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체 자연재해 피해 중 홍수를 야기하는 호우, 태풍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크고, 관련 피해액은 전체 자연재해 피해액 중 90%를 차지하는 정도이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8월 10일 자 '연평균 홍수피해 3천200억…"피해원인-대책 비슷,홍수정책 필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집중호우의 관련성만 생각해보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피해와 그 대책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더군다나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겹쳐 있으니, 말 그대로 '복합 재난'인 것이다.(☞ 관련 기사 :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피해 주민들의 심리적 피해는 어떠한가.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피해지역 주민들이 입은 심리적 피해는 실로 엄청나고, 여러 조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바로 가기 : 영국 총무처 2017년 보고서 'National Risk Register Of Civil Emergencies')
하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주민 대비 피해를 경험한 주민의 정신건강을 확인해본다면, 피해로 인한 정신건강의 부정적 영향을 더욱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회경제적 특징과 피해가 연관성이 높은지, 피해 경험이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얼마나 정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조사해본다면, 재해를 대비하고 대응 계획을 만들고, 고위험 인구집단을 대상을 지원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홍수와 날씨에 기인한 재해 위험 노출과 정신건강의 상관성을 국가 단위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영국 요크 대학의 그라함 박사 연구팀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라함 박사 연구팀은 홍수 피해를 입은 인구집단의 정신건강 관련 기존 조사는 대다수가 비교그룹을 포함하지 않고,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잠재적 혼란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정신건강을 측정하는 조사 도구 또한 임상적으로 검증된 진단 기준을 사용하지 않은 바, 영국 보건사회복지부서의 대규모 국가단위 정신건강 설문조사인, '영국 국가 성인 정신병 이환율 조사(Adult Psychiatric Morbidity Survey; APMS)'를 활용하여 최근 주거 관련 폭풍, 홍수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조사하고, 폭풍과 홍수 피해 경험이 정신건강과 연관성이 있는지를 연구하였다.
본 연구에 활용된 조사 자료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국립사외연구센터와 레스터 대학에서 실시한 조사로, '지난 6개월 동안, 바람, 비, 눈 또는 홍수로 인해 집이 손상되었습니까?'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영국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4개월 동안 심한 겨울 폭풍과 광범위한 홍수가 있었으며, 홍수 피해는 특히 잉글랜드 남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연구팀은 CIS-R (Clinical Interview Schedule-Revised)라는 임상적인 진단 기준을 활용하여 일반적인 정신 장애 (common mental disorder; 우울증, 공포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공황발작, 다른 장애는 아닌 일반적 정신 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생각, 치명적이지 않은 자살 시도와 자해, 유해한 음주, 흡연 또는 약물 의존, 건강 상태에 대해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집에 폭풍이나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유의하게 정신건강이 좋지 않았고, 자살 생각, 치명적이지 않은 자살 시도와 자해도 유의미하게 차이가 있었다.
두 번째 분석으로 폭풍이나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지표를 분석하였는데, 남성, 자택 소유자, 가구소득 최상위층이 홍수나 폭풍으로 인한 주거 침수 등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3~2014년 홍수가 잉글랜드 남부 지역에 집중되어 폭우로 인한 하천 홍수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한 주거 침수가 남부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 분석으로 일반적인 정신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주거 피해 요인,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모두 포함하여 분석해본 결과, 폭풍, 홍수로 인한 주거 피해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의하게 정신건강 장애를 많이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 분석 결과와 상이하게, 모든 관련 요인을 함께 고려한 세 번째 분석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OR 2.05), 고연령층(OR 0.14~0.51)에 비해 16-24세의 청년층이(OR 1.0), 노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OR 1.31), Index of Multiple Deprivation (IMD)이 제일 낮은, 다시 말해서 가장 박탈이 많은 인구 집단이(OR 1.42), 부채 체납자(OR 2.09), 주관적 건강이 나쁘거나 심각하게 나쁜 사람이(OR 10.17, OR 28.94), 위험하거나 해로운 음주자(OR 2.95)가 일반적인 정신 장애의 명확한 예측 변수로 확인되었다.
기존 연구에서도 주거 침수를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증과 불안과 같은 정신 장애를 경험하게 되면서 신체적 건강보다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바로 가기 :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 2017년 9월 'Secondary stressors are associated with probable psychological morbidity after flooding: a cross-sectional analysis')
영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가장 부유한 지역인 남동부에서 홍수 피해가 집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수, 폭풍으로 인한 주거 피해는 여성, 16~24세, 저소득층, 부채 채납,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쁘고, 해롭거나 위험한 음주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서 정신장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홍수, 폭풍으로 인한 주거 피해를 경험하면 정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기존의 연구에서 밝혀진 영향력 이상으로 위험인자의 중요성을 확인한 연구이다.
홍수로 인한 인구 이동과 불건강에 대한 과소 보고를 고려할 때 현실에서 이러한 피해가 정신건강에 부정적으로 미칠 영향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감염 위험까지 복합적으로 겹쳐 있는 상황이 아닌가. 폭풍과 홍수와 같은 재해에의 노출과 정신 건강 사이의 연관성은 물질적 손실, 재정적 손실, 집과 지역사회로부터 받던 심리적 안정의 상실, 건강 및 사회서비스 단절을 포함하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작동할 수 있다. 이 다양한 경로에 세심한 개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서지정보
- Graham, H.; White, P.; Cotton, J.; McManus, S. Flood- and Weather-Damaged Homes and Mental Health: An Analysis Using England's Mental Health Survey.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19, 16, 3256.
file:///C:/Users/sec/Downloads/ijerph-16-03256-v2.pdf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