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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이 한국에 유리할까?...'톱다운' 외교에 대한 새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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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이 한국에 유리할까?...'톱다운' 외교에 대한 새 고찰

[2020 미국 대선 전망]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안병진 경희대 교수 대담

8월 20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지지 않고, 이끌기를 거부하고, 남들을 비난하고, 독재자들에게 비위를 맞추고, 증오와 분열의 불씨를 부채질한다"며 "빛의 동맹이 돼 어둠의 시절을 극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화당 후보로 이번에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데 집중해왔다. 의료정책(오바마 케어), 이민정책(DACA,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민주당 정부와 분명한 노선 차이를 보였다.

과거 역사성과 현재 국제 정세, 의회에서의 절차 등을 무시하고 내리 꽂는 트럼프의 '톱다운' 외교 방식에 한국인들은 처음엔 열광했다가 나중엔 분개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추진하지 않았던 북미 정상회담을 2018년 6월, 2019년 2월, 두 차례나 가졌다. 이로 인해 한반도에 평화 정착의 길이 열리나 싶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로 뚜렷한 진전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2020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5배나 증액한 금액을 요구하고, 이런 무리한 요구의 핵심에 트럼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를 샀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선 트럼프 재집권이 한국 입장에서 유리하다는 의견을 가진 한국 지식인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안병진 경희대 교수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이런 입장에 반대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국제적 차원의 제재, 봉쇄조치가 철회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미국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지만,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북한 문제에 다시 의지를 보이고 재추진하더라도 풀어야할 난제가 쌓여 있다.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오바마 정부 당시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가정은 너무 문제를 단순화한 인식이다. 또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과 하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경우, 바이든 집권이 오히려 북한 문제를 푸는데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두 사람은 지적한다.

2020년 미국 대선은 여느 때보다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도 이제 남은 시간이 7-10년 정도 밖에 없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실현시켰다. 그는 기후위기를 무시하고 과학자와 싸우는 대통령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기로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미국 대선의 의미와 전망과 관련해 김동석 대표와 안병진 교수를 인터뷰했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유권자 운동과 시민운동을 해온 김동석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미국 선거 현실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현장 전문가다. 미국 정치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안병진 교수는 2016년 트럼프 부상의 의미를 선구적으로 분석한 책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2020년 트럼프 정부의 본질을 분석한 책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를 쓰는 등 트럼프 정부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이 있게 분석해온 학자다. 김 대표와는 서면과 전화 인터뷰, 안 교수는 서면 인터뷰를 했으며, 각자의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여러 차례 거쳐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앞서 나간 첫번째 대담(2020년 미국 대선의 의미와 전망,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예상되는 문제들)에 이어 이번 대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 등을 중심으로 한 두번째 대담을 게재한다. (첫번째 대담 바로 보기)

▲김동석 대표(왼쪽)와 안병진 교수. ⓒ프레시안 자료 사진

8. 바이든 대선 승리의 의미

프레시안 :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바이든 정부 탄생의 의미와 바이든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입니까? 바이든이 과연 그 역할을 하는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동석 : 바이든은 대통령으로 우선 국민통합의 문제를 제일 앞에 내놓을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습니다. 바이든은 집권 후 코로나19 관리와 조속한 경제 회복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민심 이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캠프에서 '더 좋게 바로잡기'를 슬로건으로 내놓은 것처럼, 트럼프 정권에서 상식 밖으로 흐트러진 제도, 인사 등을 바로 잡는 문제도 시급합니다. 이민 문제도 그 중에 우선 순위에 들어간다고 보여집니다. 오바마가 미국을 바로 잡으려면 급하다고 한 것처럼 난제가 많습니다.

안병진 : 바이든이 집권한다면 지구와 미국이 처한 낭떠러지에서 새로운 전환으로의 마지막 시도를 최소한 모색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적으로는 기후위기, 팬데믹, 핵 등에서 전례없는 수준의 국제적 협력을 모색해야 합니다. 트럼프 정부는 선거 전략 차원에서 중국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데, 중국과 경쟁하지만 적극적으로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 주류 리버럴들도 중국 경계론이 크게 확산해 바이든이 집권한다고 해도 미-중의 치열한 헤게모니 경쟁은 치열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국내적으로는 다원성에 기초한 통합과 그간 파괴된 제도의 건강성과 윤리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그린 뉴딜을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 매우 중요합니다.

