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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백인 소년,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 쏴 2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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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백인 소년,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 쏴 2명 사망

트럼프, 피해자 언급 없이 "법과 질서"만 강조...공화당 전대에서 적극 활용할 듯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경찰이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흑인 남성을 저격한 사건과 관련해, 26일(현지시간) 17세 백인 소년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서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는 경찰의 제지를 받으면서 차량 운전석으로 가다가 뒷좌석에 탄 아들 3명(8세, 5세, 3세)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이 쏜 총 7발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 이 사건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동영상이 확산됐고, 경찰 폭력에 분노한 흑인들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현재까지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5월말 경찰에 의해 피살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3개월도 채 안 지났는데 비무장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중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자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커노샤 뿐 아니라 뉴욕, 캘리포니아, 포틀랜드 등에서 이번 사건 관련 항의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에 백인이 총격, 2명 사망....용의자는 17세 일리노이주 거주 소년

이런 가운데 25일 밤 11시 45분께 총기로 무장한 백인 남성들로 구성된 '자경단'이 등장해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한 백인 남성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도주했다. 이 남성의 총격으로 시위대 중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CNN은 26일 오후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했는데, 일리노이주 안티오크에 거주하는 카일 리튼하우스(17세)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위스콘신주 경찰은 리튼하우스를 1급 고의 살인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고, 일리노이주에서 위스콘신주로 이송하기 위한 범죄인 인도 심리가 있을 때까지 일리노이주에 구금돼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리튼하우스는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구호인 "경찰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구호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여러 차례 올리는 등 과격한 인종차별주의에 빠져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발생한 제이콥 블레이크 피격 사건 현장. 차를 타려는 블레이크에게 경찰이 총을 난사해 쓰러졌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블레이크가 다시 걷는다면 기적"...경찰, 총기 난사 이유 아직 안 밝혀

블레이크는 당시 첫째 아들(8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자녀들과 외출을 하려던 길에 인근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발생했고 이를 말리던 중이었다. 경찰이 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았고, 경찰과 직접적인 충돌도 없었는데 왜 블레이크에게 총을 난사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위스콘신주의 최초 흑인 부지사인 만델라 바네스는 26일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경찰은 사건 발생 이유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의 사건 처리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블레이크의 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블레이크의 아버지는 "내 아들은 7번이나, 7번이나 경찰로부터 총을 맞았다"며 사건 당시 참혹함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특히 블레이크의 어린 아들들이 그 장면을 목격한 것과 관련해 "당신이 백인 부모인데 아이들이 '엄마, 경찰이 왜 우리 아빠를 쐈어'라고 물어보지만 당신이 어떤 이유로 갖고 있지 않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블레이크의 어머니는 "위스콘신, 더 나아가 미국의 모든 시민들이 제이콥을 위한 정의가 어떤 것인지 당신의 마음으로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블레이크의 변호사는 그의 차에는 어떤 무기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아들들이 차에 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찰이 쏜 총이 블레이크의 척수를 손상시켜 하반신 마비 상태이며, 블레이크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면 "기적"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피해자 언급 없이 '강경 대응'만 강조

한편, 사건 발생 후 사흘째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밤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피해자인 블레이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 없이 "주지사는 주 방위군을 위스콘신으로 불러야 한다"며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라"고 말했다.

그는 26일에도 "우리는 미국 거리에서 약탈과 폭력, 그리고 무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의 팀은 방금 에버스 주지사와 전화를 끊었다"며 위스콘신 주지사가 연방 지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늘 나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 법 집행관들과 주 방위군을 위스콘신 커노샤에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대해서도 닉슨 전 대통령이 1968년 대응하던 방식인 "법과 질서"를 내세워 강경 대응을 해왔던 그는 특히 공화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행된 전당대회에서도 대다수의 연사들이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대해 '폭도', '약탈', '무법', '기물 파괴' 등을 용어를 사용해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폭도'들의 시위로 정국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의 재집권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민주당 소속인 에버스 주지사는 위스콘신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로, 커노샤에 투입된 주방위군 규모를 총격 사건을 계기로 250명에서 500명으로 늘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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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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