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숨겨진 비화를 폭로하는 책이 또 한권 나왔다. <불충한, 회고록(Disloyal, A Memoi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의 실화>라는 제목이 책이다. 저자는 제목에서 밝힌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개인 변호사 출신인 마이클 코언이다. 코언은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가이던 시절부터 온갖 귀찮고 지저분한 일들을 대신 해결해주는 집사 역할까지 하던 변호사였다. 하지만 그는 2018년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과정에 협조하면서 트럼프와 결별하게 됐다. 트럼프는 코언에 대해 "쥐새끼"라면서 노골적으로 배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코언은 트럼프의 불륜 상태 여성들에 대한 '입막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선거자금법 위반, 위증죄 등으로 징역 3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지난 5월 석방돼 가택 연금 상태다. 코언은 트럼프에게 버림 받으면서 일찌감치 트럼프의 진면모를 드러내는 회고록을 쓰고 있다고 예고해왔다. 그 책이 오는 8일(현지시간) 발간될 예정인 <불충한, 회고록>이다.
"트럼프, 오바마에 집착...닮은꼴 배우 고용해 영상 찍어...복음주의 기독교도 경멸해"
코언의 책 발간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5일), <CNN>(6일) 등 언론들이 책 내용의 일부를 보도했다.
코언은 책에서 트럼프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았으며,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유세 당시 "나는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표를 얻지 않을 것이다. 흑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나를 위해 투표하기엔 너무 멍청하다. 그들은 내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노골적으로 유색 인종에 대한 반감을 표했다고 한다.
또 트럼프는 오바마에 대해 컬럼비아대와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빌어먹을 기회 균등 정책(affirmative action, 실질적인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소수자들에게 할당제 등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앞서 트럼프의 조카 메리 트럼프는 자신의 삼촌이 대학 입학 시험에서 친구에게 대리 시험을 치게 해서 그 성적으로 펜실베니아대 경영대인 '와튼스쿨'에 들어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오바마 정부 당시 "내게 흑인들이 이끄는 나라 중 '똥통' 같지 않은 나라를 하나만 말해달라. 그들은 모두 완전히 '똥통'이다"라고 비아냥거렸다.
트럼프는 "오바마 닮은꼴" 배우를 고용해 자신이 오바마를 해고하는 영상을 찍은 뒤 "그를 해고했다"고 코언은 밝혔다. 그는 당시 고용했던 흑인 배우의 이름이나 영상이 촬영된 구체적인 일시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현장 사진은 책에서 공개했다.
코언은 트럼프가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복음주의자와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에 대해서도 경멸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016년 당선 직후 트럼프타워에서 유명 복음주의자들과 회의를 한 뒤 "저런 헛소리(Bullshit)를 믿을 수 있느냐"고 조롱했다고 한다.
"트럼프, 돈 때문에 푸틴 좋아해...이방카 등 자녀들은 대선 출마 반대"
코언은 책에서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러시아 내 '반 푸틴' 세력을 지지해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매우 싫어했고, 트럼프는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는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하도록 공공연히, 은밀하게 시도했다"면서 "트럼프는 이에 대해 어떤 불안감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언은 트럼프가 푸틴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비평가들이 추측하는 것보다 간단하다"며 "트럼프는 푸틴이 세계 최고 부자인 줄 잘못 알았다"고 주장했다. 푸틴에게 접근해 대선에서 실패할 경우, 그를 사업에 활용할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트럼프 그룹이 러시아에서 추진하던 트럼프타워 프로젝트 때문에 푸틴을 옹호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특히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가 주요하게 관여해왔다고 덧붙였다.
코언은 트럼프의 자녀들이 처음에는 아버지의 대선 출마를 반대했었다고 한다. 코언은 2015년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 장남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이 자신을 찾아와 "아버지의 발언들이 회사를 죽이고 있다"며 대선에서 하차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모발이식 흉터 가리려고 머리에 집착"...성관계 여성들 입막음에 관여한 과정도 폭로
코언은 트럼프의 독특한 헤어 스타일이 수술 흉터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헤어 스타일이 타고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코언은 트럼프의 "3단계" 헤어 스타일이 "1980년대에 실패한 모발이식 수술로 인해 두피에 남은 보기 흉한 흉터"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언은 샤워를 마친 직후에 만난 트럼프에 대해 "머리를 손질하기 전에는 그의 염색한 금발 머리 가닥이 어깨 아래로 머리 오른편과 등까지 내려가 있었다"고 묘사했다. 앞서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지난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 중이던 트럼프가 비가 내리는 날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을 걱정해" 원래 예정돼 있던 미군 전사자 묘지 방문을 취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코언은 또 트럼프가 대선 출마하는 과정에서 과거 성관계를 가졌던 여성들의 '입막음'을 시도한 뒷 이야기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트럼프가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5000만 원)를 비밀리에 지급하는 방안을 자신이 트럼프그룹 최고 재무책임자인 앨런 웨이절버그와 논의했으며, 결국 자신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그 돈을 직접 대니얼스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코언은 또 트럼프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한 모델 출신인 캐런 멕두걸에게 타블로이드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15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를 주고 독점 보도권을 사들이는 과정에도 트럼프가 개입했다고 밝혔다. 코언은 당시 트럼프가 이 매체의 데이비드 페커 회장에게 15만 달러를 보상해주기로 약속했지만, 그 돈을 떼어먹었다고 주장했다.
코언의 책에 대한 보도 내용과 관련해 백악관은 "팬 픽션"이라며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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