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 직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따를 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피해자 측 기자회견 이후 이틀 만이다.
이 대표는 15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피해 호소인의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당 고위전략회의 이후 강훈식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피해 호소 여성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를 드린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었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히 지켜왔다"면서 "이 사안도 마찬가지로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고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 대표는 진상조사는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한 데 대해서는 실질적·실효적 조치 측면에서 평가가 갈릴 수 있지만, △'민주당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따른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과 △박 시장 사건에도 이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는 점을 당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 대표는 당 차원에서 취할 조치에 대해서는 "당 소속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처단하고 기강을 세울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또한 "(당) 구성원들의 성(性)인지 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박 시장뿐 아니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일까지 아울러 "우리 당 광역단체장 두 분이 중도 사임했다. 당 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국민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또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과 여론몰이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회의석상에서 남인순 최고위원은 "피해 호소인이 현재 느낄 두려움과 당혹감에 마음이 아프다"며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밝히고 "(피해자) 신상털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 유포 등 가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남 최고위원은 "서울시는 독립적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청한다"며 "피해 내용에 대한 호소에 묵살·은폐가 있었는지, 시민인권보호관 등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 안 한 이유는 뭔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저해 요소가 뭔지 조사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 최고위원은 특히 "(피해자에 대한) 적극 보호 조치를 병행해 직위 유지에 불이익 없도록 일상·안전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국회의 책무에 대해서는 "성희롱 방지 및 권리구제 등 법률 제정에 앞장서겠다"며 "상당 부분의 미투 운동이 제도권으로 수렴되도록 (법 제도 개선에) 국회가 최선을 다하겠다. 당 차원에서는 관련 법 제정을 비롯해 당의 성인지 감수성을 강화하는 조직문화를 실질화시키고 기강확립 등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남 최고위원은 "고인과 함께했던 정치인으로서 더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출신으로, 당 내에서 시민사회·여성운동을 대표해온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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