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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코로나 시대라면,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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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정 코로나 시대라면, 이제 멈춰야 한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성산, 제주, 지구를 위한 연재를 시작하며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왜 코로나 ‘시대’인가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어느덧 일반화되었다. 그 뒤로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같은 용어가 이어지는 논설도 점차 자주 접한다. 하지만 나는 의심스럽다. 과연 그걸로 충분할까. 코로나 ‘시대’는 그린뉴딜 정도의 정책적 대응과 디지털뉴딜 같은 산업주의적 처방보다 더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위험(risk)-재난(disaster)-위기(crisis)-파국(catastrophe). 피해를 초래하는 사건의 수준을 이렇게 한번 나눠보자. 이 구분은 피해의 심각성만이 아니라 지속성의 차이에 따른다. 위험은 재난이 다가온다는 징후이다. 하지만 모든 재난이 위기로 번지고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태풍 같은 재난은 그 규모가 크더라도 머잖아 끝나고 이후 얼마간 복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심각성이 회복불가능한 임계점을 넘어서서 지속된다면, 사회는 위기에 처하고 파국에 이를 수 있다.

이 구분에 비춰본다면 코로나19는 작년 말 위험이었다가, 올해 초 재난으로 번졌고, 지금은 위기로 고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파국이 되는 걸 막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는 어떤 수준에 이른 사건에 붙이는 명명법일까. 전에도 사스나 메르스 같은 대규모 감염증이 돌았지만 시대란 말이 붙지는 않았다. 사태에서 그쳤다. 그런데 코로나는 그 사태가 지속되어 삶의 조건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기에 시대라고 불리고 있다. 코로나 시대는 우리가 파국의 문턱인 위기 상황에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에 들어선 우리는 우리 삶을 어디까지 바꿔야 하는 걸까.

코로나 펜데믹과 지구온난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이름은 ‘코로나 펜데믹’이다. ‘시대’가 장기지속성을 뜻한다면 ‘펜데믹’은 전지구성을 의미한다. 사실 이번 사태의 바탕에는 지속적이고 지구적인 동인이 자리한다. 바로 여러 과학자가 지적했듯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접촉할 확률이 늘어나 인수공통전염병 발발가능성은 커졌고, 병원균이 기온상승에 적응해 진화하며 인간의 비교적 높은 체온은 방어막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지구온난화가 야기하는 재난은 이번 사태 말고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지속적이고 지구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아마존이 불타고 유럽이 뜨거운 여름을 나고 미국에 초대형 허리케인이 닥치고 남극에서 빙하가 급속히 녹더라도 그곳 일로 여길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펜데믹은 모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빠져나갈 외부는 없다.

지구온난화는 지난 수십 년간 인류 공동의 문제라고 회자되었으나 각국과 개인의 적극적 행동은 줄곧 미뤄져왔다. 그런데 이번 형태의 세계적 전염은 인류가 운명공동체이고 그 운명이 위기에 처했으며, 인류 자신이 그 주범임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각자의 일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잦아지고 길어지는 재난의 조건을 배양하고 있었음을, 따라서 이번 재난을 극복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이야말로 모두를 위해 저마다 바꿔나가야 함을 깨닫게 하지 않는가.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김수오

코로나 시대의 제주 제2공항 문제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삶터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제주에서 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곳에서는 성산 지역을 예정지로 삼은 제주 제2공항 문제가 기로에 놓여 있다. 2015년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이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동의한다면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 절차만을 남겨둔 상태이다. 환경부의 판단은 10월 중에 나올 전망이다.

코로나 시대와 제주 제2공항 문제. 그 양자의 관련성은 지난 5월 22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에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한국환경회의’의 공동선언 "위협받는 제주의 생물종을 지키자! – 죽음의 활주로, 제주 제2공항 사업 철회되어야"에서 밝히고 있다. 일부를 옮겨둔다.

