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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제츠 방한, 중국 지지해달라고 압박하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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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제츠 방한, 중국 지지해달라고 압박하는 것 아냐"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양제츠 방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응'

양제츠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하, 양제츠)이 22일 방한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가 한국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한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과 평가 등이 혼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안보 및 외교를 담당하는 중국 당국의 반응은 과연 어떨까?

이에 대해 23일 각각 다른 기관에 소속된 중국 당국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들은 아직 시진핑 주석에게 구체적인 방한 보고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양제츠 방한'이 기획되고 실현되기까지의 중국 내부의 배경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를 들려줬다. 주요 내용을 필자가 질문하고 그들이 답하는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중국은 왜 이번에 양제츠 방한을 추진했나?

A. 한국은 먼저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중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외교 분야의 최고책임자이다. 왕이 외교부장도 그의 수하에서 지휘를 받는다. 이런 사람을 한국에 파견했다는 자체는 곧 "중국은 한국을 매우 중시한다"는 매우 명확한 시그널이자 메시지다. 참고로 코로나19 이후 양제츠는 외국에 거의 나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비중있는 인물인 양제츠의 이번 방한 목적 중 하나는 "한국 외교가 과연 실제로 달라지려 하는가?" 하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 지도부에는 한국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다. 중국이 아무리 노력해서 한중 관계를 좋게 하려해도 한 특정 국가가 한국에 압력을 가하면 이내 그 나라에 바짝 다가가며 한중 관계는 안중에도 없는 듯이 하곤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장, 통일부장관 및 국정원장 등을 기존과는 퍽 다른 "새로운 성향"의 인물들로 교체했다. 이후, 남북 관계 등에서 기존과는 다르게 "에헴!"하는 미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향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우리(중국)는 이를 보며 '한국 외교가 이제 정말 뭔가 달라지려나 보다'는 생각을 더 지니게 되었고 이를 양제츠가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Q. 이 정도로 한국을 '우대'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그 반대급부로 한국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중 패권대립 국면에서 '중국에 대한 지지'를 원하는 것인가?

A. 그건 아니다. 외교행위에 있어 상대가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하책(下策)중의 하책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쉽지 않은'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또 한미동맹도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은 상태에서 한국이 취하기 쉽지 않은 것을 요구하면, 한중 관계는 더 나빠지고 그 반대급부로 미국만 더 좋아할 것이다. 그런 일을 중국이 할 리가 만무하지 않겠는가.

중국이 한국에게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한국이 과거와는 달리, 가능한 한, 특정 국가에 너무 치우치지 않은 외교 행보, 필요에 따라서는 '중견강국 한국'만의 독자적인 외교 행보 등도 전개해 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Q. 이번 방한성과에 대한 청와대 서면 브리핑을 보면, "연내 방한"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다. 이를 둘러싸고 한국 일각에서는 "성과가 별로 없는 회담이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미중 대립 국면에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왔을 뿐이다"는 비평도 있는데?

A. 그렇지 않다. 이는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악의적인 혹평에 불과하다. 생각해 보라. 이번 양제츠의 방한은, 말하자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구애'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강압적이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겠는가? 그 결과, 한국이 더 발끈하여 미국에 더 다가가면 중국 국익에도 좋지 않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또한 이번에 중국은 "한국은 시진핑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했고 서훈 안보실장의 조기 방중을 초청하기도 했다. 현재 한중관계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래서 중국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전혀 이뤄질 수 없는 '공수표'를 남발하면 한국 민심이 중국을 또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호텔 테라스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Q. 그렇다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의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A. 당연히 그렇다. 이는 향후 양국이 어떻게 긴밀히 협의하고 조율하는가에 좌우된다. 사실 그동안 중국은 우 교수(필자)가 알다시피 줄곧 시 주석의 방한을 위해 노력해 오지 않았던가(실제로 중국은 2019년에도 3번 정도, 2020년에는 한중수교 기념일인 8월24일에 맞춘 방한을 희망하는 등, 계속 시 주석의 방한 의지를 보여 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번번이 미국만 바라보며 결국 중국의 고개를 떨구게 하곤 하지 않았는가.

또 얼마 전만 해도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G7 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 제안을 듣고 온통 거기에만 신경 쓴 채 중국의 시 주석 방한 제안에도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또 미국 대선을 의식하여 대선 전의 시 주석 방한을 오히려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던가.

이를 한국인들이 역지사지해서 중국인들의 입장이 되어 보자. 그러면 이러한 상황속에서 한국인들은 과연 자신들의 최고지도자를 그러한 나라에 기꺼이 방문시키려 할까? 솔직히,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서 한국은 중국만 바라보거나 탓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성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Q. 2020년 연말에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2인자인 리커창 총리가 참가할 텐데, 이를 고려하면 비슷한 시기의 시 주석 방한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A. 우리도 양제츠를 파견하기 전에, 2020년 연말에 한국에서 예정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몰랐겠는가? 그런데도 그를 방한시켰다. 바로 여기에도 중국은 그만큼 한국을 중시한다는 시그널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외교의 관례상 서열 1, 2위인 최고지도자가 단기간에 특정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없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또 다른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즉, 한중일 정상회의와는 별도로, 필요하면 시 주석의 방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한 열쇠는 한국이 지니고 있다. 지금부터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 주석의 방한 시기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들려 달라.

A. 다시 말하지만, 중국 외교에서 양제츠란 인물의 위상과 그가 직접 방한한 그 의미를 있는 그대로 보고 평가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가 시 주석에게 '직보'할 때, "한국이 이제는 특정 국가 일변도의 외교를 지양할 것 같다. 중국도 좀 더 비중 있게 고려할 것 같다."는 식으로 하게 되면, 시 주석의 방한은 그만큼 빨라지고 한중 관계는 각 분야에서 그만큼 더 긴밀해 지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재차 말하지만, 중국은 한국이 중국을 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 한국은 특정 국가에만 과도히 치우친 외교보다는 사안에 따라서는 양측을 오가기도 하고 혹은 자신만의 새로운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중견강국의 외교를 전개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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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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