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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도시 태백의 가치…'성역화?'로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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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도시 태백의 가치…'성역화?'로 되찾는다

②탄광유물 관리부실, 탄광촌 ‘정체성’ 잃어버린 폐광도시

네이버와 다음, 구글 등 포털에서 ‘탄광촌 태백’을 검색하면 ‘태백시 철암’만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표 탄광촌에서 찾아갈 만한 시설과 대표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는 곳이 철암 외에는 달리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철암 탄광역사촌에 양 손으로 연탄을 받친 조형물은 한 눈에 봐도 조잡하고 부실하게 제작된 모습이다. 탄광촌 상징 조형물에 작품성과 예술성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프레시안

탄광촌 태백을 대표하는 시설은 ‘산업전사위령탑’이나 ‘석탄박물관’을 꼽을 수 있지만 포털에서는 이런 곳은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태백시 황지동 속칭 바람불이 언덕에 세워진 산업전사위령탑의 안내 간판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기록되어 있다.

<이곳은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유일한 에너지자원인 석탄생산을 위하여 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열악한 채탄현장에서 정부의 석탄증산 정책인 생산목표량 당성을 위하여 헌신하다 순직하신 산업전사들의 위패를 안치하고 있는 추모공원입니다.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하시기 바랍니다. >

그러나 위령탑에서 열리는 공식행사는 매년 태백제 행사에 맞춰 10월 2일 태백시 주도의 위령제 한 번 뿐이고 관광객들은 아예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탄광도시 명성을 전국에 자랑했던 태백이지만 석탄산업의 몰락과 함께 ‘광도태백’의 정체성과 이미지도 동반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은 “관광객들이 황지연못이나 태백산을 찾을지언정 산업전사위령탑을 방문했다는 말은 거의 듣지 못했다”며 “1년에 한 번 기관장과 유족들이 참석해 형식적인 위령제를 지내는 연례행사가 지속되는 한 탄광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광부들의 추모공간이라고 하지만 위령탑과 위패안치소만 덩그러니 설치된 산업전사위령탑은 죽음의 공간”이라며 “광부들이 주검이 된 뒤 산업전사로 단순 미화된 탓에 엄숙할지언정 의미와 가치를 찾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위령탑과 위패안치소를 설치하고 산업전사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조성된 태백 산업전사위령탑은 45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진 죽음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레시안

태백시가 지난 2017년 조직개편을 통해 ‘탄광유산관리사업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지만 효율적인 탄광유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박물관은 당연히 탄광유산관리사업소 소관이지만 탄광유산과 아무 관련이 없는 자연사박물관을 함께 관리하면서도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는 산업전사위령탑은 일자리경제과의 ‘에너지자원관리계’가 맡고 있다.

국내 1호 산업전사위령탑인 강원탄광 위령비는 아예 방치되고 있으며 태백시 금천의 ‘최초 석탄발견지탑’, 탄광체험공원과 탄광사택촌 등 탄광유물을 유지, 관리하는 곳은 탄광유산관리사업소가 아니다.

지난 2006년 130억 원을 들여 구 함태탄광 폐광지에 개장한 탄광사택촌은 석탄박물관과 연계한 시설로 만들어졌지만 올 7월부터 생뚱맞은 ‘식생활교육체험관’으로 바뀌었다.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조성한 탄광사택촌은 조잡하고 허술하게 만들어진 탓에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다가 폐기처분 대신 식생활교육체험관의 부대시설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 1997년 5월 27일 동양 최대 규모라고 자랑하며 개관한 석탄박물관은 건물의 외부디자인부터 탄광이나 석탄과 아무 관련이 없는 도시건축물 같은 무미건조함 그 자체다.

태백시가 제작한 ‘태백석탄박물관 건립지’에서 석탄박물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부여했다.

<석탄이 국가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와 석탄광 개발을 위하여 험난한 세월을 이겨 온 탄광 종사자의 숭고한 업적, 석탄산업이 걸어 온 발자취를 후대에 남겨 점차 잊혀져 가는 석탄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산 학습장을 산탄지의 중심지이며 석탄산업과 함께 한 태백에 건립하여 석탄산업사를 길이 보존하려는 뜻이 있다. 또한 태백석탄박물관은 대한민국의 석탄산업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서 우리 국민 모두와 더불어 태백인의 혼이 담긴 영원한 역사의 현장으로서 태백인의 자랑이며 자존심이다.>

▲태백석탄박물관에 브라질에서 수입해 전시된 자수정. ⓒ프레시안

그러나 태백석탄박물관은 감동을 안겨주지도 못하고 태백인의 자랑과 자존심조차 찾기가 힘들고 탄광촌 중심도시의 역할과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석탄산업과 탄광 중심도시 태백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실내 전시장과 야외전시장의 상당 부분을 채우는 ‘자수정’과 ‘방해석’ 등 탄광과 무관한 외국의 광물들이 석탄박물관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때문이다.

