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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 농업이 한가한 일? 이태규는 밥 안 먹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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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 농업이 한가한 일? 이태규는 밥 안 먹고 사나?"

[기고] 생명살림의 농업에 대한 이태규의원의 천박하고 위험한 인식

생명살림의 농업에 대한 이태규의원의 천박하고 위험한 인식

'이태규 "文대통령 주말마다 양산서 농사?…사실이면 충격"'이라는 <동아일보>의 27일 자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와 읽어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말에 양산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문 대통령을 향해 "심각할 정도로 너무나 한가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는 기사였다.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산업화 시대 삼시세끼 굶을 걱정 없이 사는 풍요의 세계에 익숙해 있을지라도 적어도 국가 중대사를 논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농사일을 대통령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너무나 한가한 일이라고 하다니.

아무리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땅속에 파묻힌 시대지만, 그의 농업과 농민관이 무엇인지 오히려 충격이었다.

이 의원의 눈에는 수많은 농민과 도시텃밭 농사를 짓는 수많은 도시민들은 그저 한가한 사람들로 보이는 모양이다.

하긴 그런 생각을 가졌으니 이 의원이 모셨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식량은 수입하면 되는 것'이라는 망발을 일삼았던 모양이긴 하다.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이건 뭐건 지도자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인물인 것도 그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이 의원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봉급의 90%를 빈민주택기금에 기부하고 매일 농사를 지으면서 대통령 집무실로 출퇴근한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한가한 정도를 넘어 아예 직무를 버린 대통령이란 말인가.

▲ⓒ

'코로나 위기' 다음은 '식량 전쟁'이다

이 의원은 모르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 곧 다가올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식량 위기', '식량 전쟁'이다.

벌써 조짐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 대유행과 함께 날이 갈수록 위력을 실감케 하는 기후 위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54일 역대 최장 장마를 기후 위기라고 이름 지었겠는가.

유럽과 러시아, 동남아와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서는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심각한 폭염과 가뭄, 폭우와 강풍으로 이미 곡물 수확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벌써 14.4억 인구의 다가올 가을과 내년 봄 중국 곡물 수확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먹방을 당장 멈추라'고 지시까지 할 정도이다. 한국 먹방에 대한 비판을 그저 한가한 해외 토픽뉴스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만약 전 세계 곡물 수확이 감소한다면 수급 탄력성이 거의 없는 국제 곡물시장은 금방 팬데믹에 이은 패닉 상태로 빠지게 된다. 가장 위험한 나라가 식량자급률 25%대의 한국이다.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식량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1990년대 초 북한은 심각한 식량부족과 함께 아직도 정확히 수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인민들이 굶어 죽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의 원인은 화석연료였다.

오늘날 농업은 석유농업이다. 종자에서부터 경운, 농약, 비료, 수확, 보관, 운송 등 하다못해 플라스틱 포장재까지 식량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에 석유와 가스가 소비된다. 이를 계산하면 우리가 먹는 한 끼 식사의 90% 이상이 화석연료다. 우리는 밥을 먹고 있는 게 아니라 석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지만, 북한은 6.25 한국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빠르게 식량의 자급을 거의 달성한 아시아의 선진 공업국가였다.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사는 사회주의 모범국가였다. 1950년대 남한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북한의 풍요는 구(舊)소련으로부터 거의 공짜로 공급받고 있던 석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1992년 구소련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석유 공급이 한순간에 끊어져 버렸다. 그 이후 북한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가 익히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도 북한은 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식량 위기의 원인은 물론 다양하다.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 대책도 물론 다양하다.

1845년부터 시작된 아일랜드 대기근은 주식인 감자의 단일종 재배가 원인이었다. 그리고 아일랜드 국민들이 살기 위해 선택한 길은 아메리카로의 대이주였다. 버락 오바마도 그 후손 가운데 하나이며, 오늘날 미국 인구의 10%가 아일랜드계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독일의 공습 피해와 식량 수급 불안정으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런던 시민들을 비롯한 영국 국민들이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텃밭가꾸기(gardening)였다. 구소련이 무너지고 나서 북한과 달리 러시아 인민들 가운데 아사자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바로 다차라는 텃밭의 존재 덕분이었다.

쿠바도 마찬가지로 그 유명한 도시텃밭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코로나 위기 속에서 들이닥칠 수 있는 식량 전쟁을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자명하다.

우선 이 의원부터 나서서 국회에 도시텃밭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식량 위기 극복 대책의 모범을 보이는 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지속불가능한 석유농업에서 생명살림의 유기농 기후농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농업 정책과 제도는 이미 거의 대부분 제시되어 있는 상태이다.

농민기본소득부터 과감하게 실행해 그리스 청년들처럼 일자리 없는 도시 청년들이 농촌으로 향하도록 새로운 브나르도 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대가 기후 위기 시대다.

이참에 오히려 청와대가 나서서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에 대한 대국민 환기와 각성을 촉구하고 대통령의 농사일을 홍보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 엄청난 액수의 봉급을 챙기면서 강남 아파트만 고수하는 청와대 고위 참모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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