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다주택 처분 권고'의 역설...'靑 쇄신 카드' 효과는 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다주택 처분 권고'의 역설...'靑 쇄신 카드' 효과는 있을까?

靑 집단 사의 표명이 입증한 부동산 정책 실패

노영민 비서실장과 5명의 수석비서관이 '집단 사퇴'라는 충격요법을 택했다. 가장 큰 요인은 지지율 하락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문제 등으로 인한 민심 악화에 책임을 지겠다며 참모진이 산화(散花)를 자처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참모진 쇄신 카드는 '국면전환용 카드'로 역대 정권에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집단 사퇴가 지지율 하락세 국면 돌파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文정부도 피하지 못한 '일괄 사퇴' 의미는?

7일 청와대 참모진의 무더기 사의 표명은 특별한 예고나 징후가 없었다. 전날 김조원 민정수석의 주택 매도 호가가 문제됐을 때도 청와대는 '8월 말까지 매매계약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김조원 수석이 다주택 문제를 해소하고 직을 유지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노영민 실장, 김조원 수석을 포함한 참모진이 사퇴를 표명한 것이다.

이날 강민석 대변인의 발표는 오후 1시 30분께 진행됐다. 그에 앞서 참모진의 집단 사의 표명 결정은 불과 한 시간 반 전인 정오께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결정부터 발표까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던 셈이다.

사의 표명 인사가 다수라는 점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다주택 논란 당사자였던 노영민 실장, 김조원 수석은 차치하고 1주택자인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다주택자이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까지 동반 사퇴를 결정한 것은 의외라는 평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 사의 표명은 전례가 없진 않지만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청와대 수석급 참모진 7명이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았다. 당시에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도 뒤이어 일괄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정부 출범 100여 일 만의 일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에는 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이후 청와대 비서진들과 내각 전원이 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괄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참모진 집단 사퇴는 '국면전환용' 성격이 강하다. 과거 정부에서 일괄 사퇴를 당긴 계기가 '광우병 쇠고기 사건', '재신임 사건'이었다면, 이번 정부에선 '부동산 정책 실패'가 주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 대변인은 청와대 참모진의 사퇴 배경에 대해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이라고만 언급할 뿐,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론이 부각된 배경에 부동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부동산 문제는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1위로 지목됐다.

노영민의 다주택 처분 권고, 자충수였나

부동산 문제로 인한 민심 이반은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발단은 노영민 비서실장의 '다주택 처분 권고'였다. 노 실장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달 거듭 청와대 다주택자를 향해 처분 권고를 내렸지만, 오히려 비난의 논점이 정책에서 청와대 참모진으로 옮아갔다. 역설이다.

노 실장이 강남 대신 청주 아파트를 매도해 '똘똘한 강남 한 채'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전날엔 김조원 수석이 시세보다 높게 매도 가격을 책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조원 수석 주택 문제를 거론하면서 "남자들은 부동산 거래를 잘 모른다"고 말해 '설화'까지 더해졌다.

청와대 내부에선 애초 노 실장의 권고 자체가 "자충수였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중요한 건 정책인데, 청와대 참모 몇 명이 집을 파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서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킨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노 실장의 권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른 관계자는 "김영란법 전과 후가 다르듯이, 공직자는 청렴하고 검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사회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참모진의 주택 처분을 둘러싼 논란은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고, 오히려 새로운 공직자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참모진의 일괄 사의 표명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어떤 반응인지 알려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한 참모진 대다수가 다주택 논란에 휘말려 민심 이반을 초래한 만큼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여섯 참모진의 사의를 수용하고 대대적으로 청와대 개편을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인적 쇄신을 계기로 민심을 수습하는 등 정면 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