프레시안 : 미중 갈등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트럼프와 바이든의 인식 차이가 어떤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병진 : 트럼프 주변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국장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국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레짐 체인지 대상으로 생각하는 극단적 경향들이 존재합니다. 트럼프는 자주 이들의 욕망과 이해관계에 부응한 난폭한 패권을 추구하고 이는 재선 이후에도 계속될 겁니다.

반면에 바이든과 엘리 래트너(Ely Ratner)같은 외교안보 분야 참모진들은 전반적으로 실용주의자로서 중국과 4차산업 혁명 분야와 환태평양 경제공동체 등을 놓고 전략적 경쟁 속 협력의 노선을 추구할 것입니다.

김동석 : 지난 7월말에 바이든 캠프에서는 선거공약(platform)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대중국 무역정책에 있어서는 트럼프 정부와 거의 유사할 정도입니다.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한 반중국 정서를 반영한 것입니다. 클린턴 8년도, 그리고 오바마 8년도 통상정책은 국제협력 기조였습니다. 그러한 흐름을 공화당 트럼프 정부가 180도 바꿨습니다. 오히려 강한 보호, 고립주의 정책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국가 이익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지지층들과 한 공약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중국이 미국의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현 팬데믹 상황의 원인도 중국이 제공했다는 여론이 팽배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민주와 공화, 도시와 시골을 구분하지 않고 그렇습니다. 중국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트럼프 캠페인 전략에서 우선순위입니다. 앞으로 10주간 캠페인 과정에서 국제무역 관련한 미국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논하는 일보다는 양측이 같은 수준에서 미 국익을 위한 중국의 문제를 비판할 것으로 보입니다.

▲ 20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조 바이든. ⓒAP=연합뉴스

9. 바이든-해리스 조합

프레시안 : 바이든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주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를 지명했습니다. 경선 후보토론회에서 공언했던 것처럼 여성이면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불거진 인종차별 이슈를 감안해 흑인(아버지는 자메이카 흑인, 어머니는 인도인) 정치인을 택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안병진 : 마지막까지 경쟁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통인 수잔 라이스(전 백악관 안보보좌관)보다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리스는 만약 당선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입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핵심 유권자인 흑인 유권자들의 열정적인 참여(부가적으로 플로리다의 자메이카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해리스는 인간다운 사회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 됩니다.

다만 한국 일부 언론에서 진보적 선택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달리 해리스는 중도적 성향이 강한 인물입니다. 해리스가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진영의 문제 의식을 조금 더 흡수해서 캠페인 과정과 집권 후 부통령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미국 정치와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길일 것입니다. 해리스는 권력 의지가 강하고 시대 흐름에 민감하다고 하지만 그런 적극적인 역할을 할지 아직은 불확실합니다. 다음 대선에서 해리스가 성공하려면 진보진영의 기반을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민주당 내 중도진영인 바이든과 해리스 조합이 당선 이후 현재 미국 사회가 요구하는 대담한 노선 전환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현재는 대공황을 극복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FDR) 이상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김동석 :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지명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카렌 배스 하원의원을 지지하는 로비팀에서 일했습니다. 사실 배스가 가장 적합한 인물로 당내의 지지도 받았고 풀뿌리 시민운동, 또 진보진영인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이슈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평가가 났습니다. 그런데 배스는 카스트로계 쿠바인들과의 오랜 관계로 인해 플로리다주의 유권자 거의 7%를 차지하는 반카스트로 쿠바 이민자들의 강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정 직전에 탈락했어요. 수잔 라이스는 2008년 오바마 정권 관계자들과 당내의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았고, 해리스는 당을 후원하는 민주당계 기업인들의 강력한 후원을 받았습니다. 해리스 카드는 경제 이슈에 관한 친기업적인 보수성 때문에 막판에 심각하게 흔들렸습니다. 백인들이 대다수인 검찰 조직에서 오랫동안 생존해 오면서 그녀가 취해 온 기득권 입장의 보수성이 흠이기도 하지만, 해리스의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을 주도하는 샌더스 쪽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든이 해리스를 발표한 직후에 가장 먼저 나온 뉴스 중 하나가 "샌더스의 형제들이 화났다"였지요. 4년 전 힐러리 클린턴의 악몽입니다. 러닝메이트 선정위원회에서는 해리스를 지명하기 전에 이미 선거공약에 샌더스 정책이 충분히 반영이 되었고 공약 TF팀에 샌더스 쪽 인사들이 더 많았다고 달래고 있습니다.

