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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1년반 동안 갑질 종합세트”…교직원들 “피해 심각”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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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1년반 동안 갑질 종합세트”…교직원들 “피해 심각” 호소

전교조경남지부 “진해 모 공립유치원 원장·원감”…경남교육청 늑장대응 논란

“선생님 같은 퇴주거리(제사 때 사용하고 물리는 술)가 왜 우리 유치원에 왔느냐.” “선생님 치마 안에는 뭐가 있을까? 무슨 색일까?”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한 공립유치원의 원장과 원감이 지난 1년반 동안 교사와 공무직 등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심각한 갑질과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 등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교직원만 근무인원 20명 중 12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경남교육청에 관련 사항이 신고 된 지 한 달 동안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경남지부는 21일 경남교육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유치원 원장과 원감을 직위해제 하고 중징계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경남지부가 21일 경남교육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 진해구 모 공립유치원에서 지난 1년반 동안 관리자들에 의한 온갖 심각한 갑질이 이어져 왔다며 해당 관리자들에 대한 엄정한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병찬)

교육부 제시 갑질 유형 그대로 옮긴 듯

피해 사례는 지난해 1학기부터 시작됐다. 비인격적 언행과 규정위반을 종용하는 부당한 업무지시,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지시, 성적 모멸감이 들게 하는 발언과 인사평정에 개입해 부당한 압력 행사,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개입 등 내용과 범위도 다양하고 넓다.

전교조경남지부가 확보한 A4용지 20여장 분량의 교직원 증언 내용과 녹취록 10여건을 바탕으로 제시한 구체적 사례는 더욱 충격적이다.

관리자들은 도교육청 출장을 가려는 교직원에게 “도교육청 출장 가면 상을 받느냐? 돈을 받나? 샘(선생님)은 애가 없으니까 심심하냐”고 했고, 결혼을 하지 않은 여교사에게는 “아이를 안 낳아서 그런지 수업을 잘 못하더라”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학교를 나온 사람은 제대로 배운 게 아니다. 초등교사들은 머리가 좋은데 유치원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는 등 학력을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다.

복장과 관련한 문제성 발언도 있었다. “애들이 선생님 가슴만 쳐다보지 않겠나”라거나 “치마 안에는 뭐가 있을까? 무슨 색일까?” “선생님은 허벅지랑 엉덩이가 살이 많아서 그런지 바지(청바지)를 입으면 부담스럽다” 등이다.

부당한 지시들도 있었다. 방과 후 운영과정에 제공되는 간식을 원장 개인 책상에 갖다놓게 하고, 출장이나 개인적 업무로 외출했다가 복귀한 뒤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급식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위생인증이 되지 않은 음식물을 급식소로 반입하도록 지시해 학교급식법을 위반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있다.

육아시간을 사용하려는 교사에게는 “부모가 죽거나 애가 열이 펄펄 끓지 않는데 왜 가는데?”라며 다른 교사들 앞에서 면박을 주는가 하면, 교사들에게 퇴근 전에 원장실을 들러 커피머신 전원상태를 확인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와 교사의 교육활동을 방해하거나 규정에 없는 월 수업계획안에 대해 별도의 서류 결재를 요구하는 등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고시’ 제2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가 지속되기도 했다.

또, 다른 기관에 근무 중인 파견교사에 대한 교사들의 근무평정 점수가 낮게 나오자 개인별로 전화를 걸거나 면담을 통해 높은 점수를 주도록 강요해 우월적 권한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사에 개입한 사례도 있다.

원장과 원감의 이 같은 행위가 1년반 동안 지속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린 교직원들 중에는 이석증이 발병하기도 하고 정신과 진료를 받아 약을 복용하는 등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경남지부는 “피해 사례는 다양하고 피해자도 10여명에 이를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관리자들의 이러한 행위는 교육부에서 제시한 교육분야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갑질 유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광범위한 부문에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됐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신고 후 한 달 동안 무대응”

경남교육청에 이 같은 내용이 정식 과정을 거쳐 접수된 것은 지난 6월 10일이다. 해당 교직원들은 유치원비리신고센터를 통해 신고를 했고, 그에 합당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에서 해당 교사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건 상부기관인 교육부에 신고가 접수된 이후였다.

전교조경남지부는 “경남교육청 감사관실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불안함을 느낀 피해 교직원들이 7월 6일 교육부로 다시 신고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남교육청은 그제야 설문 메일을 보내왔는데, 그게 7월 9일이었다”며 “어떻게 이렇게 안일하게 대응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경남교육청 감사관실은 기자회견이 열린 21일 해당 유치원에 대해 이틀간의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관실 측은 파장을 의식한 듯 “계획으로는 이틀이지만 상황에 따라 감사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입단속’ 나선 원장…“일벌백계 하라”

사정이 이러한데도 해당 유치원 원장은 교직원들을 상대로 입단속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교조경남지부는 “감사 사실이 통보된 20일 원장은 피해 교직원들에 대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며 “이는 회유와 협박 및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경남지부에 따르면 해당 원장은 △감사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원감과 협의해 논의된 내용으로 창구를 단일화해 대응할 것 △개인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이야기해 유치원의 이미지가 실추되면 유출 당사자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교조경남지부는 박종훈 교육감과 경남교육청이 즉각적이고 엄중하게 행정처분을 취해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희영 경남지부장은 “지난해 11월 경남교육청 유아교육원 소속 모 체험분원에서 발생한 관리자 갑질 파문 징계가 경남교육청에서 ‘불문’으로 처리되어서일까”라며 “이번에는 더욱 심각한 갑질과 교육활동 침해, 성비위 사안이 발생해 유치원 교사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심각한 것은 경남교육청의 대응”이라고 한 뒤 “이번 사안도 늑장 대응 때문에 피해 교사들은 교육청 신고 후 한 달 가량을 관리자들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고 비판했다.

전 지부장은 “20일 박종훈 교육감은 도내 학교 불법촬영카메라 설치 사건 때문에 도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며 “성폭력뿐만 아니라 갑질 등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해 강력한 징계와 철저한 점검, 예방교육을 통해 뿌리를 뽑겠다는 약속은 말보다는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져야 신뢰가 생긴다”고 강력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경남학교노조협의회도 이날 출범 1주년을 기념해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리자 갑질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해 경남교육청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갑질 근절 제도개선 테스크포스(TF)팀 경남교육청 위원을 사무관 및 장학관 이상으로 할 것과 유치원을 포함한 학교 교직원이 관리자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인사에 반영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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