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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낙태죄 비범죄화' 앞으로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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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낙태죄 비범죄화' 앞으로 '성큼'

헌재의 '주수에 따른 제한' 단서도 폐지 권고...여성단체 등 환영의 목소리

법무부 정책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정책위)가 '낙태죄 비범죄화'를 위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정부에서 이같은 권고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책위는 21일 "낙태의 비범죄화를 위해 형법 제27장(낙태의 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권고안을 심의·의결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하거나 이를 통해 여성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부동의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70조의 제2항과 3항은 보완해 제25장(상해와 폭행의 죄)에 둘 것"도 함께 권고했다.

헌재는 지난해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 조항(제270조 1항)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지만 당장 무효에 따른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낙태죄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적용된다.

지난 국회에서는 지난해 4월 당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낙태죄 폐지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제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않고 있다.

정책위는 특히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다만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으로 한정한 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책위는 "여성의 신체적인 조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건 형사처벌의 명확성 기준에도 어긋난다"며 "많은 선진국에서 임신주수를 구분하는 것은 처벌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주수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은 처벌 목적과 상반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위는 "태아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없는 경우에도 낙태가 허용되지 않아 여성들이 음성적인 방법으로 낙태를 하면서 '태아의 생명보호와 모체의 건강보호'라는 목적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다"며 "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하고 있지만 실제 사법기관이 적발하는 사례가 드물고 실효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들이 우리 정부에 낙태죄 처벌조항 삭제를 공통적으로 권고했다"며 "이에 낙태죄를 폐지하고 교육과 사회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날 정책위 권고와 관련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입법 시한인 올해 12월 31일까지 차질 없이 후속 입법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가 지난 4월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및 재생산 권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낙폐 제공

여성·시민단체 "환영한다...재생산권 보장 논의로 이어져야"

정책위의 이같은 권고에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는 일제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남은 과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모낙폐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1년이 훨씬 더 넘은 늑장대응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면서도 "성과 재생산 과정 전반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모낙폐는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피임과 포괄적 성교육, 임신유지 및 중지, 출산과 양육 등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 보장, 건강권에 대한 접근권 확대, 공공의료와 사회복지 지원 체계 확립 등 논의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짚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SHARE(셰어)도 정책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형법 제27장 삭제와 함께 모자보건법 또한 실질적인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으로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셰어는 "현행 모자보건법은 형법 제27장과 함께 국가의 인구 정책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해 왔을 뿐만 아니라 '우생학적, 유전적' 질환이 있는 이들과 사회경제적 소수자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해 왔다"며 "성과 재생산 건강, 권리의 보장을 위해 임신중지를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포괄하고 보건의료, 교육, 노동, 사회복지 등 전 영역에서 정책과 제도, 인프라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 입법의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한 정책위 권고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연은 "정책위 권고는 '형법 낙태죄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특히 핵심인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되며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은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 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을 잘 담았다"고 평했다.

이어 "(정책위는) 향후 입법과정의 기본원칙과 관점의 첫 번째로 '여성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적극 반영'할 것을 주문하여 '낙태죄'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통찰하면서 향후 입법이 추진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며 법무부와 정부에 정책위 권고를 적극 수용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특히 이번 권고안은 임신의 주수별로 낙태의 허용과 조건부 허용, 불허용으로 처벌기준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 비범죄화가 법 개정 방향이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지 권리는 개인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에서 더 나아가 차별과 폭력 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와 연결된다"며 "법무부는 정책위의 권고에 따라 낙태죄 폐지 개정안을 마련하고, 개인의 성과 재생산권·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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