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본인상 문상 후 기자들에게 막말을 한 데 대해, 한국기자협회가 성명을 내어 이 대표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13일 낸 성명에서 "이해찬 대표는 최근 제기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고인에 대한 의혹과 관련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던 취재기자를 쏘아본 뒤 인터뷰를 마치고 부적절한 욕설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0일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한 후 나오던 길에 있었던 일이다. 이 대표는 당시 "그런 것을 이 자리에서 묻느냐", "예의가 아니다"라며 호통을 치고는 자리를 뜨면서 '○○자식'이라고 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욕설은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정의돼 있다.
기자협회는 "이 대표의 슬픔이 클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 대표는 집권당을 대표하는 공인"이라며 "기자의 질문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켜 과격한 언행으로 대응하는 것은 분명 적절치 못한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는 "공인에 대한 언행은 국민의 관심사이고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사회 정의를 위해 취재하고 보도한다"며 "이 대표 또한 공인으로서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사실 그대로 밝히면 될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저속한 비어를 사용하면서 취재기자에게 모욕을 준 것은 기자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꼬집고는 이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주재했으나 자신의 언행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그가 간접적으로나마 언급한 말은 "(박원순·백선엽) 두 분의 장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장례 기간에는 서로 추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동체를 함께 가꿔 나간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이 전부였다.
민주당은 박 시장에 대한 추모 이외에 성추행 의혹 고소 건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오히려 이날 오전 고소인 측과 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던 가운데 "부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장례위원회 입장문 중의 '생이별'은 '살아 있는 혈육이나 부부 간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헤어짐'을 뜻한다. '죽어서 이별함'을 뜻하는 말은 '사별'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