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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된 산입범위, 최임 올라도 월급 안 오른다"

[기고] 코로나19 시대, 왜 최저임금 인상인가 ②

2021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일 각각 16.4% 인상안인 1만 원과 2.1% 삭감안인 84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하며 본격적인 금액 심의를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법정 고시일이 8월 5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7월 중순경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가 결정돼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19다. 경영계는 '경제위기와 기업 경영 상황 악화'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며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에도 노동계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시안>이 이에 대한 세 편의 기고글을 싣는다.

코로나19 피해, 취약 계층에 집중

코로나19의 위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은 제2의 대유행까지 경고하고 있다. 경제 및 고용 상황은 악화되고,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노동자 등 위기에 취약한 노동자들은 이미 실직했거나, 소득이 급감해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코로나19로 인해 실직을 경험한 비율이 정규직(4%)에 비해 비정규직(26.3%)이 6배 높았고, 고임금 노동자(2.5%)에 비해 저임금 노동자(25.8%)가 10배나 높았다.

이러한 '희생의 계층화'는 정부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2월 대비 4월 전체 (계절조정) 취업자는 102만 명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고용보험 가입자는 2만 3000명 감소하여, 감소한 취업자 중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하는 절대 다수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규모가 큰 상위 5대 산업인 숙박음식점업, 건설업,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도소매업, 사업지원서비스업에서 올해 2월 대비 5월 감소한 취업자 수는 36만 8000명으로, 지난 3개월 동안 감소한 전체 취업자 수의 43%에 달했다. 또한, 올해 2월 대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감소한 전체 취업자의 51%, 임금 노동자의 약 70%가 임시․일용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충격은 노동시장에서의 지위가 열악하고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일수록 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이창근(2020), <코로나19 '희생의 계층화', 대안적 정책방향과 우선순위>).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이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는 사용자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2021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1일 사용자단체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시급 8590원)보다 2.1% 감액된 시급 8,410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최근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폭이 높았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중소상인의 충격이 크다는 점을 제시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 상황이 그나마 좋았을 때, 사용자단체가 그에 걸맞는 인상액을 제시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역사적으로 사용자들은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을 떠나, 항상 '최저임금 인상 억제'만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자단체는 2010년∼2020년까지 지난 11년 동안 8번(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8)이나 최초 요구안으로 '동결'을 제시했고, 2번(2019, 2020)은 '삭감'을 제시했다. 지난 11년 동안 딱 한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첫 해인 2017년에 2.4% 인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사용자단체의 그간 행태에 비춰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역성장 때문에 최저임금 삭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는 설명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 즉 사용자단체는 최저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정해놓고, 핑계 거리로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역성장 가시화를 갖다 붙였다는 것이 좀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한편 사용자단체는 실질 경제지표의 마이너스 성장을 근거로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을 정할 때 활용하는 명목 지표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고려하면 최임 올라도 임금 안 오를 수도

지난 2019년부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 범위가 확대됐다. 그동안 제외됐던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이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따라서 2021년 최저임금을 정할 때, 확대된 산입범위가 사용자의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과 노동자의 실제 임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겉으로 드러난 수치가 아닌 실제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 확대되면,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현장 노동자들이 실제 받는 임금은 똑같을 수 있기 때문이다.

▲ 2019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됐다. 단, 2024년이 되기 전에는 해마다 위 표에 명시된 비율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 .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경계에 있는 노동자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가정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용자의 추가 부담액을 살펴보자. 기본급과 식대만을 받는 노동자로 가정한다. 왜냐하면, 복리후생비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식대이고, 상당수 저임금 노동자가 실제 수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연구원이 지난 2018년 기준 최저임금 1.2배 이하 저임금 조합원 602명에 대해 실태조사(이창근(2018),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임금삭감 효과 분석>)를 진행했는데, 10명 중 8명 이상이 식대를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A씨는 올해 최저임금(월 179만 5310원)보다 약간 더 많이 받는다. 임금 총액으로 월 188만 5075원이다. 임금 항목은 기본급과 식대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178만 5075원, 10만 원이다. A씨는 기본급만으로는 올해 최저임금을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식대 10만 원 중 202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금액(1만 235원=월 최저임금의 5% 초과 금액)을 합하면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있게 된다. A씨가 받는 식대 10만 원 중 올해 기준으로 1만 235원은 최저임금에 산입되고, 나머지 8만 9765원은 산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2021년 최저임금이 1% 인상(월 181만 3263원)될 경우, 사용자의 추가 부담금액은 얼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0원이다. 왜냐하면, 식대 10만 원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았던 금액만 포함하더라도, 2021년 최저임금을 충분히 준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본급 178만 5075원에 식대 10만 원 중 2021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금액(4만 5602원=월 최저임금의 3% 초과 금액)만 합하더라도, 월 183만 677원이 되기 때문에, 1% 인상된 최저임금인 월 181만 3263원을 넉넉하게 넘길 수 있다.

기본급에 식대 등 복리후생비 포함시키는 꼼수도

한편 식대 등 복리후생수당을 기본급으로 변경하여 최저임금을 충족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반수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고용불안과 사용자의 임금삭감 강요 등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현실화될 여지가 있다.

위 노동자 A씨 사례로 살펴보자. 만약 내년 최저임금이 2% 인상(월 183만 1216원)되면, 사용자 추가 부담은 어떻게 될까? 식대 10만 원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금액은 4만 5064원이다. 이를 기본급(178만 5075원)과 합하면, 183만 139원이다. 이 금액만으로는 2% 인상된 내년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용자의 추가 부담 없이 최저임금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기존 임금총액을 그대로 두고, 식대 10만 원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금액 중 일부를 기본급으로 임금 항목을 변경하면, 2%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충족시킬 수 있다. 즉, 임금 총액(188만 5075원)은 변동이 없고, 식대 일부를 기본급으로 합산하여, 기본급 183만 1216원과 식대 5만 859원으로 임금 항목별 비중을 조정하면 인상된 최저임금 충족이 가능하다.

만약 사용자가 이런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노동자 A씨를 고용한 사용자는 최저임금 몇 % 인상까지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없는 것일까? 노동자 A씨와 같은 사례의 경우,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5% 인상되더라도 사용자의 추가 부담은 0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노동자 A씨의 내년 임금은 전혀 오르지 않는다. 내년 최저임금이 5% 인상되면 월 환산액이 188만 5075원이다. 이론적으로 식대를 없애고 모두 임금총액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 5% 인상된 최저임금 충족이 가능하다. 만약 식대만이 아니라, 교통비 등 다른 복리후생비와 정기상여금을 수령하고 있는 노동자를 가정하면, 사용자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5% 이상 오르더라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고용불안 등을 명분으로 임금항목을 변경하여 추가 비용 부담을 0원으로 만들 수 있다.

어려운 때 일수록 기본을 놓쳐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제도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제의 근본적인 목적은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법도 유사근로자 임금 등 다른 기준보다 생계비를 맨 앞에 우선하여 명시하고 있다. 생계비가 가족 생계비인가 1인 생계비인가의 쟁점이 있지만, ILO 협약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가족 생계비가 최저임금의 핵심 결정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최저임금은 '먹고 사는 문제'다.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최저임금이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치열한 논의와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 이창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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