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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니가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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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며칠 전에 카카오 톡으로 문자를 받았다.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인데 이해가 잘 안 되는 독자였던 모양이다. ‘너’와 ‘니’의 차이를 알려달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문: 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뭐가 맞나요?

라는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요즘 “나라가 니꺼냐?”라는 문구도 많이 보인다. 여기서는 정치적인 문제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문장의 성분과 표준어 규정에 입각해서 설명하는 것만 하겠다.

설명하려고 하면 우리말은 참 어렵다고 한다. 한글로 쓰는 것은 쉬운데, 한국어는 문법과 존대어, 조사와 어미 등이 상당히 어렵다. 외국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이중주어로 겹치는 것과 존대어와 겸양어 등이다. 오늘은 주격조사가 두 개 겹쳐서 생기는 현상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우리가 흔히 ‘내가’라고 쓰지만 사실은 ‘나 +ㅣ+ 가’의 형식이다. 원래는 일인칭은 ‘나’라고 해야 맞다. 그런데 요즘은 ‘내’라고 더 많이 쓰고 있다. 주어 '나'에 주격조사 'ㅣ'가 붙었는데, 여기에 주격조사 '가'가 더 붙은 것이다. 과거에는 주격조사가 'ㅣ'밖에 없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공자왈(孔子ㅣ曰) 을 읽을 때 '공재 왈'이라고 했다. 요즘이나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라고 하지만 과거에는 “공자 ㅣ 말씀하시기를~~”이라고만 했던 것이다.

주격조사 '가'는 선조 때 처음 나타난다. 일설에 의하면 송강의 모친의 편지글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확인할 수는 없고, 일반적으로 선조 때에 ‘가’라는 주격조사가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ㅣ'가 굳어버려서 버리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주격조사 두 개를 그냥 붙여 쓰게 되었다. 그래서

너 +ㅣ + 가 > 네가

가 되었다. 그러므로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하는 것이 바른 문장이다. 우리가 흔히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말이지만 문법을 따지고 보면 이해하기 힘든 것도 많다. 특히 우리말은 구어(입으로 하는 말)과 문어(글로 쓰는 말)가 다르다. 예를 들면 평소에 하는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야! 너 일루 좀 와 봐.”라고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말할 때는 “일루 와.”라고 하지만 쓸 때는 모두 잘 알아듣고 “이리 와,”라고 쓴다. 상당히 똑똑한 민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너 이거 좀 노나 줄래?”라고 말하지만 쓸 때는 “너 이것 좀 나눠 줄래?”라고 쓴다. 이런 것이 외국인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구어와 문어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중 흔히 드러나는 문제가 바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하면서도 쓸 때는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쓰는 것이다. “나라가 니꺼냐?”라고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문법적인 문제만 짚고 넘어가자. 이 문장에서 주어는 전혀 문제가 없다. 주지하다시피 주어는 ‘나라’이고, ‘가’는 주격조사다. 그렇다면 ‘니꺼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문법적으로 살펴보면 ‘너의 것이냐? > 네 것이냐? > 니꺼냐?’로 변한 것이겠지만 맨 뒤의 것은 맞지 않는다. 화용론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글이다. 문법적으로는 ‘너 + 의(소유격조사) = 네’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주격조사가 붙은 ‘네’와 소유격조사(의)가 붙은 ‘네’가 똑같다. 하지만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문법이 어렵더라도 문어와 구어는 반드시 구별해서 써야 한다. 글로 쓸 때는 가능하면 어문규정에 맞는 것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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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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