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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감염병 확산의 허브...코로나 전쟁은 결국 '인간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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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감염병 확산의 허브...코로나 전쟁은 결국 '인간과의 싸움'이다

[안종주의 안전 사회] 코로나 위기 맞아 정부와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

K-방역이 위기다. 케이방역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위기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위기는 남녀노소, 빈부, 지역, 종교, 학력을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앞으로 일주일 내지 열흘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위기의 강도, 위기의 확산 속도, 위기 극복 가능성 모두 이 짧은 기간에 결정된다. 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 또는 집단은 대통령도, 정부도, 방역 당국도 아니다. 국민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별별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에 과도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에서부터 별 것 아니라는 사람까지 천차만별의 온갖 인간 군상이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언행을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수렴하는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생명과 안전을 추구하는 마음이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든, 우리제일교회 신자든, 순복음교회 신앙인이든, 성도든, 불자든 사람 목숨이 귀한 줄은 다 안다. 자신의 목숨이든, 가족의 생명이든, 이웃의 안전이든. 이를 모르면 그는 형상만 인간일 뿐 인간이 아니다.

서울은 거의 모든 부문의 허브이자 감염병 확산 허브

최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은 지난 2~3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폭풍처럼 몰아쳤던 신천지 교회 발 코로나19 확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짙다. 서울은 대한민국 모든 것의 중심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허브다. 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구가 모여 산다. 전국 곳곳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감염병이 이 지역에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퍼진다는 뜻이다. 감염병 확산의 허브 구실을 하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두렵기도 하고 우리가 정말 우려하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이 지닌 이런 특성 때문이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아직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휴가 계획을 취소하길 바란다. 앞으로 당분간 반드시 해야만 하는 모임이 아니라면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특히 10명 이상 많이 모이는 모임은 자제해야 한다. 여름휴가를 가더라도 들뜨지 말고 방역 수칙을 늘 지켜야 한다.

욕망을 억제하라. 클럽이나 노래방에 가서 즐기고 스트레스를 푸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다른 방식으로 욕구를 해소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말이다. 인근 공원을 조용히 산책하고, 등산하고, 자전거 타기를 하고, 음악 감상을 하고,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는 등의 방법으로 당분간 지내는 것을 권고한다.

종교를 가진 분들과 종교 지도자들에게 권고한다. 소모임, 구역 예배, 가정방문 예배 자제 내지는 중단뿐만 아니라 정기 예배와 미사, 법회도 2주간 중단하는 용기 있는 결단을 자발적으로 해주길 바란다. 온라인으로, 화상으로, 가족끼리의 예배와 찬송, 그리고 예불로도 얼마든지 신앙심을 유지하고 믿음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코로나 전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간과의 싸움

정부와 방역 당국에게도 바라는 것이 많다. 그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만 이야기하겠다. 치명적 감염병과의 싸움은 전쟁이다. 총과 대포 등 무기로 싸우는 전쟁과 같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바이러스와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의 전쟁이다.

바이러스에는 날개와 다리가 없다. 오로지 인간의 미세한 침방울을 통해서만 다른 곳으로 옮아간다. 따라서 사람 통제가 핵심이다. 그 많은 사람을 법과 처벌로만 통제할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감염병 소통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다.

위험(risk)은 노출만 되지 않으면 제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보다 몇 배, 몇십 배 더 위험한 바이러스 또는 유해요인이 있더라도 노출만 되지 않으면 위험은 없다. 위험이 희박한 것이 아니라 전혀 없다.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유해요인, 즉 코로나19바이러스는 유효 백신 접종 후 면역을 획득하지 않는 한 인간에게 상수(常數)로 작용한다. 어쩔 수 없다. 두창바이러스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하지만 노출은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0이 될 수도 있고 0이 될 수도 있다. 변수를 제로 내지는 아주 낮게 만드는 제 1요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다. 여기에 제 2요인, 즉 마스크를 필요한 때, 필요한 장소에서 잘 착용한다면 사실상 노출은 제로다. 바이러스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최근 수도권 확산은 바로 이런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 활동과 경제적 활동을 하는 한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은 불가피하다. 3밀 환경, 즉 밀집, 밀폐, 밀접 환경에서 방역 수칙을 잘 지키지 않으면 감염은 언제 어디서고 일어날 수 있다. 실내든, 실외든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자의 몸에는 바이러스 표식이 없다.

우리 사회에는 최근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가득 쌓여 있다. 부동산 폭등 문제, 수해 복구와 책임 문제, 실업과 경기 침체, 검찰 개혁, 성 비위와 그 진실 캐기, 자살과 산재, 기후 위기 대응 등등 너무나 많다. 최근에는 친일 청산 문제가 새로 대두되고 있다. 물론 이들 문제도 중요하다. 내버려둘 성격이 전혀 아니다.

질병관리청 승격 실무 작업 늦추는 것도 검토 필요

그럼에도 모든 사안에는 경중과 완급과 선후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여야와 민관, 그리고 언론이 이 문제와 관련해 서로 나뉠 이유도 없고 다른 목소리로 불협화음을 낼 형편도 못 된다. 만약 그런다면 그것은 바이러스라는 적과의 동침이자 내부 총질에 다름 아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위기 시 특히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한다. 모든 것을 동시다발로 하기에는 역량이 모자랄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하루에 수백 명이 아니라 수천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중증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이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살펴가며 필요하다면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9월 4일로 예정된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작업을 조금 늦추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승격 실무 작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승격은 감염병 등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이다. 한데 이것이 당장에는 외려 코로나19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잠시 미룰 필요도 있는 것이다.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치열한 전투 와중에 전투부대 사령부의 조직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안정된 뒤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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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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