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공매도 폐지 또는 금지 기간 연장에 동의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발(發) 금융시장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공매도 금지 제도가 한 달여 후인 9월 16일부터 재개된다"며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 제도는 특정세력의 시장 교란 행위로 활용되어 불공정거래를 양산시켜 왔다. 특히 공매도 거래 비중의 단 1%대에 불과한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렵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머니게임 전유물이 된 지 오래"라면서 "일부 시장 참여자에게만 이용되어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시장 왜곡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잠재적인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그간에 '공정'하지 못한 제도로 악용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증권사로부터 미리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다시 싼 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방법이다.
이 지사는 공매도 금지 기간 추가 연장의 근거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글로벌 변수에 의해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는 것.
이 지사는 "최근 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이 신용대출로 가격을 떠받치는 측면 또한 없지 않다. 향후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시장심리의 변동으로 주가의 과도하고 급격한 조정이 있을 경우 그로 인한 여파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전히 시장 보호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며 공매도 제한 해제의 조건이 성숙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매도 금지 기간 추가 연장이 "증시의 가격 조정을 인위적으로 막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법적 처분이 미약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지사는 "현재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자본시장법 제445조, 제449조)는 불과 1억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등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미약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규제 위반 시 처벌을 좀 더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국회 종료와 함께 아쉽게도 자동폐기 되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공매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근간을 흔드는 금융사범, 특히 불공정 행위를 통해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법 공매도 세력에 대해서는 '20년 징역형'이나 부당 이득보다 몇 배 이상 많은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해 다시는 불법 행위에 가담(하지) 못 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공매도 규제 위반 시 500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영국은 상한액 제한이 없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 공매도 재개에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지사는 "한국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 비중(거래대금의 70% 이상)이 높은 시장이며 외국인 투자 점유도 (역시) 높은 시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공매도 제도는 단기적인 보완 차원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 건전화 차원에서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며 "공매도 재개는 충분한 시장 여건이 갖춰진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시장 여건"과 관련해서는 "무차입 공매도 규제, 업틱룰(Up-tick rule, 호가 제한 규정) 예외 조항 개선, 개미들의 공매도 접근성 강화 등 토론과 협의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고, 불법 요소 감지 시 이를 즉각 적발하여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체계와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진 후"라고 전제한 뒤, "그래야 적정 시장가격 조율, 과열 시 버블 방지, 유동성 공급 등 공매도의 순기능이 제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3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 투기와 같은 비생산적 분야가 아닌 기업 투자와 같은 생산적 분야에 투자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 투자시장은 비정상적이고 비생산적"이라고 전제한 뒤, "실거주자 외엔 부동산으로 생겨나는 불로소득을 모두 환수해야 망국적 투기자금의 놀이터로 변질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을 향하던 유동자금이 기업활동의 근간이자 자금 조달의 원천인 주식시장에 유입되어 생산적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0일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분이 아니라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풍부한 유동성이 기업 투자와 가계의 수입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공매도 재개 유예는 작금의 비상경제 상황 하에서 건전한 주식시장 운용과 바람직한 투자 활성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생산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한 뒤 재개해도 늦지 않다는 것.
이 지사는 "(이처럼) 건전한 투자 환경 아래 이뤄지는 활발한 투자 활동은 한국 기업들의 재평가, 벤처투자 활동 촉진으로 이어지고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우리가 꿈꿔야 할 바람직한 미래는 건물 증축에 투자하려는 세상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 미래를 향해 힘 모아 하나씩 하나씩 굽은 세상을 펴나가자"고 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공매도 제도 존속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8%로 가장 높았으며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25.6%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공매도 폐지 또는 금지 기간 연장에 동의한 것.
반면,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은 15.7%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0.7%였다.
공매도 폐지 여론은 주식시장에 한 번이라고 투자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 주식시장에 관심이 높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는 49.1%가, 주식시장 투자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에서 45.9%가 공매도 폐지에 찬성했다.
특히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71.5%가 공매도로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집중된다는 데 동의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의뢰로 지난 7~8일 이뤄졌다.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프레임 내에서 무작위 확률 포집을 통한 자동응답 조사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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