온실가스 양은 어마어마하겠죠.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는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가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가했습니다. 유럽에선 앞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공항을 새로 만드는 건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입니다. 온실가스 줄이기와 비행기 안타기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이 시대 지구시민의 의무 아니겠습니까.

코로나 팬데믹도 기후위기와 그 발생 원인이 같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전염병 발생 확률이 4.7% 높아진답니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북극이나 히말라야 빙하 속에 갇혀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풀려나와 또 어떤 감염병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숲을 파괴하고 도시에 밀집해 살며, 화석에너지를 쓰는 빠른 교통수단으로 활발하게 이동하는 삶이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을 가져왔습니다.

물론 1만 년 전 신석기 농업혁명으로 집단 정착생활과 가축사육을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은 이미 전염병에 취약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15~17세기 대항해시대에 지구촌 곳곳의 숲을 서구 열강들이 파헤치기 시작하자 야생동물을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가 점점 더 인간에게 다가왔습니다. 산업혁명 후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간의 이동이 빨라지자 전염병 바이러스도 그만큼 더 빨리 퍼졌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이제 우리는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접속으로 겨우겨우 일상을 이어갑니다. 추석명절이 다가오는데 고향방문이나 친척모임, 벌초작업을 삼가라는 문자를 전 국민이 매일 받습니다. 내년 봄 쯤 백신이 개발돼 지금의 COVID-19를 잡을지라도, 제2, 제3의 코로나가 계속 온다고 합니다. 과연 마스크를 벗을 날이 있을지 암담합니다. 인류는 더 이상 대면접촉과 장거리여행이 불가능해진 시대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더 많은 관광객을 바라며 5조원이나 세금을 들여 제2공항을 지어야할까요?

▲ 제2공항 만들면 잘릴 독자봉에서 Ⓒ김수오
▲제2공항 만들면 잘릴 대수산봉에서 Ⓒ김수오

이제 개발을 멈추고 삶의 방식을 달리할 때건만

제주는 요즘도 곳곳이 공사 중이거나 공사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이름난 비자림로 숲 나무들을 베어내고 도로를 확장하려 합니다. 시민들의 저항으로 세 번째 공사를 중단한 상태이긴 하나, 이미 비자림로 숲의 대부분 나무가 베어지고 말았습니다.

선흘 곶자왈에 동물테마파크를 지어 열대지역 동물인 사자, 코끼리, 기린 등을 데려와 가두고 구경시킨다 합니다. 습도 높은 제주 중산간에서 열대 동물이 겪을 고통도, 곶자왈의 생태파괴도, 선흘 주민들이 맹수 울음소리와 악취와 맹수 탈출 불안에 시달릴 것도 제주도정은 아랑곳 않습니다.

한림 앞바다에는 해상풍력 발전소를 짓는다 합니다. 제주에는 전기가 남아도는데도 제주를 빙 둘러 바다에다 풍력발전기를 세운다 합니다. 해안으로부터 1km쯤의 바다를 뱅뱅 돌며 사는 남방큰돌고래는 어쩌라고요? 물길이 바뀌어 해녀들의 물질이 힘들어지는 건 또 어쩔 건가요? 친환경에너지사업, 그린뉴딜이라 포장하지만 실상은 필요치도 않은 전기 생산시설 공사로 돈을 벌려는 토건자본의 기획일 뿐입니다. 제주를 터전삼아 사는 해녀와 돌고래의 존재를 무시하는 폭력입니다.

송악산 일대에 뉴오션타운이라는 숙박시설을 조성해 자연을 파괴하고 경관을 사유화하려 합니다. 이미 동쪽 섭지코지에 리조트 단지를 만들어 해안 경관을 다 망쳤는데, 이번엔 서쪽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계 최고의 화산교과서인 송악산 일대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입니다. 자연이 훼손돼 미래세대가 발 디딜 곳이 없어지건 말건, 당장의 개발이익만 챙기려는 토건자본의 탐욕이 가증스럽습니다.

