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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오거돈 권력형 성범죄' 질의에 답변 피한 여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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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오거돈 권력형 성범죄' 질의에 답변 피한 여가부 장관

야당 "오죽하면 '여성가족부' 아니라 '여당가족부'란 말까지 나왔겠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여야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에서 이정옥 여가부 장관에게 권력형 성범죄, 2차 피해 방지 등에 대한 대책 요구와 함께 안일한 태도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도 나왔다.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먼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을 지적했다. 통합당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희대의 성추행 사건을 대하는 정치권의 자세 역시 옳지 않다"며 "마치 피해자의 절규를 비웃고 가해자의 위력을 과시하듯 (서울시장 반대를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59만 명의 서명을 묵살하고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렀다"고 지적했다.

김정재 의원은 "이를 지켜보는 피해자의 심정이 어떻겠나. 대한민국에 있는 피해자들의 심경이 어떻겠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수많은 2차 가해와 눈총을 받으면서 이런 일에 고발할 용기 낼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초래한 피소 사실 유출의 진원지를 밝혀내야 한다"며 여가위 주재의 청문회 개최를 요청했다.

여가부 장관, '권력형 성범죄' 질의에 답변 피하기도

이 장관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냐는 질의에 답변을 피하기도했다. 김미애 통합당 의원은 두 사건을 거론하며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고 물었지만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으로 알고 있다. 수사 중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김미애 의원은 "오거돈 전 시장 본인이 (성범죄 행위를) 밝혔다. 그래도 아닌가" 하고 물었고, 이에 이 장관은 "수사 중 사건에 제가 죄명을 규정하는 것은 저의 위치상 적절하지 않다"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김미애 의원은 재차 "확정 판결이 나야만 권력형 성범죄인가. 그러니까 (여가부가 피해자라는 표현 대신)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저희는 여가부 법에 따라 피해자가 처한..."이라며 다른 답변을 했다. 이에 김미애 의원은 이 장관의 말을 끊으며 "이러니까 '여가부 폐지' 주장이 나온다. 피해자를 위해 발언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질책했다.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 여가부가 정권 눈치 보기, 뒷북 대응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며 "오죽하면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여당가족부'란 말까지 나왔겠나"라고 질타했다.

여가부 대응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나왔다. 민주당 여가위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2018년도 미투 이후 3월부터 6월까지 공공기관 특별점검 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았나. 여가부는 연구기관이 아니다"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을 거론했다.

권 의원은 이어 "안 전 지사 사건 때 개선대책을 내놨다면 그것만으로도 지자체 장을 포함해 공직사회 성범죄 예방에 효과를 거두지 않았을까"라고 묻자 이 장관은 "(효과를) 거두었고 지자체..."라고 답했다. 이에 권 의원은 답변을 끊으며 "(효과를) 거두었다고 하면 안 되지 않나. 이후에 오거돈 박원순 사건도 있었다"고 질책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서울시에서 성폭력 사건이 신고되면 시민인권보호관이 조사하도록 돼 있는데, 시민인권보호관의 상위 담당관이 시장이 직접 임명하는 별정직 공무원인 정무부시장"이라며 지자체 내에 성폭력 신고가 기관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약속하고도...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입장 표명 않는 것은 정치적인 행보"

야당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미투 운동이 활발했던 2018년 2월 26일 "남자인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힘이나 지위로 짓밟는 행위는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어떤 관계이든, 가해자의 신분과 지위가 어떠하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던 문제가 이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다. 특히,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우리 정부의 성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한 해결 의지를 믿는 국민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보다 앞선 지난 2017년 11월 21일에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보고받고 "성희롱과 성폭력 예방은 물론 피해자가 피해를 입고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나 문화부터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앞으로 그 점에 있어서도 기관장이나 부서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양금희 통합당 의원은 "피해자들은 숨죽이고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지켜볼 것이다. 이 사회가, 이 나라가 과연 나(피해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여가부 장관으로서 청와대에 입장 표명을 건의한 적 있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이 장관은 "여가부는 나름대로 입장을 적극 표명하는 것이 많은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의지처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활동해왔다"고 다른 대답을 했다.

양 의원은 "제 예상대로 장관께서도 청와대에 입장 표명을 건의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많은 여성들이 생각할 때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을 선택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여성단체에 오셔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을 때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그렇게 약속을 하시고도 이렇게 큰일에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정치적인 행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재 의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에) 대통령 조화 등 여당이 줄줄이 조문하고 민주당 대표는 (기자에게) '예의 없는 ××자식'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며 "그나마 정부·여당은 형식적으로라도 사과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묵묵부답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김 의원은 "말하는 중에 끼어들지 말라"고 항의하며 장내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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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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