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영남 300만 표를 가져오겠다"며 '영남 후보론'을 내세운 김부겸 전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서 1위인 이낙연 의원과 39.4%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낙선했다. 당선된 최고위원 중에서도 PK 및 영남권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 대선 공략을 위해선 영남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이는 민주당의 숙제로 남게됐다.
김 전 의원은 29일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결과가 발표된 후 낙선인사에서 "'새로운 김부겸'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일신우일신 하겠다"며 "대표로 당선된 이낙연 의원님께, 축하 인사와 함께 앞으로 당을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수해와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선거운동을 하느라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하지만 후보 간 갈등이나 당내 분열 없이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당원 여러분의 성숙한 정치의식과 당의 높은 민주주의 역량 덕분"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제 당력을 하나로 모아 '더 큰 민주당'을 이룰 때"라며 "민주당의 '더불어' 정신이 한층 더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개혁과제를 완수해야 할 책임이 우리 당에 있다"고 했다.
이날 당대표 선거에서는 이낙연 의원이 60.77% 득표율을 기록해 신임 당대표에 당선됐다. 김 전 의원은 21.37%를 기록했고 박주민 의원은 17.85%로 김 전 의원을 바짝 추격했다.
민주당의 잠룡인 이낙연·김부겸 후보가 출마 하면서 '대권 전초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번 전당대회에서 박 의원의 막판 출사표로 김 전 의원에게는 부담스러운 선거가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4.15 총선에서도 낙선한 데 이어 이번 전당대회까지 패했다. 더구나 3위인 박 의원에게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 득표율에서도 밀리며 크지 않은 표차를 보였다.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는 불가피하다.
이낙연 의원을 지지했던 한 민주당 인사는 전당대회 전에 "김부겸이 선전해야 이낙연도 산다. 박주민 의원이 뒤늦게 출마하면서 민주당 내 영남, 특히 TK의 대표주자로 정체성을 내세운 김부겸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대선을 앞두고 이낙연은 물론 민주당 전체에 좋은 징후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번에 당선된 당대표 및 최고위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남 지역 인사들이 없다.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신동근 의원이 경남 하동 출신이긴 하나 경남 정체성은 미미하다. 영남 인사들은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 등 인선 과정에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영남권을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해온 김 전 의원은 여전히 민주당의 지역적 확장성 측면에서도 필요한 인재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와 여전히 당이 전국정당보다는 '비영남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력한 민주당 대권후보로 점쳐지는 이낙연 의원이 내년에 예정된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게 되면,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3월엔 당대표를 사퇴해야 한다. 김 전 의원으로서는 내년에 다시 열릴 수도 있는 민주당 대표 선거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도 물론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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