지구상의 동식물, 미생물, 그들을 둘러싼 복합 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이 강조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생물다양성 위기가 거론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감소와 단절이다. 산림 벌채와 남획, 난개발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졌다. 209개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확인되어, 전 지구적 재난이 된 코로나19는 생물다양성의 임계점과 위기를 보여준다. … 코로나 이후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 다른 생물종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위협하는 정치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우리는 특히 ‘제주도’라는 공간을 주목한다. 풍부한 생물종과 독특한 생태계, 자연경관의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유네스코 3관왕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주에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 중이다. 숱한 난개발로 이미 경관 훼손, 쓰레기, 오폐수, 교통체증,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개발 사업을 불러올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개발의 논리 앞에서 많은 생물종이 위협받고 사라졌다. … 제주 제2공항 사업의 강행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훼손하는 것이고, 숱한 생물종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죽음의 활주로를 멈추어라.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

이 공동선언에 앞서 1년 전,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막아내기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천막촌이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를 발표한 적이 있다. 전문을 옮겨둔다.

1. 오름을 깎아야 해서 제주도 동부 오름 군락의 지금 모습을 영원히 잃고 만다.

2. 공항부지 내 동굴과 철새도래지가 훼손될 뿐 아니라 지반 침하와 조류 충돌로 인해 사고가능성이 높은 공항이 된다.

3. 제2공항 인근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심각한 소음피해가 발생한다.

4. 제2공항의 군사적 이용가능성이 상존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미군이 활용할 경우 제주도의 군사적 위험성이 가중된다.

5.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도 항공사와 제주도의 상위 호텔이 항공료와 숙박비 수익을 독점하며 쓰레기 증가, 수질오염 등 제주도의 환경오염은 심화된다.

6.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나 제주도의 교통이 혼잡해진다. 도로 확장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며 자연환경이 훼손된다.

7. 기존공항과 제2공항의 역할 분배로 동부 지역 바깥에서는 공항에 접근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8. 제2공항 건설과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면 현공항 시설의 충실한 개선이 어려워지고 도민복지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다.

9. 제2공항 인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요동해 해당 토지소유주는 이익을 얻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지역간 불균등 발전이 심화된다.

10. 장기간의 건설과정 동안 성산 지역의 주민간, 제주도 전역의 도민간에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이 초래된다.

'위협받는 제주의 생물종을 지키자!'(2020년 5월)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2019년 5월)은 공히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1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선언문에서는 차이도 엿보인다.

'열 가지 이유'는 그 내용을 보았을 때 제주도민을 향해 발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직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전국적으로 이슈화되지 않았으며, 제주 내에서도 찬성 여론이 우세한 시기에 작성되었다. 이 '열 가지 이유'를 정하기 위한 논의 자리에 나도 있었다. 당시 기후위기와 기후정의, 인류의 일원으로서의 책무 등에 관한 문구도 넣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제주도민을 설득하기에는 “때 이르지 않나”,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나”라는 주저함에 우리는 그리하질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에 직면한 1년 뒤의 '위협받는 제주의 생물종을 지키자!'에서는 기후위기와 제2공항 문제가 ‘생물종 다양성’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결부되고, 제2공항 문제가 제주도민만의 현안이 아니라 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시민들의 과제로 상정되고 있다. 2019년에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예정지인 성산 주민들 간 갈등 사안에서 제주도민의 중요 현안으로 반경을 넓혔다면, 2020년에 들어서는 제주도민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과 지구 시민의 사고과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 1 : 성산의 생태계 파괴

그렇다면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사회, 경제,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나, 일단 ‘환경 문제’로만 국한시켜 성산-제주-지구라는 세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국토부는 2025년까지 성산읍의 난산·수산·온평·신산리 등 일대 545만6437㎡의 터에 총사업비 5조1278억원을 들여 제2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규모는 기존 제주공항의 1.5배에 이른다.

공항을 지으려면 토지수용으로 마을의 파괴, 농촌공동체의 해체, 주민의 강제이주가 불가피하다. 특히 예정지인 성산 지역은 오름 군락지로 제주의 생태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다. 또한 화산 용암동굴과 숨골이 밀집한 지역이며 하도, 종달, 오조, 성산-남원 철새도래지가 이어지는 철새도래지 벨트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성산의 자연생태를 허위로(혹은 부실로) 축소 기술하고 있다. 그 까닭에 환경부가 두 차례 보완요구를 했다. 가령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예정지에 숨골이 8곳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화산섬 제주는 비가 내리면 바위가 갈라진 틈을 따라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가 형성되는데, 빗물이 땅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숨골이라 한다. 하지만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역 주민과 함께 예정지에서 무려 136곳의 숨골을 찾아냈다.

