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까? 당사자들인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그 문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모종의 대북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반도 담당 국장이 미국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에 북한과 합의라는 돌파구를 원한다'는 제목의 글 7월 16일 자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에 기고한 것이다.
그가 전한 핵심적인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내놓을 새로운 제안을 검토 중이고, "북한과 협상이 타결된다면 올 가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아시아 국가에서 3차 정상회담을 열어 합의문에 서명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새로운 제안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카지아니스 2명의 백악관 관리들을 통해 그 목표와 내용을 전했다. 목표는 "조 바이든 진영으로부터 나약하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면서도 북한에게는 받아들일 만한 지점을 찾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혹평을 야기할 합의는 피하면서도 북한과의 타협은 가능케 하는 제안을 찾아보겠다는 취지이다.
어떤 것이 이에 해당될까? 이와 관련해 2명의 백악관 소식통은 북한이 하나 혹은 복수의 핵심적인 핵 생산 시설을 폐기하고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을 공식 선언할 경우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맞춤형 제재 완화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국무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핵무기 생산 시설 동결은 물론이고 핵물질과 미사일 생산의 '동결'을 확보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제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 완화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카지아니스는 "백악관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제시할 의향이 있는 각각의 양보에 대해 어떤 대북 제재를 철회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보와 양보를 교환할 의향이 있고, 테이블에 많은 새로운 것을 올려놓은 채 진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과거에는 안했던 일부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며 "이 일이 작동되도록 하고 싶다"는 백악관의 한 관리의 말을 전했다.
카지아니스가 전한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한 인사는 "종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이정표 달성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10월처럼 시기가 맞는다면 민주당이 약화시키기 어려운 승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어떻게 평화에 반대하겠느냐? 그들은 씁쓸한 패배자나 질투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전까지는 '선 비핵화 완료, 후 제재 해결'을 고집했던 반면에 비핵화를 향한 중대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우선 미국 스스로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장애물을 치우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한미 연합 훈련 중단과 관련해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미국이 조속히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방침을 밝히면 북미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협상 재개 조건으로 미국 대통령의 약속 이행 및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이 그 조건의 중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검토 중이라는 새로운 제안에도 여전히 모호한 부분들이 많다. 우선 "하나 혹은 복수의 핵 생산 시설의 폐기"가 영변 핵시설 및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의혹 시설을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하다. 또한 미사일 시험발사와 생산 동결 대상을 장거리 미사일로 한정한 것인지,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아울러 핵무기·핵물질·미사일 생산 동결로 검토되고 있다고 하는데, 1차적으로 선언적 수준의 동결을 요구하는 것인지 검증 가능한 동결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대북 제재 완화 수준 및 방식도 모호하긴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구체적이면서도 중대한 문제들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북미 실무회담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실무회담에 미온적이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및 국무부 부장관의 파트너도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카지아니스는 북한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 핵심적인 걸림돌이라는 백악관과 국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와 합의를 하더라도 그의 재선 실패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및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 등 빌 클린턴 행정부와의 합의서들이 미국의 정권 교체로 휴지장이 되었던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1기 이내, 즉 2021년 1월 19일 이전까지 이행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 제재 완화 조치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협상 타결 시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제재 완화 결의를 채택하고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국의 단독 제재 및 세컨더리 보이콧도 완화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의사를 북한에 전달한다면 북미 정상회담 및 협상 타결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고 미국의 정권교체 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도 커질 공산도 크며 남북관계도 북미관계와 연동되어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올해 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다. 북한도 여건이 조성된다면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는 곧 한미 양국이 그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약속했던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이 유력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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