‘눈요기 감’에 불과한 이들 광물들의 원산지도 페루와 브라질, 루마니아, 멕시코, 스페인, 호주, 중국 등 수십 개 국을 망라한다.

▲볼리비아 오루로 광산박물관과 태백 석탄박물관의 건축물. 태백석탄박물관은 건물 외관부터 도시의 평범한 건축물 수준으로 석탄에 대한 형상을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탄광촌의 역사와 애환은 물론 과거 숱하게 발생했던 탄광사고와 관련된 기적의 생환 같은 스토리도 없어 관람객들이 감동과 석탄박물관의 의미조차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1회 박수근 미술상을 수상한 황재형 화백은 “석탄박물관에 존재감 없는 싸구려 마네킹을 설치해 놓고 동양 최대라고 자랑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석탄박물관에 석탄과 아무 관련이 없는 자수정 같은 외국 광물을 전시하는 것도 박물관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백시 철암동에는 등록문화재 21호인 ‘태백 철암역두 선탄장’을 중심으로 석탄역사촌, 파독광부기념관, 생태산업 유산길(탄탄대로) 등이 탄광문화유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철암 석탄역사촌에 설치한 광부상과 탄탄대로 역시 부실한 고증과 허술한 설계 등으로 탄광촌 철암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태백시가 지난 2019년까지 17억 5900만 원을 들여 소도구간(체험공원~상장동 벽화마을)과 철암구간(철암역~365세이프타운)에 조성한 생태산업유산 체험기반 조성사업(탄탄대로)도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졸작’이 될 우려가 높아졌다.

황재형 화백은 “광부들이 목숨을 걸고 생산한 무연탄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등이 따뜻할 수 있었다”며 “철암 석탄역사촌에 설치된 광부상도 죽은 시체나 마찬가지로 예술성이 없는 작품에서 어떻게 감동을 얻을 수 있을지 답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최초의 산업전사위령탑이라는 의미를 간직한 태백시 철암동 속칭 나팔고개 비석산에 1953년 3월 세워진 강원탄광 순직자 위령비도 방치되고 있는 탄광유물이다.

강원탄광 순직자 위령비는 유복자 민우식 감독(서울대 자원공학과 졸업)이 1959년 2월 24일 붕락사고로 순직하자 그의 어머니가 아들을 살려 내라고 피를 토하듯 절규하자 강원탄광에서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하면서 탄생했다.

이곳에는 강원탄광에서 순직한 200여 명의 광부 순직자 명단이 위령비 하단의 비석에 새겨진 가운데 매년 단오절에 위령제를 지냈으나 1993년 폐광이후 관리는커녕 민간에 매각된 상태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은 “관광객들은 황지동의 산업전사위령탑보다 강원탄광 위령비에서 더 감동과 의미를 느낀다”며 “강원탄광 위령비가 방치되지 않고 유지 관리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내 1호 산업전사위령탑 강원탄광 위령비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프레시안

또 함태탄광 순직 광부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해 위패안치소를 안치했던 태백산 입구의 청원사는 특정 종교단체에 매각된 뒤 위패가 인근 사찰에 옮겨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태백시 금천동 속칭 먹돌배기에 지난 2007년 설치된 ‘최초석탄 발견지탑’은 태백시가 1억 5000만 원을 들여 건립한 탄광유산이지만 탄광유산관리사업소 대신 관광과의 문화계가 관리를 맡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휴광을 거쳐 폐광된 태백광업은 규모는 작지만 어룡광업소를 거쳐 태백의 마지막 민영탄광으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지만 태백시는 석탄유물로 재활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급격한 폐광이후 민선시대가 도래하자 태백시는 1996년부터 ‘탄광에서 관광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관광도시로 성공했다는 일본의 폐광도시 유바리시를 벤치마킹했다.

‘탄광도시’ 유바리시가 관광도시로 성공하는 듯 했으나 유바리 석탄박물관은 감동이 없는 시설로 외면 받고 엄청난 혈세를 투자한 각종 관광 위락시설은 돈 먹는 하마가 되었다.

결국 2006년 유바리시는 일본 최초의 파산한 ‘실패도시’가 되었고 유바리시를 벤치마킹했던 태백시도 ‘유바리에서 반면교사를 찾자’고 각오를 다졌지만 태백시는 2008년부터 리조트사업 때문에 파산위기를 겪어야했다.

▲함태탄광 폐광지에 2006년 130억 원을 들여 개장한 탄광사택촌은 부실한 고증과 설계로 관광객의 외면을 받으면서 방치되고 있다. ⓒ프레시안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타당성 분석도 소홀히 한 채 리조트사업을 추진한 태백시는 파산위기 등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며 “리조트사업보다 국내 최대 탄광도시의 특성과 의미를 살리는데 투자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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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

강원취재본부 홍춘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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