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다코다주의 러시모어에 있는 4명의 대통령 얼굴 조각상에 자신의 얼굴도 추가하는 것에 대해 문의한 사실이 보도됐다.
러시모어 국립공원의 대통령 얼굴 조각상에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 미국 초창기의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러시모어에 내 얼굴을 새기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를 처음 만난 놈 주지사는 트럼프에게 "우리에겐 러시모어산이 있다. 사우스다코타에 꼭 오시라"고 인사를 건낸 것에 대해 트럼프는 이같의 반응했다고 한다. 놈은 이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해 웃었지만, 트럼프는 웃지 않고 정색을 해서 트럼프가 진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백악관의 한 참모가 지난해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실에 연락해 '러시모어산에 다른 대통령을 추가하는 절차가 어떻게 되느냐'고 질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같은 '꿈'은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NYT>가 보도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이 조각상에 5번째 대통령 얼굴을 추가하는 것은 공간이 없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럼프는 올해 독립기념일(7월 4일) 전날인 3일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를 하기 위해 러시모어를 찾았고, 이와 관련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러시모어산에 트럼프 얼굴을 조각한 합성 사진을 올리는 것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행하기도 했다.
결국 놈은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모어를 찾은 트럼프에게 122cm 높이의 러시모어산 조각상 모형을 선물했다고 한다. 물론 이 모형에는 트럼프 얼굴이 '5번째 대통령'으로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NYT 측에 러시모어 조각상은 주 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의 소관이라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트럼프의 이런 '꿈'은 러시모어를 둘러싼 역사를 살펴보면 더욱 문제적이기도 하다. 러시모어 국립공원은 얼굴이 새겨진 이들 4명 대통령에게 헌정됐다고 하지만, 원래 이 지역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던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는 초기에는 이 지역이 인디언 영구 거주 지역이라고 인정하다가 인근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입장을 바꿔서 이 지역의 원주민들을 내쫓았다. 때문에 원주민들에게 러시모어 국립공원은 '대량 학살과 강제 이주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2020년 대선에서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인종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러시모어에서 한 연설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역사를 말살하려는 무자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러시모어산에 있는 모든 사람의 유산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또 이날 연설에서 러시모어산에 새겨진 전직 대통령들과 같이 "가장 위대한 미국인들"을 기리기 위한 국립공원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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