또한 환경부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류 및 주요 생물종 조사도 보완요구했다. 이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제2공항 예정지의 조류 충돌(Bird Strike)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자 ‘성산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등의 지역주민과 전문가가 성산 바다 연안에 서식하는 조류를 조사해 최소 46종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천연기념물은 물론 멸종위기종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자 국토부 측은 숨골과 동굴, 철새 도래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7월 ‘제2공항 쟁점 해소를 위한 공개 연속토론회’에서 “콘크리트로 숨골과 동굴을 메우고, 철새 도래지를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 어떤 대책이 있는가”라는 시민의 질문에 국토부 측은 답하지 못했다.

환경 문제 2 : 제주의 환경수용력 위협

애초 국토부는 항공수요가 2045년에는 4500만 명을 넘어서리라는 자체 예측치를 바탕으로 지금껏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해왔다(현재 제주의 인구는 약 70만 명이다). 하지만 과연 관광객이 그렇게나 늘어날 것인가. 코로나 사태로 현 제주공항은 국제선이 멈췄고, 올해 국내선 이용자 수도 현저히 줄었다. 항공업계와 관광업계의 장기적 전망은 몹시 어둡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국책사업의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국토부는 2045년 기준 수요예측을 4,557만명(사전타당성조사), 4047만명(예비타당성조사), 4,108만명(기본계획)으로 변경했다. 애초 항공수요를 과도하게 부풀려 사업을 시작했음을 국토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진정 따져야 할 것은 항공수요가 ‘늘어날 것인가’보다 ‘늘어나도 되는가’이다. 대량관광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이 개발해야 하는가. 현재 제주는 하수처리능력이 포화상태로 일부 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쓰레기처리능력도 한계에 달해 압축 쓰레기를 몰래 필리핀으로 보냈다가 반입을 금지당했다.

여기서 중요한 화두가 ‘환경수용력’이다. 국토부는 최대치로 추정한 항공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많은 사람이 실제로 제주에 들어올 때 벌어질 일은 과연 고려하고 있는가? 작년 5월의 공개토론회에서 국토부 사무관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 많은 관광객을 제주가 감당할 수 있다고 검토하고 나서 사업을 진행한 것인가. 돌아온 답변은 이것이었다.

“제주의 환경수용력은 고려하지 않았다. 항공수요를 추정할 때 환경수용력을 반영할 수 있는 근거도 방법론도 없다. 우리는 주어진 공식대로 산정했다.”

환경수용력은 생태계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며 어느 정도의 변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고 삶의 질도 악화된다. 2019년 봄부터 ‘제주의 환경수용력’은 제주 제2공항 문제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지난 7월의 공개토론회에서 국토부 측이 내놓은 발제문을 보면 환경수용력에 관해 “환경수용력을 대폭 증대해 나갈 계획”, “환경수용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노력” 등의 문구가 여기저기서 산견된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본말전도이다. 애초 환경수용력의 범위에서 공항 계획을 수립해야지, 공항 계획을 수립하고 거기에 맞춰 환경수용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토부는 공항을 짓고 나서 ‘대폭적으로’ ‘근본적으로’ 제주의 환경수용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하는데, 이는 제주라는 국토와 그 생태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몰지각한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세 가지 사실을 말하자. 첫째, 제주도는 섬이다. 둘째, 섬은 환경수용력이 특히 관건이다. 셋째, 공항 건설은 일반 개발사업과 다르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면 얼마나 많은 난개발이 이어질 것인가. 공항 건설을 일반 시설 수준에서 추진해서는 안 될 일이다.

환경 문제 3 : 지구의 온실가스 증가

제주의 ‘환경수용력’은 ‘도민결정권’과 함께 2019년 제주사회에서 제2공항 건설에 관한 도민 여론이 찬성에서 반대로 옮겨가는 계기가 된 화두였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제주의 범위를 넘어서는 환경 이슈가 되고 있다. 즉 관광 산업과 항공 산업 자체의 문제로 인식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량관광을 위해 마을과 농토를 파괴해 또 하나의 공항을 짓고, 곶자왈과 오름을 훼손해 관광 시설을 더욱 늘려야 하는가. 대량이동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비행기가 성층권으로 날아올라 배기가스를 뿜어야 하는가.