해리스의 발탁은 당장에 트럼프-펜스와 경쟁에서 '전투력'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됩니다. 바이든의 약점인 고령, 유약함, 말솜씨, 공격력 등에 있어서 해리스는 충분히 보완할 능력이 있습니다. 2015년 뇌암으로 40대에 사망한 바이든의 장남 보우 바이든과의 우정 덕분에 점수를 더 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보우 바이든은 델라웨어 검찰총장, 해리스는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일 때 서로 교우했다고 합니다. 권력의지가 강한 해리스니까 부통령의 아들을 그냥 놔뒀을 리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검찰 출신이니 트럼프의 행태 중 어떤 부분이 범죄인지에 대해 가장 잘 알 것입니다. 이런 점들은 장점이지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진보진영까지 포괄하기엔 경제적으로 중도라는 점, 또 지나치게 권력의지가 강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인 부통령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부통령 선정위원회에서 바이든의 오랜 지인인 해드 리드, 크리스 도드 등은 부정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바이든의 나이를 고려할 때 해리스가 2024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제일 앞서나갈 수 있다는 정치적인 측면까지 감안할 때 당내 진보진영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레시안 : 샌더스가 17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위태롭다. 우리 경제의 미래는 위태롭다. 우리 세상의 미래가 위태롭다"며 강력하게 바이든 지지를 호소해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만큼 트럼프 재선이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 바이든이 과연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헤쳐나갈 리더십이 있을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안병진 : 바이든과 해리스는 사실 미국 건국의 가치와 제도에 대한 존중과 애국심의 복원에 강조점을 둔 사람들이지 대전환의 변혁적 리더십 DNA는 약한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대안우파 들은 트럼프가 떠난 이후에도 격렬하게 전환에 저항할 겁니다. 이들은 과거 미국에 면면히 흐르는 그 어떤 음모이론 전통도 우아하게 보일 정도의 극단적 음모론과 문명충돌론에 근거한 적대적 운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현 정치제도는 거부권 정치와 교착정치를 극복하기 어렵게 형성되었습니다.

아마 이후 기후, 팬데믹, 경제위기 등의 전례 없는 초복합 위기 발생,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미래세대 운동의 성장 등 조건 속에서만 비로소 바이든 행정부가 보다 본격적인 전환적 리더십으로 조금씩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미국의 미래는 바이든 행정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AOC와 같은 미래의 아이콘들이 중심이 된 운동이 어떻게 망가진 미국의 정치제도와 문화의 새로운 비전과 전환운동에 성공할 수 있는가 입니다.

김동석 : '바이든-해리스' 조합을 놓고서 민주당의 국가운영 방향이나 이슈를 들여다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번 주 있었던 전당대회에서는 화상 전당대회라는 한계도 있었지만 어떤 '상품'도 없었습니다. 모든 내용이 트럼프를 패퇴시키는 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20일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워싱턴포스트> 일성은 '반 트럼프 외엔 전혀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백악관은 '바이든-해리스'인 반면에 의회는 아주 딴판입니다. 연방의원직을 위한 민주당의 예비경선은 진보 진영(Progressive Group, 샌더스계)이 거의 싹쓸이를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해리스'팀과 의회 내 민주당과 온도차가 큰 것 또한 집권시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당의 프라이머리에서는 인종문제가 가장 강한 이슈이지만 실제 본선거전에서는 경제(빈곤.노동)문제가 더 강하게 나타나곤 했습니다. 바이든을 후보로 만든 것은 당내 결집된 흑인들의 정치력이었습니다. 그러나 11월 본선거전에서는 (당의 전통적 주요 기반인 경합주의 노동자들에게는) 계급의 문제가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바이든-해리스' 캠프가 앞으로 10주간(캠페인 기간) 당의 결속을 잘 관리하고 유지시켜야만 합니다.