그리고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제가 사는 서귀포시 구 도심지에 6차선 광폭 차로를 새로 만든다 합니다. 서귀포 시내 로터리에 차량 정체가 일어나니 도로를 하나 더 내겠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차로를 만들어 더 많은 자동차를 불러들이려 합니다. 관광객 수를 줄여 렌트카 이용자가 줄면 정체가 자연 해소될 일을, 1237억원 세금을 들여 새 도로를 내겠다는 발상은 비경제적이고 반환경적입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행정이라면, 프랑스 파리 이달고 시장의 도시계획, 교통정책을 본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파리는 시내 차량 속도를 30km로 제한해서 차량이동을 포기시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하도록 유도한답니다. 기존 차로를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로 쓴답니다. 주차장의 절반을 줄여 도시정원을 조성한답니다. 관광객 상대의 에어비앤비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쓴답니다. 파리의 도시계획, 교통정책이야말로 서울이나 서귀포가 실현할 대안 아닐까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만들면 물이 오염돼 원앙이 오지 않을 천지연폭포 앞 Ⓒ양예경

제주의 가치는 무엇인가

제주는 유네스코 3관왕의 섬입니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는 제주가 전 세계인이 함께 가꾸고 보전할 가치 있는 땅이라는 뜻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독특한 자연경관을 그대로 보존만 잘하면 되는 보물섬이 바로 제주입니다.

설사 관광의 경제적 측면만 따지더라도 제주의 자연을 훼손해선 안 됩니다. 광대한 공항, 숙박시설, 동물원, 놀이시설, 카지노를 짓는 순간부터 제주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집니다. 관광객은 렌트카로 광폭 고속도로를 달려 육지에도 많은 동물원과 놀이시설을 보려고 제주에 오지 않습니다. 제주의 자연이 제주관광의 핵심입니다. 자연은 (차타고) 질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함께 하려는 사람에게 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숲길이 필요할지언정, 큰 길(넓은 차로)이 필요치 않습니다.

또한, 섬의 가치는 접근이 어려울 때 오히려 높아집니다. 현재는 비행기 이용을 최소화하는 쪽의 정책을 쓰는 것이 제주의 가치를 보존하는데 필수입니다. 관광객을 줄여야지, 제2공항을 지을 이유가 추호도 없습니다. 십 수 년 전에 말이 나왔던 해저터널 따위 구상은 끔찍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관광 목적의 제주 방문을 배로만 가능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접근을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어야 제주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제주에 땅과 집을 사두었던 외지인들, 부동산업자, 토건업체는 제2공항을 짓고 도로를 내면 당장의 이익을 거둘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한숨에 젖게 됩니다. 인간은 보물섬에 잠시 머무르며 고맙게 누리는 데 그쳐야합니다. 파헤쳐 콘크리트 깔아 망가뜨리면 자연의 복수를 당합니다. 그게 바로 지금의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사태 아니겠습니까.

▲동거미오름에서 제2공항 부지를 봄 Ⓒ김수오

조명래 환경부장관께

장관님이 2006년 단국대 교수시절 <한겨레신문>에 쓰신 ‘개발정치와 녹색진보’라는 칼럼을 찾아 읽었습니다. 칼럼에서 장관님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개발 드라이브로 경제규모 세계 11위가 된 한국이, 환경지속성지수에서 세계 146개국 중 122위고, 환경오염부하량지수는 146위로 최고임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사회경제시스템과 자연환경시스템 사이의 균형이 일그러져, 생태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위험사회’로 가고 있다고 당시 조명래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해방 후 지금까지 추구해 온 한국의 산업적 근대화 문법을 ‘생태적 탈근대화’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명래 장관님, 제2공항을 비롯한 모든 난개발을 멈추고 생태적 탈근대화로 가도록 온 힘을 다해 주십시오!

저는 또 지난 9월 3일 정세균 총리가 주재하는 '목요대화'를 시청하며 장관님의 발언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임을 절감하며 장관님의 5세 손자가 30년 후에도 편히 살려면 환경부가 거듭나야겠다고 하셨습니다. 환경부의 거듭나기, 국토부의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부동의’에서부터 시작해 주십시오!

부동의 해야 할 사유는 이미 차고도 넘칩니다. 제2공항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어온 제주 성산 난산리 주민 김경배씨가 이즈음 네 번째 단식투쟁을 환경부 앞에서 시작했습니다. 14일인 오늘 단식 5일째입니다. 그의 말만 들어봐도 환경부가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 해야 할 사유는 충분히 알아낼 것입니다.

게다가,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시민모임의 '탄원서'에는 부동의 해야 할 사유가 일목요연하게 문서화되어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국토를 황폐화시키려는 국토부의 기만적 평가서에 보완요구만 하지 마시고, 환경을 지키고 도민을 살리려는 시민들의 간절한 탄원서를 눈여겨보신 후 ‘부동의’를 결행해 주십시오!

2020.9.14. 서귀포시민 서신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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