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남 산청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A 교사가 컴퓨터 웹브라우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출석 체크를 한다.(여기까지는 현재의 원격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수업 주제는 사막. 수업이 진행되면서 교사와 학생들로 가득 찼던 모니터 화면은 교재 형태로 바뀐다. 교사는 사막나무와 사막여우, 사막뱀 등 설명을 위해 포털사이트에서 이미지를 검색해 곧바로 가져와 움직여 보기도 하고, 색깔을 바꾸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설명한다.
#2.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고등학교 B 교사는 인공지능 관련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니터 화면 창에 각자 이름이 있는 노트를 띄워 궁금한 내용을 질문으로 적는다. 교사는 경기도에 있는 인공지능 관련 기업 전문가를 모니터 화면으로 초청한다. 전문가는 학생들의 질문을 보고 직접 설명한다.
경남교육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래형 교수학습 지원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오는 9월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인 가운데 11일 국회에서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AI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미래 수업은 도내 선도학교와 희망 학교에 시범 적용된 후 내년 3월 정식으로 오픈될 예정이다. 또 오는 2024년까지 완전한 플랫폼으로 경남 전체 학교에 서비스가 될 예정이다.
경남교육청은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학교 수업에서도 학생과 교사에 대한 지원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미래 수업이 현실로”
미래형 교수학습 지원시스템은 수업운영과 교수학습 지원, 교육콘텐츠 제공, 교원업무 지원을 통합한 경남교육청의 새로운 미래교육 플랫폼이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자료를 한 곳에 모아둔 ‘대형 창고’인 셈이다.
이 대형 창고인 새로운 플랫폼에 보관된 모든 교육정보와 자료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단 한 번의 프로그램 설치로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다. 또 저작권 걱정 없이 네이버 웨일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언제든지 가져와 가르치거나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 개학 때부터 등교수업이 미뤄져 온라인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지원방식에 대한 한계에 부닥치기도 했다. 교육부의 e학습터는 제한된 콘텐츠와 기능으로 교사들이 별도의 사이트를 안내하거나 자료를 제작해야 했고, 자료를 사용하는 브라우저에 따라 활용이 제한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제공되는 콘텐츠만을 활용는 교사와 개별적으로 자체 제작에 더 노력을 기울이는 교사 등 개인별 성향에 따라 교육의 질적 차이가 발생하고 업무가중도 문제가 됐다.
이와는 달리 미래형 교수학습 지원시스템은 미래교육을 위한 수업 지원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에서 교사들이 진행한 원격수업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제 곧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비대면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교육청은 이미 지난 7월 29일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과 연구용역 발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지원 서비스 개발 발표회에서는 네이버tv와 유튜브를 통해 시연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오는 2024년 완전한 플랫폼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1차로 내년까지 3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전체적으로 총 100억 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스템 개발에는 네이버와 한글과컴퓨터, 시공그룹이 시스템 개발에 함께 참여한다. 이들 업체는 플랫폼과 도구, 교육경험을 고려해 공동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네이버는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기반 교육플랫폼을 제공한다. 한글과컴퓨터는 각종 파일 뷰어와 교육용 소프트웨어 사용 솔루션 개발을 맡았다. 시공그룹은 교육용 콘텐츠 공유와 교육과정 설계 및 운영 도구 개발 분야를 담당한다.
오는 9월 시범운영…2024년 플랫폼 서비스 전면화
경남교육청은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활용 교실수업 혁신방안’ 토론회에서 ‘경남형 미래교육지원시스템’ 사례를 발표하고 참가한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을 대상으로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기조 발제에서 오는 9월 시범운영 예정인 경남형 미래교육지원시스템에 대해 그동안의 추진 경과와 세부내용을 발표한 뒤 내년 3월 정식 오픈되면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학교수업에서도 지원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경남형 미래교육지원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우수사례를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향을 적극 모색하겠다”며 “모든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미래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조발제에서 임철일 서울대학교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 교육의 기능성과 난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어떻게 다양한 학생의 개별적 요구와 수준을 고려한 교육을 할 것인가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교육의 접목이 필요하지만, 인공지능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의 양면성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현주 조선대학교 교수의 ‘인공지능 활용 융합교육(수학중심)의 사례’ 발표와 김효석 대구왕선초등학교 교사의 ‘인공지능 활용 초등 수학교육 운영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지정토론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교육적 활용에 있어 올바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데이터 기반 지능화 기술기반 사회로의 변화 실태와 사람-기술-공동체의 공존의 길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히려 학습 격차를 확대하고 학생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김재영 과장은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교실수업 혁신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이었다”고 평가한 뒤 “특히, 인공지능 활용 초등 수학수업 지원시스템의 이해도 향상 및 현장 안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토론회에 참가한 경남교육청 창의인재과 정인수 장학사는 “일부 지적에서 나왔듯이 데이터 수집 과정은 맞춤형 지원의 목표에 부합하지만 데이터 자체가 획일화될 가능성과 정보의 접근성, 정보의 질적인 부문 때문에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이 부문에 대한 것이 인공지능 활용 수업혁신 분야의 가장 큰 숙제인 만큼 경남형 미래교육지원시스템도 시범운영을 통해 보다 철저하게 대처하고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교육청은 오는 9월부터 교사 연수와 학부모 설명회를 여는 등 인공지능 기술 활용 경남형 미래교육지원시스템 기반 구축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