2016년 사태가 반복되면 안 됩니다. 2016년 필라델피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샌더스 지지자들은 아예 대회장에 입장을 거부하고 도심을 점거해서 힐러리에 반대하는 시위로 일관했습니다. 민주당이 나가는 방향에 역행하는 후보라는 것입니다. 바이든은 경제뿐만 아니라 총체적으로 역행하는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트럼프라는 아주 다급한 과제 때문에 목소리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전당대회 첫날 샌더스의 연설이 4년 전과 달랐던 이유입니다. 공화당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만, 민주당이 시민사회의 변화된 요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흐름을 주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득권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니 이렇게 잼(Jam)현상의 반복입니다.

10. 바이든 승리가 한국에 미칠 영향

프레시안 : 바이든의 대선 승리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한국 정부 입장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요?

안병진 : 저는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 생각과 달리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국제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그저 오바마 정부 때 한반도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그대로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도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전례 없는 수준의 벼량끝 전술을 편 이후 실용주의 대타협을 상호간에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과 그의 국제팀은 실용주의 사단이기 때문에 정책 리뷰 기간을 거치고 나면 북한과 지속가능할 수 있는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11월 선거로 상하원 판도도 바뀌면 더욱 유리한 조건이 됩니다. 과거 쿠바, 베트남, 이란 문제가 모두 결국 민주당 정부에서 풀어냈습니다.

다만 바이든 임기 이후에도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을 거쳐야 최종 해결될 정도로 한반도 이슈는 이란 등과 달리 더 어려운 이슈입니다.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주축인 미국 리버럴들의 인식의 변화와 원래 문제의식(중국에 대한 강경론/인권 등 이슈)를 잘 이해하면서 상호 가치와 이해에 기반한 공감대 확보 속에서 전략적 설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리버럴들의 증가하는 보편 가치론(자유주의 가치 대 중국의 권위주의)에 근거한 미-중 가치 대결 속에서 한국의 일관된 원칙과 전략이 부재하다고 보여집니다. 또 단선론적 미래관이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 속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동석 : 사실 트럼프 때의 한미관계는 뭐라고 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두 나라간 역사적인 내용들이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데 트럼프는 이런 역사에 무지했습니다. 대통령이 무지하면 참모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들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지한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의 외교는 사실 어디에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역사적, 외교적 갈등이 얽히고 섥힌 문제이며, 행정부만이 아니라 의회에서 풀어야하는 문제도 많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김정은의 정상회담에, 두 사람의 사교적, 표면적 외교 행위에 우리가 열광했고 너무 많은 기대를 가졌습니다.

바이든은 부통령 이전에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원장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에 직접 골몰해 온 장본인이니 실무자의 의견을 종합하고 비중 있게 참작할 것입니다.

트럼프-김정은 만남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넘겼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정권에서는 충동적이고 무모한 외교 행위는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놓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를 이어갈 것입니다.

한국계 연방의원인 앤디 김(뉴저지)은 바이든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측면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는 중국을 견제하는 측면에서 미국 위주의 다자협력을 위한 주변국가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는 바이든이 집권을 한다면 이런 바이든 정부의 성격을 이해하고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좀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할 것입니다.

▲북핵 문제는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 외교로 일거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지난 트럼프 1기 정부 때 이미 경험했다. ⓒAP=연합뉴스

11. 2020년 미국 대선의 의미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은 미국 사회 뿐 아니라 국제, 환경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병진 : 위에서 언급한 지구적으로 낭떠러지에서 가느다란 새로운 희망의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지금 기후 관련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전망들이 크게 엇갈렸지만 향후 7-10년이 인류의 결정적 분기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미국 대통령제를 전공하지만 지금까지 미국 역대 대선에서 인류에게 이렇게까지 중요한 대선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미국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전환기이자 대위기에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행동해야하는 시기입니다.

김동석 :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용납될 수 없는 점은 인종주의자라는 것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서 미 전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공개적으로 인종주의 집단을 조직했습니다. '대안 우파'라는 범우파 조직으로 거액의 재원을 확보해서 활성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크게 보면 한국의 우파 시민사회와 교류를 하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도 여기에 속할 정도로 극우화 되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250만 미주한인들이 이런 백인 우월주의에 맞서는 분명한 입장을 여타의 소수인종들과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한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이제까지 아시안계 중에서 한인들은 '미들맨 마이너리티'(백인에 가까운 마이너리티라는 의미)라는 별칭으로 불려지기도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매우 모욕적인 일입니다. 우리가 인종적 정체성을 확고하게 내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프레시안 : 인터뷰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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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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