2020년 2월 28일, 영국 고등법원은 런던 히스로공항 제3활주로 신설 계획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활주로를 증설해 더 많은 비행기가 이착륙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영국 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8년 1월 17일,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노트르담 데랑드 신공항 건설을 취소했다. 2018년 스웨덴에서는 ‘Flygskam(비행수치)’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비행기를 타면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니 수치스런 행동이라는 의미이다. 2019년 그레타 툰베리는 비행 거부 운동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그리고 2020년에는 (예상치 않게) 코로나 펜데믹으로 비행기가 운항을 멈추고 항공 산업이 침체에 빠졌다.

여기서 상기하자. 한국은 최근 수년간 온실가스 연간 배출 총량 세계 7위, 인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4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OECD 국가 중 1위인 나라이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이 세계 4대 기후악당(climate villain)으로 지목한 나라이다. 그런 나라에서 하나의 섬에 두 번째 공항을 만들어도 되는가.

물론 제주는 섬이기에 제주도민에게 공항과 비행기는 필수 시설이고 기본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항공수요 4000만 명 이상’은 생활인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저가항공을 중심으로 노선을 늘려 값싼 대량관광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량관광은 제주를 어떻게 변모시켜 놓았던가. 아마도 제주의 생태, 문화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제주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물음에 마음이 어두워질 것이다. 지금도 제주에는 곶자왈을 파헤쳐 동물원을 만들고(선흘동물테마파크), 천혜의 산을 깎아 카지노와 호텔을 짓고(송악산뉴오션타운), 바다 속에 전망대를 만들어 해녀의 물질을 구경하는(우도해중전망대) 개발계획들이 배회하고 있다.

더구나 백 보를 양보해 국토부가 강변하는 ‘항공수요 4000만 명 이상’을 제주가 감당해야 하더라도 제2공항 건설은 타당성이 낮은 사업이다. 국토부 자신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기존공항의 활용 방안에 관한 용역을 맡긴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공항 개선으로도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국토부는 2015년에 제작된 이 보고서를 은폐하다가 2019년에야 정보공개 요구에 못 이겨 공개했다. 또한 2012년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제주공항 개발구상연구도 “복수공항은 제주 현실에 부적합”하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 시대에 기존공항보다 넓은 또 하나의 공항을 짓겠다고 산을 깎고 땅을 파헤치고 농토를 밀어내고 주민을 이주시키는 데 수 조원의 세금을 써야 하는가. 대체 누구의 배를 불리기 위해 제2공항 사업은 이토록 억척스럽게 강행되고 있는가.

코로나 시대에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다를 것이다.” 요즘 이 말을 자주 듣는다. 분명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 달라지는가이다. 진정 코로나 시대라면, 시대가 바뀌었다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을 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의 자리에는 비대면 산업, 녹색 성장이 곧잘 오른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들을 때 진정 있어야 할 변화를 (신)산업 성장의 논리가 횡령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나는 불안하다.

지난 9월 1일, 국토부는 2021년 제주 제2공항 예산으로 473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2020년 예산으로 편성된 356억 원보다 증액된 금액이다. 2020년 예산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액 삭감된 바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2021년 예산안 기조를 이렇게 밝혔다. ‘위기 극복과 포스트코로나 대비’.

“코로나 시대에는 ○○을 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자주 접하게 될 이 말을 자주 의심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역으로 이렇게 묻고 싶다. “과연 코로나 시대에 ○○을 해야 하는가.” 특히 편익을 부풀린 사업타당성 조사 위에서 추진해온 근시안적 개발사업들을 되물어야 하지 않는가. 제주에는 제2공항만 문제가 아니다. 제주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도 아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큼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짚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제주 제2공항 문제는 그 일들을 사고할 때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성산-제주-지구적 차원의 복합적 환경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에서는 생태감수성, 사회 차원에서는 환경수용력 인식, 지구 차원에서는 인류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것들은 서로를 촉진할 수 있으며 촉진시켜야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이 바로 사회와 지구 문제의 중요한 현장이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이처럼 지역-사회-지구의 문제가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의 문제이며,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 진행 중인 숱한 개발사업도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팬데믹(pandemic)은 ‘모두’를 뜻하는 그리스어 πᾶν(pan)과 ‘사람들’을 뜻하는 δῆμος(demos)이 합쳐진 말이다. 누구도 이 사태의 외부에 있지 않다. 율라 비스가 <면역에 관하여>에서 강조했듯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자신의 삶터에서 생태환경을 지키는 노력이 모두의 삶을 지키는 실천일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코로나 시대에 진정 중요한 함이다.

필자 윤여일 연구교수는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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