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4개월째 공석인 감사위원 자리에 판사 출신 인사를 추천했으나 해당 인사가 청와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검사 출신인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적임자로 보고 검증까지 마쳐 제청을 요청했으나, 최 원장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를 둘러싸고 감사원을 향한 여권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임명을 놓고도 여권과 감사원의 힘겨루기가 벌어진 형국이다.
복수의 정부 및 여권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최 원장이 추천한 인물은 최 원장이 판사 시절 같은 근무지에서 일한 판사 출신 A씨다.
한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임인 이준호 감사위원이 법조계 출신이므로 전문성과 직군을 고려하면 관례상 법조인이 와야 하지만, 최 원장은 자신과 일했던 '특수관계'인 A씨를 고집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결국 최 원장이 추천한 A씨와 김 전 차관을 함께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최 원장과의 특수관계 외에 또 다른 문제가 불거져 검증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김 전 차관은 검증을 통과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후 청와대는 김 전 차관을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최 원장은 이를 계속 거절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가 밝혔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최 원장이 김 전 차관의 제청을 거부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여권에서는 김 전 차관을 '친여 성향'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은 2018년 6월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장관 등과 함께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올해 4월에 퇴임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해 감사원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최 원장은 현재까지 감사위원 인선 논란에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최 원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직무상 독립을 지키는 분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하기 위해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며 "임명권자와 충분히 협의해 제청·임명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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